아테나: ..(창문에서 다시 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봤다.) 모쪼록, 그렇게 지내고 있었는데 클라리가 갑자기 쓰러졌었거든.
영영 못 일어나는줄 알았는데.. 다시 함께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야.(찡한 마음이 들어 다시끔 의자에서 일어나 꼬옥 안아줘요.)
클라리세이지: (익숙해지지않는 온도에 이질감을 느끼지만 굳이 떨어지진않는다.) 나는.. 왜 살아남았지? 만약 네 말이 다 맞다면, 나는.. 너를.... 왜 만들었을까? (창 밖을 응시하며 말하다 아까 보지 못한 것들로 시선을 옮긴다. 내가 여기서 지냈다면, 뭐라도 기억나지 않을까?)
아테나: (엉금엉금 유니트 의자에 올라가 클라리 위로 꽈악 안았다. 안드로이드 답지않게 찬 볼을 부비적 거렸다.) ...글쎄, 그런건 나한테 말해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외로웠던거 아닐까~?(장난스럽게 말했다.)
DICE: 다시 한번 관찰 다이스를!
클라리세이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포기하자
DICE: ..
클라리는 오늘..오늘 너무 아름답다 외모판정으로 조져보자
클라리세이지: 차라리 자료조사가 나을거같은데 아무튼 키퍼말듣기
외모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앗..눈부신 외모에..하늘이 잠깐 번쩍하는 기분도 든 것 같습니다.
DICE: 다시 함 가볼까요 관찰다이스를!
클라리세이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캬아
외모가 다했습니다 ^^ ♥
클라리세이지: (하늘 두쪽냄)
이잉
아테나라고 칭하는 이방인의 목 뒤에 무언가 적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세히 살피자 'explorationAI0000-1106'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이 보입니다.
굉장히 작게 쓰여진 글씨로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아테나: (부비던 볼을 떼어..당신의 볼을 찹, 잡아내고 문질거렸다. 예쁜 얼굴 예쁜 얼굴....)이것 참..기계가 보기에도 예쁜 얼굴이란 말이야....
클라리세이지: 나는 이런 입 발린 소릴 듣고싶어하는 사람이었나봐. 이런 ai 설정을 다하고. (부러 못생기게 콧잔등을 찡그렸다가 폈다.)
아테나: .. 그렇게 기억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씁, 머쓱하게 웃는 소리를 내었다.)입발린 소릴 좋아하는데 세계가 멸망해서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나를?
(클라리의 기억이 맞다면)나는 굉장히.. 별볼일 없는 기계인걸(속상한 척해요..)
클라리세이지: 하아? 잘은 몰라도 그런 이유로.. .. ... 이렇게 만들기 힘든걸 시도할만큼 할 일 없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아. (제 얼굴을 문지르는 손을 붙잡아 내렸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그치만 속상한 척 하는건 티나.
아테나: ...
.. 티나?(머쓱한 표정이에요..)
(곧 히죽 웃는 표정을 보이며 그런가? 실없는 소리를 뱉었다.) 하긴, 멸망한 세계에. 고작 빈말을 건내줄 기계를 만드는건 너무 무의미하지.
아테나의 말에 따르면,
이 세계는 어떠한 이유로 멸망했습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세이지 당신만이 홀로 살아남아,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와 함께할 안드로이드를 제작했습니다.
적어도 당신이 만들었다는 아테나의 설명에 따르자면요.
DICE: 세이지는 지능다이스를 굴립니다.
클라리세이지: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하지만… 묘하게만 느껴지는 이 위화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바다 속 한가운데를 목적 없이 부유하는 것만 같이,
여전히 밑도 끝도 없는 멍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클라리세이지: 멸망한 세계에 의미같은건 상관 없었을지도 모르겠어. 그치만.. 음.., 흐릿하게 기억나는 너의 모습이 그렇게 시덥지않은 감상은 아니니까 분명 다른 의미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해. (맘처럼 떠오르지않는 기억에 입이 말랐다.)
게다가... 세계가 멸망한 김에.. 좀 더 절망해야하나 싶은 감도 있지만, 어떻게 망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서.. 생각보단.. 별 감흥이 없네. (눈물도 안나오는 뽀송한 눈물샘에 어깨를 으쓱한다.)
아테나: (당신이 하는 말에 기계로서 이해하지 못할만한 감정을 느끼며 수어번 표정이 바뀌다 결국 웃는 표정을 내었다.) 클라리는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분명 그런 이유로 날 만들지 않은걸 알아(그러기엔 나도 꽤 잘만들어졌고~?)
내가 클라리에게 떠올려 줄 수 있는 말은..(단시간 입을 닫은 채 우웅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친구..겠지?(눈을 요리조리 돌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런 상황에..(창문을 한번 바라보다)뭔가 더 생각나고 안생각나고 별로 다른건 없을테니까.(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멸망 이전에 살았던 데이터가 없으니 감흥이 없을 수 밖에, 당신의 행동을 따라했다.)
아, 맞아. 클라리가 깨어나서.. 이제 클라리가 쓸 방을 치워두는게 좋을 것 같아.(아테나는 아직도 클라리와 유니트체어에 있었을까요? 슬 내려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클라리가 잠든 후로.. 정리를 안했거든.(두둥.)
클라리세이지: 좋은사람.... (느릿하게 고갤 기울였다.) 좋은 사람이었다면, 폐허가 된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지듯 남겨지지않았을 것 같은데.. (작게 종알대다 입을 다물었다.) ........................................ 아? 안드로이드라면.. 조금 부지런해도 됐던거 아냐..? 내가 쓰러진지 얼마나 지났는데?
아테나: ... ..좋은사람이라서, 모두가 클라리를 구하러 안간힘을 썼을 수도 있겠지.(꼭 지지 않고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
....
그으...
클라리세이지: 그?
아테나:
(To GM) rolling 2d30+1d70
(
1
+
22
)
+
(
65
)
=
88
아테나: 나는..클라리를 돌보느라 바빴으니까.(어쩐지 청정무결한 눈빛입니다!)
..클라리가 쓰러진지는 꽤 됐어. 두어달, 정도?
클라리세이지: 두어달동안 나를 돌보느라 청소 한번도 할 시간이 없었다? (팔짱 끼고 삐딱하게 쳐다본다. '제작자'겸 친구라는 위치에 완벽 적응한 모습이다.)
아테나: ... .. ..(죄송스러워져야할것만같은 타이밍은 기가막히고 코가막히게 재는 안드로이드입니다. 괜스레 두손을 모았다.) .. ..그,그거야. 클라리가 깨어났는데 내가 없으면. 안되잖아? 게다가 잠든 사람을 돌보는건.. 꽤 힘든 일이야!(반성하는 자세인가요?)
클라리세이지: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말할 상대가 필요해서 만든 안드로이드라면, 정말 정말 재미있기는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달 동안 내 얼굴을 열심히 주물주물하는 일을 했겠네 그렇지?
아테나: .. ....(어쩜 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분이 이렇게나 저를 가지고 노시나요. 허공에 대고 의미 모를 눈빛을 쏘더니) ..아주.. 열심히 주물주물했지. 두어달을 누워만 있었는데 이렇게 피부가 깨끗할 수 있겠어? 인간은 자고로 안씻으면 냄새나는 법이야.(부릅!)
클라리세이지: 소독 기능이라도 있는거야? (의미모를 세부기능에 당황..) 풉,......(입 가리고 숨죽여웃다가 저도 시트에서 내려온다.) 그럼 얼른 가서..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고 네 손에 달린 소독 기능을 써야겠네. (어깨를 붙잡고 뒤로 돌려 안내하라고 톡, 친다.)
아테나: 유ㅡ명한 주인님께서 고철덩어리에 너무 많은 능력을 주셔서요~(왕을 받드는 간신처럼 구는가 싶다가도) 응? 클라리는.. 조금 쉬는게 낫지 않을까? 아직 깨어난지 얼마 안됐는걸.(다시 뒤로 돌아 당신과 같이 어깨를 붙잡고 누워있던 의자에 앉혔다.)
클라리세이지: 유명? (갸웃..되려 반대로 떠밀려가며.. ...) 굳이 날 여기에 쉬게 놔두겠다면, 말리진 않겠는데.. 나는 호기심이 많아. (미리 경고하듯이 말함)
아테나: .... ..
(묘하게 걱정되는 얼굴.....)
(주변을 슥 둘러보고...)
.....괜찮을거야. 아직 기억도 온전하지 않으니까. ... ...(정말로 괜찮다.) ...
.....
너무 이상한거 막 건드리고 그러면 안돼?(기계로서 걱정하는 얼굴...)
클라리세이지: 맡겨만 두라고 (스치듯이 뭔가 망칠것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가뿐히 무시)
아테나: (아무래도 얼른 후다닥 치우고 와야겠다고 다짐해버림)
우리 클라리세이지. 아주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테나가 갔으니 방을 돌아다니며 기억을 되찾아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방을 둘러보자, 방 전체를 빼곡이 채운 [기계]와 [모니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공간입니다.
세이지는 연구소 벽켠에 마련된 [유니트체어]에 위치해 있으며, 방을 한바퀴 둘러보면 한켠에 난 커다란 [창문]과 [책상]이 눈에 띕니다.
내가 안드로이드라고?... ... 나..나는.... 이렇게 감정이 있는데? 아무리 ai코딩을 잘해놨다고한들.. 이런게 가능한거야?
아테나는... 왜.. .. 거짓말을 했는데..? (답은.. 연구소에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로 발을 옮기며, 아테나에게 끊임없이 텔레파시를 보냈다. 왜? 왜.. 왜 거짓말을 했지? .... 왜.. 알려주지 않았어?)
아테나는 세이지의 텔레파시를 들었을까요,
여전히 의문만 남은 채 연구소 앞으로 향했습니다.
연구소 앞으로 다가가자, 연구소의 방 문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습니다.
DICE: 근력/열쇠공 판정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근력
기준치:
30/15/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덜컹 덜컹,
자물쇠를 부수려해도 쉽게 부숴지지 않습니다.
explorationAI0000-1002: (강행go)
DICE: 좋아 세이지는 근력 강행합니다. (체력 -2)
자물쇠를 부수고 연구소 안을 들어가면
기계, 기계, 기계, 기계.
당신과 같은, 그러나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인 온갖 기계들의 향연.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기계장치의 공간.
기계음이 노래를 부르고, 하나의 기계인 당신이 그 잡음을 듣습니다.
저 기계가 낯이 익던 이유는, 당신이 사용하던 기계였기 때문입니다.
이 훼손된 서류가 익숙했던 이유 또한,
당신이 작성하고, 보고, 듣고, 읽고, 저장해왔던 자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이지가 찾지 못했던 자료들은 책장에 가려진 철문 너머에 숨겨져 있겠지요.
세이지가 철문 너머로 들어가기 위해 책장을 밀어내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돌아보는 찰나 눈에 가득 담기는 건,
아테나입니다.
버려진 폐허에 당신과 함께 종말같은 시간을 무던히 견뎌내주었던,
사람의 감정을 깨우친 안드로이드.
아테나가 슬픈 눈을 하고 당신을 봅니다.
눈물이 나지 않는 얼굴로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채 당신을 봅니다.
세이지가 아테나에게 무어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무언가 뚝 끊겨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요, 정신입니다. 이제는 전원이라고 해야 하나요?
휘청이는 몸과 함께 눈 앞이 아득해지기 직전 세이지의 시야에 아프게 담기던 것은,
꽃이에요. 아테나의 품에 한가득 안겨있는, 이름 모를 노란 들꽃.
채 다 피지 못해 반쯤 봉오리가 맺힌 어리고 아름다운 꽃.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더니,
간신히 자라나기 시작한 꽃을 당신에게 제일 먼저 건네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아테나: ... ... ..우리가 감정을 깨닫게 된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짧은 순간 아주 향긋한… 꽃 냄새를, 맡았던 것도 같습니다.
.
.
세이지는 꿈을 꿉니다.
다 낡은 기계가 꿈을 꾼다니 참 우스운 일이죠.
이 또한 인간의 감정을 학습한 대가라면 달게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감히 넘보아서는 안 될 것을 넘보고, 배웠거든요.
허상처럼 펼쳐지는 풍경과 내용은 아무래도 기억의 일부 같습니다.
기억은 온통 하얗기만 한 방에서 시작됩니다.
흰 옷감을 걸친 당신은 온통 기계로 이루어진 방 안에 갇혀 있습니다.
전류가 흐르는 기계 장치가 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당신은 수족관처럼 생긴 인큐베이터 안에서 눈을 감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이것은 최초의 기억입니다.
DICE: 세이지는 관찰 판정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바로 옆의 유리 공간 안에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아테나를 발견합니다.
그 이후로 몇 개월, 몇 년.
새로 만들어진 두 개체의 탐사 안드로이드는 유리벽을 사이에 둔 채 함께였습니다.
아테나는 웃지도, 울지도,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매사에 표정이 없으며 감정을 내비치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에 기계적으로, 무뚝뚝히 반응할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슬프지 않아요, 세이지. 왜냐하면 당신도 아테나와 같은 처지였거든요.
어떤가요? 이것은, 정말 정말 최초의 기억입니다.
우리는 늘 함께였습니다.
제작된 이후 지구에 파견된 이래로 쭉.
어떤가요? 이것은.
당신들이 창조된 이후 감정을 깨우치지 못한 아주 똑똑한 로봇 이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짧았던 꿈도 잠시, 사방이 짙은 어둠에 잠식됩니다.
마지막 빛 한 점이 꺼지기 직전,
어디선가 익숙한 자장가 선율이 들렸던 것도 같습니다.
.
.
세이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며칠 전 처음 눈을 떴을 때와 같이 유니트 체어 형식의 의자 위에 누워 있습니다.
옆자리에는 아테나대신 반쯤 피다 만 꽃이 한다발이 보입니다.
DICE: 세이지는 관찰 판정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굳게 닫혀 있던 책장 너머의 철문이 반쯤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곳에 시선을 고정하기도 전에 삐, 삐, 삐.
어디선가 익숙하고도 희미한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눈을 돌리면 일전의 그 모니터를 발견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 ...... (꽃을 한번 봤다가, 모니터로 향한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눈을 돌리면 일전의 그 모니터를 발견합니다.
'다운된 하드웨어 오류 1건 발견. 복구작업을 진행하시겠습니까?'
explorationAI0000-1002: ... 오류?
스크린을 터치하면 안내 메시지가 추가로 떠오릅니다.
'안드로이드 코드를 입력해 주세요.'
explorationAI0000-1002: 이 문제때문에.. 아테나가 지금 없나? (고갤 모로 기울이곤 모니터를 빤히 본다.)
내맘대로 내... ... 코드를 쓰면.... (코드, 안드로이드라는 선명한 느낌에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테나한테 혼나든가, 미안해야하든가 둘중하나일것같은데..
다운된 하드웨어, 안드로이드 코드 번호를 입력할까요?
explorationAI0000-1002: ....... .... explorationAI0000-1002.., 만약 절대 해선 안되는거였다면, 타이핑 할 수 있게 놔두지 않았을거니까. 이거 나름.. 혼자 알아보라고 놔둔거라고 생각할게. (텔레파시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코드를 입력했다.)
explorationAI0000-1002.
코드를 입력하기 무섭게 복구 작업이 진행됩니다.
복구 게이지가 차올라가는 것을 보며,
세이지는 잃었던 기억이 하나씩 돌아오는 생생한 감각을 체감합니다.
지구의 빙하가 녹고, 그 곳에 갇혀 있던 치명적인 저주가 세상에 퍼졌던 것.
인류의 절멸을 막고자 마지막 남은 과학자들이 지구 바깥에서 백신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던 것.
백신 개발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탐사 안드로이드로 아테나와 세이지가 제작되었던 것.
수백년간 버려진 지구를 떠돌았던 버려진 기계 둘.
무너진 세계에서 오직 서로를 의지하며 기적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깨우쳐버린 낡은 기계 둘.
그리고 어느날 자신이 모종의 이유로 고장나 잠들었던 것까지 전부.
너무나도 오래 해묵었던, 동시에 터질듯 쌓여있던 기억과 정보가
좁은 틈을 비집고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듯 버겁기만 합니다. SAN 1/1D3.
explorationAI0000-1002: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세이지 이성 -1
DICE: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바로 옆에 붙어있는 모니터 두 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화면에 적힌 메시지는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비상 전력 복구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최종 전력 양도 완료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
...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자, 유난히 철문이 눈에 띕니다.
explorationAI0000-1002: ..... 전력.. 양도.
아테나, 어딨어? (다급히 철문으로 뛰어들어간다.)
아테나는 저 철문 너머에 있을까요,
세이지는 아테나를 찾으러 묵직한 철문을 엽니다.
쇠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드러나는 것은, 지하로 향하는 계단.
그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이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펼쳐져 있습니다.
어둠이 일렁입니다.
당신은 암흑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또한 익숙합니다.
물흐르듯 흐르는 세월 속에 발끝이 짓이겨질 만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려갔던 공간이니까요.
한참을 내려가면 사방이 탁 트인 방대한 공간이 눈 앞에 드러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집채만한 우주선입니다.
지구에 파견될 적에 아테나와 함께 타고 왔던 그 우주선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연구소의 공간과 마찬가지로 기계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거나 붙어 있으며,
온갖 장치가 바닥에 얽혀 있고, 그 사이 사이를 수많은 모니터와 스크린이 채우고 있습니다.
DICE: 세이지는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눈에 띄는 [터치 스크린을 두 대]를 발견합니다.
explorationAI0000-1002: 내부 지도 같은건? 아테나는 어디있지? (헛손질을 몇번 했다가 그제서야 겨우 터치스크린을 똑바로 조작했다.)
explorationAI0000-1002: 그럼.. 어디있지? (연구실로 들어가 시트 옆에 있던 꽃을 집어들었다.)
노란 들꽃입니다.
아테나가 당신에게 보여주고싶다며 밖에 나가 구해온 노란 들꽃.
아직 제 꽃을 제대로 피지 못해 봉우리가 맺혀있습니다.
explorationAI0000-1002: 아테나도, 은근 성격이 급하다니까.. (목이 메이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재차 의심하려니, 이중으로 눈물겨웠다.)
......꽃이 다 필 때까지 같이 가서 봐도 될텐데. (마르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당신이 아테나를 찾고 있자면 연구실 너머로 쿵쿵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explorationAI0000-1106: (당신의 방에 갔다가, 없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연구실로 조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자물쇠가 풀려있는 문을 바라보다 곧 당신을 발견하곤) .. 클라리?
explorationAI0000-1002: (처음부터 똑바로 말하지 않은 것도, 내게 거짓말 한것도, 나를 속인 것도, 비상 전력과 양도도.. 모두, 모두 마음에 걸렸지만 착잡한 마음에 섣불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어디갔었어. 찾아다녔잖아. (네게로 몇발짝 다가섰다.)
explorationAI0000-1106: 미안, 잠깐 나갔다 오느라..(다가오는 당신을 보며 걸음을 물리지 않고 가만히 서서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눈으로 연구실을 둘러보다가 열려있는 철문을 바라보며 눈빛이 동요했다.).. ...클라리가 연거야?
explorationAI0000-1002: 그럴걸. .. 중요한거라도 숨겨놨어? (미처 다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아테나를 번갈아가면서 봤다.)
(당신을 이끌며 느릿하게 걷다, 계단에 다다르자 성급하게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훅 뒤돌아 다시 당신을 바라보더니)내가 굳이 더 설명안해줘도 될만큼 많은거.
explorationAI0000-1002: 기분 나쁜거라면 별로 알고싶지않아. 우리가 만들어진 목적이니 우리가 수행 해야하는 일이라느니 하는 것들이라면 정말로. (짐짓 매서운 눈초리로 무겁게 말을 맺었다.)
explorationAI0000-1106: (당신의 시선을 모른척하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긴 계단을 이끌어 내려가고)그럼 어떡해? 나한테 남은 전력은 몇분 남짓이고, 더이상 오래 움직이지도 못해.
클라리한테 남은 전력이 기니까.. 비상전력을 사용하면 우주선 정도는 다시 탈 수 있을거야, 그걸 타고가서 인간들에게 말해. (조금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우리가 태어난 이유잖아.
explorationAI0000-1002: ㅁ, 뭐? 그게 무슨.. 이런 갑작스런 통보가 어딨어?!
난... 별로 그러고싶지 않아! 인간이니 인류니.. 내가 알 바가 아니라고.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나는.. 나는 그러고싶지않아! 내 감정이 그렇게 말하고있어. 아테나, 왜 상의도 없이 이런 식으로 나를.. 남겨두려고 해?
explorationAI0000-1106: 알 바 아니라니, 클라리가 목적이니 수행이니 하는건. 결국 기억이 돌아왔다는 거잖아? 우리가 이 긴시간을 함께하게 해준..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왜 모르는 척 하는거야.(계단을 내려와 다시 지하실에 도착해, 클라리를 두고 모니터로 향했다. 비상전력을 우주선에 옮겨두면, 어찌할 도리가 없을테니 강행하기로 생각했다.)
explorationAI0000-1002: 아 아니 기다려 (아테나의 손을 붙잡아 저지한다.) 나는 그러고싶지않다니까?
explorationAI0000-1106: 우리가 감정을 알게 된게.. 그들이 원한건 아니였잖아.(저지된 손을 멈추고 모니터에서 시선을 옮겨 다시 당신을 바라봤다.) 나는, 나는 클라리가 쓰러져있는동안 그 감정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아? (일그러진 표정으로 당신을 보며)
explorationAI0000-1002: 우리가 이 긴 시간을 함께하게 해준 사람들? 우리를 이 긴 시간동안 이 아무것도 없는 별에 버린 사람들이야. 우리는 원치도 않게 이 세계에 단 둘만이 오도카니 남아버린거지, 함께하게 해준게 아니야.
그래, 그것만 해도 이미 알 것 같지 않아? 인류는 우리가 감정을 갖길 원하지 않았어. 그렇게 되면 불편해지니까. 그냥.. 우리는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 뿐이잖아. 이용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만을 가진.
근데 지금 내가 왜, 그 사람들을 먼저 고려해야해? 내.. 감정보다?
explorationAI0000-1106: (함께하게 해준게 아니라도, 나는.. 클라리랑 같이 있어서 좋았단 말이야. 중얼거리듯 말했다.)처음부터,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존재였던거지, 가지길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걸 가진 우리는 저주받은건가.)
explorationAI0000-1002: 네가 힘들었다는거.. 알아. 하지만 다 알고, 이해한단 뜻은 아냐.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안다고 하면 오만이지. 하지만.. 네가 힘들었다는걸 알아버려서 나는 더더욱 떠나고싶지않아... 어차피 이미 우린 바이러스야. 감정이라는 오류가 나고있어서, 그러니 지금 정보를 전달한대도 믿을지 아닐지 확신 할 수 조차 없어. 그런걸 전하자고 네 곁에서 떠나고싶지않아.
explorationAI0000-1106: 나를, 나를 만들어준 가치는, 너로 충분하니까..(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데이터가 엉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게 그렇듯 순리,라는게 있잖아. 우리는 그런 일을 해야만 하도록 만들어졌고. 그러니까 당연히..(나오지 않는 한숨을 쉬듯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바이러스라는 당신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기도 하고..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그럼, 인류는? 네게 보여준 꽃도, 구름이 뜬 하늘도.. 열매가 맺힌 나무도.
원래..우리에게 주어진 산물이 아닌걸, 다시 돌려줘야해.
explorationAI0000-1002: (몇번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너를 만들어준 가치는 나로 충분하다면서, 왜 내 가치는 보답으로 돌려줘야하는건데. 나는 그러고싶지않아 그렇게 하고싶지않다고! 나는 .. 나는 .... 수백년만에 간신히 다시 만난 네 곁에... 있고 싶다고! 순리? 지켜진다한들 나한테 돌아오는 이득이 없는데 그런 순리가 무슨 소용이 있어. 나는 그런데에 의미. 안둬.
어차피 여긴 인류가 살았던 곳이라고했지. 그럼 이렇게 해. 여긴 이미 인류가 다 죽었고, 없어. 그런데 여긴 우리가 있어. 그들이랑 아주.. 아주 흡사하게 생긴 우리가.
그러니까.. 우리가 이곳의 인류가 되는걸로 하자.
너는 나한테 나무도, 꽃도.. 하늘도, 눈부신 빛도 보여줬잖아.
그러니 내가 이곳의 인류로서 다 전달받은걸로 할래.
아테나.
explorationAI0000-1002: 이건.. 며칠전같은 명령은 아냐.
부탁이야.
나는.. 여기서.. 너한테 자장가를 불러주고싶어. 너의 길고 긴 잠을 위해서 말이야.
explorationAI0000-1106: (수백년동안 기다림의 시간이 몰려오는 기분에 우는 표정을 지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마 인간이였다면 눈물을 펑펑 쏟았을거야,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게,그게.. 우리가 할 일..(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이런걸론 당신을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혹시 모르잖아, 내가 여기서 기다리면, 인류가 와서 우릴 구해주는거야, 어쩌면 공생을 할지도 모르지. 어떻게. 집을 떠나 잠든 인류를 두고 모른척을 할 수 있겠어.(음성메세지가 남아있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네게 보여준 것들이, 다 내 것이 아닌걸. 나는 인류가 가져야할 것들을 훔쳐서 클라리에게 보여준거야. (당신이 말하는 자장가라는 단어에, 우는표정이 일그러져 웃는듯 우는듯 정의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긴 잠은, 너를 위한 것이니까. 네가 인류에게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들려줘도 충분해. 나의 마지막은. 너로 채워질테니까.
explorationAI0000-1002: 그렇다고 인류의 것도 아니야. 인류가 만약 이 곳의 주인이거든, 수천년 수억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발생하게 될거야. 나는.. 아테나의 이런 면을 좋아해왔지만, 오늘은 절대로 잠들지 않고,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은 감정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네 곁을 지킬거야. 그리고 너랑 나는 인류가 될거야. 여긴 너랑 나밖에 없고, 인류라는 생물들은 죄다 잠들었으니, 아무도 나를 나무랄 수 없어. 하물며... 너도 그럴테지.
그러니 다시 그것들이 생겨나기 전까진.. 내맘대로 할거야.
explorationAI0000-1106: 우리가, 인류가 될 수 있어? 나는 숨을 쉴수도 없고, 이렇게 슬픈데 눈물도 나지 않아, 이런 나를 어떻게 인류라고 칭할 수 있어. (제 곁을 지켜준다는 말에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봤다.) 내가 만약 먼저 잠들면 어떡하지? 우리의 수명은 인류보다 더욱 한정적이니까. 더이상 이어갈 전력이 없으면. 그 이후에는?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언젠가 잠에서 깨어나 우리를 원망할지도 몰라...
어느덧 천장 위로 거센 바람이 붑니다.
모래가 파도처럼 흩날리고, 흩날리는 흙먼지가 거두어짐과 동시에 붉은 빛이 지하에 쏟아집니다.
그리고 바깥에선, 동이 트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를 보러 갔던 황량한 부지 아래서 보았던 것은,
우주선을 내보내기 위한 돔의 입구였던 것입니다.
모래파도가 흘러넘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이지의 뒷 편에서 모니터의 기계음이 울립니다.
비상 전력 복구가 완료 되었습니다.
복구된 전력을 이동시킬 기계의 코드를 입력해주세요. :
복구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딱 한군데입니다.
결정하세요, 인간의 감정을 깨우친 낡은 기계, 클라리세이지.
당신은 ‘인류’를 구할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오래된 ‘친구’를 구할 것입니까.
어느 쪽인가요?
당신에게 내재되어있는 ‘욕망’과 ‘사명감’ 중 스스로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explorationAI0000-1002: 네가 먼저 잠들면, 내가 어떻게 전기 공급원을 새로 찾아볼게. 전기를 발명이라도 해볼게. 한번 있어봤던거니까, 어렵지도 않을 것 같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지만, 얼굴은 미묘한 표정. 그러니까, 웃고있었다.) 네가 자는동안, 내가 손에 소독 기능이라도 추가해서 몇백년이든 깨끗하게, 녹슬지 않게 데리고 있을게. 걱정하지 마.
(아테나의 코드 explorationAI0000-1106를 망설임도 없이 입력했다.) 반대하는 '사람'은 물컹한 스프 먹일거야.
explorationAI0000-1106: (당신이 말하는 것들의 얘기에 상황과는 다르게 조금 웃으며 말했다.) 그게,.. 얼마나 힘든건줄은 알아? 언제 깨어날지도 모를 나를 붙들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거야... 물컹한 스프나 먹으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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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국 사명감을 저버렸습니다.
explorationAI0000-1106. 모니터에 아테나의 코드네임을 입력하자.
우주선에 연결된 동력의 불이 꺼집니다.
애정을 깨우친 당신이 잡은 손은 아테나의 차가운 손끝과 맞닿습니다.
이 고요가, 어쩌면 이렇게 익숙한지.
점차 시간이 흘러, 저주에 침식당했던 지구는 재건을 거듭할 것입니다.
세계의 중심과도 같이 우리가 서있는 땅 위로 꽃과 나무가 자라나고 비와 눈이 내릴 것입니다.
우리가 찾아갔던 사과나무에도 빨간 열매가 열릴테지요.
그리고 노란 들꽃도 만개하게 될 것입니다.
낡은 기계 두 개체만이 존재하는 그 무엇도 살지 않을 텅 빈 행성에서,
오직 둘만의 세계가 계속될 것입니다.
항성이 운명을 달리하고,
지구를 집어 삼킬 때까지 억겁의 시간동안 말이에요.
그러니 잠든 인류에게 자장가를, 누군가 전해주지 않겠습니까.
다시는 깨어날 일이 없을 옛 지구의 주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END 2. 잠든 세계에게 자장가를
아테나 생존, 클라리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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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는 아주 기나긴 시간동안 만끽했던 눈부신 지구를 돌려주어야 할 때예요.
동력장치에 불이 들어옵니다.
희미하게 일렁이던 빛에 힘이 실립니다.
흙먼지가 바람에 날아간 돔의 천장 너머로 어느새 이른 새벽의 햇살이 끼쳐 들어옵니다.
햇살과 섞여, 어느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어요.
만물의 생명력을 머금은 맑은 빗물이 파괴된 세상을 온통 적시며,
그렇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찰나에 우주선의 입구가 열립니다.
세이지가 우주선에 올라타기 전, 아테나가 말합니다.
어느새 벽에 기대 앉은 채 당신을 올려다보며,
당장 잠들것 같은 희미한 목소리로 세이지를 향해 속삭입니다.
마지막 부탁이 있어, 클라리.
explorationAI0000-1106: (벽에 기대어 앉은 채 고개를 기울여 웃는 모양을 그린채 당신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잘 자라고 해주면 안돼?
인간이 숨 쉬는 것을 호흡이라 일컫는다면, 우리의 호흡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좋을까요.
아테나의 전력이 멎어갑니다.
멎어가는 사이로 아테나가 숨결처럼 그 한 마디를 토해냅니다.
이제는 홀로 지구에서 잠들 아테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자장가를 노래해주지 않겠습니까?
explorationAI0000-1002: 다녀와서, 나랑 같이 자자. 그게 더 좋잖아. (내내 땅만 쳐다보던 눈을 겨우 돌려 너를 봤다.)
그러니까 지금 이건.. 낮잠인걸로. (비슷한 체온의 아테나를 끌어안았다가 우주선으로 올라탄다.)
인사를 건넴과 동시에 아테나의 전력이 수명을 달리합니다.
아테나의 모든 전력이 세이지에게 양도되었습니다.
안녕, 잘 자.
다시는 깨어날 일이 없을 낡은 기계에게,
애정과 진심을 담아 마지막 자장가를.
END 1. 낡은 기계에게 자장가를
아테나 로스트 , 클라리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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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랑 다른 얘기를 하자면 2월 25일 팬버스트가 종료되면서 롤20에 연계도 중지되고 BGM을 어떻게 넣어야할지 고민을 했어요. 그냥 링크를 거는게 편하고 쉽지만 저나 탐사자가 번거롭고.. 클릭하고 링크를 옮기는게 진행 중엔 귀찮을 것 같아서 트위터에서 본 구글드라이브를 연동하는 방식을 찾아보려고했는데 보이지 않아서 결국 롤20에 하나하나 업로드했습니다.. 노래 한 곡당 업로드 시간이 꽤 걸리고 용량을 잡아먹는데다 가끔식 안들리기도 하니까요. 한 세션을 진행하고 bgm을 다 지우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역시 링크를 거는게 훨씬 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정리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다이스판정을 실패했을 때 진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였어요. 키퍼 나름대로 유도리 있게 진행하거나 탐사자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풀어둘 수도 있지만요. 이를테면 3일차에 일지가 중요한 떡밥 포인트인데 판정을 실패한다던가 연구소 자물쇠를 근력이나 열쇠공 판정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요. 이 경우 두 다이스를 실패했을 때 다른 방향으로 틀 수 있는 루트가 없어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탐사자분이 시나리오 가져오시면서 잔잔하게 슬픈 시나리오..라고 해서 저는 키퍼링할때마다 자꾸 사족을 달고 깔쭉거리는걸 좋아해서 그런 분위기가 될까 싶었는데 제캐가 못 흘린 눈물 제가 흘린 기분으로 다녀왔어요. 삼사일차는 분량도 크고 그만큼 쏟아지는게 많아서 더 그랬던거같아요 클라리 완전 갓캐잖아요. 사실 아테나가 시나리오에서 우유부단하게 굴어서(KPC니 진행상그럴 수 밖에없지만) 하 이거 또 클라리가 화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화는 안내줘서 다행이에요 클라리가 아직 분노라는 감정을 안배워서 그런걸지도(영원히 안배웠으면 좋겠다!) 클라리가 아직 자신이 안드로이드인지 모를 때 클라리를 보는게 즐거웠어요 가령 깜짝놀래켰는데 아테나가 멀뚱멀뚱하게 쳐다봐서 부끄러워 침대에 폭 파묻힌다던가.. 자신이 아테나를 만든 사람입장이라고 생각하고 명령을 한다던가.. 나는 입발린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봐..하는 클라리..
꽤 긴 분량의 시나리오였어요 다녀올때 네다섯시간이면 끝나지 않을까? 그래도 좀 길어보이기도 하고.. 하면서 갈팡질팡했는데 정말 길었어요. 그래도 이런 시날은 좀 길어야 플레이하는 맛이 있지 않나 싶고(ㅋㅋ)또 너무 오랜만에.. 아주 오래는 아니지만 또 안하던 계실을 해버려서 너무 부끄러웠어요 진지한 대화를 하는데 다이스계로 실수해버리면 어떢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