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로즈의 쪽지입니다. 열려있던 피에트로의 방 창가로 들어온 건 장미향이나, 5월의 바람만은 아니었던 모양이죠. 전언을 전달하는 용도로 잘 훈련된 새는 어느 날 로즈의 소유가 되더니, 넓은 저택을 배회하며 종종 당신에게 이런 식의 쪽지를 전달해주곤 했습니다. 넓은 저택에 널린 건 고용인인데도, 사람을 시켜도 될 일을 굳이 번거롭게 하는 재주가 있다니까요.
당신의 작은 주인님말이에요! 당신이 로즈의 전속 고용인으로 일하게 된 로즈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로즈는 워낙에 몸이 약해 바깥에 나간 적은 손에 꼽으니 이런 쪽에 취미를 붙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요. 저택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장미정원에서 티파티를 하는 것에 취미를 붙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지만… 조금 걸리는 게 있습니다.
당신이 전속 고용인이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딱 한 번 열렸던 티파티를 제외하면!
당신이 이 저택의 지리를 꿰고, 로즈가 익숙해지고, 당신보다 이 저택에서 오래 일한 고용인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을 지금까지도 로즈는 티파티라면 말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일까요. ……뭐, 단순 변덕이려나요? 곱게 부풀어오른 식빵에 좋아하는 딸기잼 대신 사과잼을 바르는 정도의 가벼운 변덕.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 이제 걸음을 바삐하도록 해요,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위해서라도.
…장미정원의 티파티는 분명 즐거울 테니까.
☕
☕
【피에트로, 간만에 티파티를 해보려고 해.】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라비앙 로즈】
☕☕☕
#1 장미정원의 작은 주인님
《1st Day, ㏘12:26》
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창틀을 아슬하게 넘어와서는,
방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잠시간 휴식을 즐기던 피에트로의 머리칼을 간지럽힙니다.
붉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이라 그런가,
열어둔 창문 사이로 장미향이 미미하게 흘러 들어와요.
특히 이 저택의 주변에는 유독 가득한 붉은 장미와 로즈 소유의 장미정원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택 뒷편에 만들어진 장미정원은 5월이 되면 만개한 붉은 장미로 가득찹니다.
건강한 큰 주인님과 다른 가족과는 달리 로즈는 유별리 몸이 약해서,
꽤나 오래 전 큰 주인님이 선물로 내주었던 곳이었죠.
이해는 갑니다.
실낱같은 바람이라도 제 몸을 스치면 로즈는 꼭 탈이 나서는,
바깥에 제대로 나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니까.
저택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은 큰 주인님의 마음이겠죠.
당신도 그 마음에 포함되는 거였을 지도 몰라요.
큰 주인님은 바쁘니 비슷한 나잇대의 당신을 전속 고용인으로 고용해서는,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이 항상 옆에 있도록,
그래서일지, 우리의 작은 주인님은 이 저택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골이 나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DICE:피에트로는 관찰판정.
피에트로 구스타브: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고개를 잠깐 돌렸더니 언제부턴지 옆에 와있는 이 새라던가?
그래요.
이렇게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부를 일이 생기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꼭 잘 훈련시킨 새의 발목에 할 말이 적힌 종이를 묶어서 보내곤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오늘은 포함한 평소에 로즈가 줄곧 피에트로에게 짖궂게 굴기는 했지만..
휴식은 그만두는 건 언제나 아까운 법이죠.
오늘의 로즈는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피에트로가 종이를 펼치면,
【 피에트로, 간만에 티파티를 할 거야.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라비앙 로즈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로즈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다만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피에트로는 당황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꽤 오래 전에 딱 한 번.
피에트로와 티파티를 했던 이후로 티파티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뭐,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게
전속고용인의 운명 아니겠어요?
로즈의 부름에 답하기로 합시다, 피에트로!
피에트로 구스타브:갑자기 무슨 일일까.. (로즈가 있는 장미정원으로 이동합니다.)
.
.
#2 장미정원과 티파티《1st Day, ㏘12:43》
《1st Day, ㏘12:43》
자박자박ㅡ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저택 뒷편과 연결된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그 정도야 이 저택에 오랜 시간 있던 피에트로에게 모를 일은 아닙니다.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정원사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뒷 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맘때의 초목은 제멋대로 푸르러서, 5월의 바람에 또 제멋대로 나부꼈죠.
그 풍경이 보기 나쁘진 않네요.
머지 않아 보이는 장미정원의 입구 앞에는,
언제부턴가 아치형의 지지대를 세워서 장미가 그를 따라 자라도록 했습니다.
누가봐도 장미정원의 입구임을 알 수 있도록요.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서,
정오와 같은 지금이 되면 따스한 햇빛이 투명한 유리를 통과해 들어옵니다.
몸이 약한 로즈가 감기에 걸릴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라비앙 로즈:.. 피에트로?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반쯤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숨 막히게 피어 있는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은 그 말을 증명합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평소에 장미정원의 중앙은 의자나 몸이 약한 로즈를 위한 담요라던가, 그런 게 있곤 했죠.
대개 있는 것은 작은 부피의 것들이라 항상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로즈였지만…
오늘만큼은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찻잔, 디저트 따위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로즈의 필체로 적힌 쪽지의 내용은 괜히 적은 게 아니었나봐요.
라비앙 로즈:왔구나, 앉아. 내 맞은 편에 의자를 뒀어.
피에트로 구스타브:(습관처럼 주전자부터 들곤) 차, 드시겠어요?
라비앙 로즈:(익숙하게 드는 네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말렸다.) 쓰읍, 내가 할거야, 이리 줘. (네 손에 들린 주전자를 제가 가져가더니 너를 앉혔다.)
피에트로 구스타브:(얌전히 앉혀짐..) 무슨 바람이 불었길레 티파티인가요?
라비앙 로즈:(묘하게 뿌듯해짐..) 그냥.. (네 자리에 있는 흰색의 찻잔에 차를 따르면 실론티가 메워진다.) 변덕이지. 어릴 때 말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네가 (힐끔) 고생도 많이.. 했고.. (조금 목소리가 작아졌다) 쉬는것처럼 일할 때도 있어야하잖아?(잔에 적당히 차가 채워지면 사과 잼을 덜어 네게 내밀었다.)사과홍차도 괜찮지?
피에트로 구스타브:저는 고용인인걸요. 이런 일을 하는건 당연 하답니다. 그래도 아가씨가 주시는 작은 선물이니 거절 할 이유는 없겠지만요. (사과 잼을 받고) 네, 사과홍차도 좋아해요. ...하지만 역시 이렇게 받기만 하는 것엔 익숙치 않네요.
라비앙 로즈:(곧 제 잔에도 차를 따르고 주전자를 내려놓은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말하면야, (마치 아까 했던 말을 취소하겠다는 것처럼 굴었다.-취소한건 아니지만- 게다가 로즈가 어지간히 부려먹긴 했지만) 이런 자리까지 마련했는데 일하고 싶어?(힐끔)
피에트로 구스타브:그저, 몸에 배인 것 이겠죠.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의 사용인으로 일해 왔으니까요. 갑자기 다른 사람도 아닌 아가씨로부터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익숙치 않은 것 뿐일지도요. ...아, 그렇다고 이 자리가 불편하다는건 아니니까요. (차를 호로록 마셨다.)
피에트로가 차에 입을 대면 사과잼의 사과 맛이라던가, 실론 특유 감귤류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차도, 잼도, 무엇 하나 고품질의 것이 아닌 게 없으니 맛은 좋을 수밖에요.
라비앙 로즈:(같이 잔을 들어 차를 마시는가 싶으면) 하기야, 그렇지. 내가 대접해주는게 쉬운 일도 아니니까.(해보기도 전에 쓰러질지도 모르지. 농담처럼 얘기하곤 아까 다녀온 새에게 빵을 뜯어 던져주었다.) 자리가 불편한게 아니라면 다행이고.
...(가만히 시선을 굴리며 조용히 있다가) 자주할까? 티파티.
피에트로 구스타브:물론, 아가씨가 원하신다면 자주 해도 좋아요. 하지만 가끔은 제가 대접하게 해주실거죠? 아가씨가 쓰러지지 않게 잘 보살피는건 제 역할이니까요. (차를 한모금 더 머금고) ...오늘따라 차의 향이 좋은 것 같네요. 아가씨가 오랜만에 따라준 차여서 그런걸까.
라비앙 로즈:..(네 대답에 물끄러미 바라보고 고개를 아래로 내린 채) 당연하지, 오늘은 특별한 날인 줄 알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걸.(짐짓 눈을 가늘게 뜨곤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허세가 만발합니다.) 향이 좋지? 오늘을 위해서 특별히 신경쓴 것 같더라. (그리고 피에트로를 따라 잔을 들었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의 햇빛이 유리온실의 창 근처를 멤돌아,
이 티파티 테이블에는 더위를 탔다면 더울 정도의 햇볕이 들어 옵니다.
햇볕향이 있다면 이 곳의 장미향과 어울려 제법 근사한 향을 내었을 것 같습니다.
약간 열어 둔 유리온실의 문으로 미미한 바람이 들어오고,
그 바람이 피에트로의 머리카락을 살랑였다는 감각이 들 그 때.
쨍그랑!
갑작스레 눈 앞에서 들린 파열음의 원천은 당신의 앞, 로즈입니다.
로즈 몫의 찻잔이 보기 좋게 깨져서 정원 바닥을 뒹굴고 있군요.
로즈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입니다.
멀뚱히 찻잔이 깨진 자리를 보는 로즈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습니다.
라비앙 로즈:..(깜짝놀라 굳어서는 깨진 찻잔을 멍하니 바라보다 인상을 구겼다.)
피에트로 구스타브:(깨진 찻잔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로즈를 보호 했다.) 아가씨 괜찮으신가요? 위험하니까 이건 제가 처리 할게요. 차가 뜨거우니 조심 해야 해요.
라비앙 로즈:.... .. (한참 뚫어져라 찻잔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응, 괜찮아. 손에 힘이 빠졌나봐.(잔을 잡고 있었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됐어, 나중에 다른 사람보고 치우라고 하자.
이래서야, 로즈는 찻잔도 없이 티파티를 하게 생겼어요.
옆에서 몇 년이고 모셔온 전속 고용인의 입장에서 이런 디테일을 챙기지 않을 수 없죠.
어디, 여유 찻잔이 있을까요?
피에트로 구스타브:곧 새 찻잔을 가져올게요. (주변에 새 찻잔이 있는지 둘러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곱게 부푼 식빵에 약간의 스콘과 그에 곁들일 오렌지 마멀레이드,사과잼,
하얀 생크림이 차곡차곡 올려진 스펀지 케이크와 여전히 실론티가 들어있는 찻주전자와….
아, 저 한 구석에 있는 찻잔이 있습니다.
저걸 사용하길 권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피에트로 구스타브:마침 준비되어 있어서 다행이네요. (구석에 있는 찻잔을 가져와 로즈 앞에 둡니다.) 이걸로 괜찮으신가요? 스콘과 케이크도 있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라비앙 로즈:(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봐.(책을 어질러진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가 고개를 돌려 네 뒷편에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으음..
(그리고 네게로 시선을 고정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네. 바로 물건을 받고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저녁먹고 밤에 해도 괜찮지?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물론 아가씨가 편하신대로. 그럼 저녁 준비 해드릴까요?
라비앙 로즈:아마 다른 고용인들이 하고 있을거야.(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럼 피에트로, 밤이 되면 내 방으로 와줄래? 그 때까지 그 물건은 네가 갖고 있어. 나한테 들려줄 얘기도.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은 방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라비앙 로즈:(나쁘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게 좋겠다-
그래요, 생각해보니 조금 전에 저택에 왔을 때도 다들 저녁준비로 분주했죠.
로즈가 규칙성없이 쌓아둔 서적을 난감해하더니 이내 소파를 벗어나 피에트로의 앞으로 다가옵니다.
로즈가 문을 열면 본래 목재의 낡은 소음이 귓전에 울리고 먼저 서재를 앞서 나갑니다.
.
.
#5 저택에 밤이 내리면
《1st Day, ㏘9:43》
저택 안의 사람들이 모두 저녁식사를 끝낼 즈음이면
식당은 설거짓거리를 처리하는 움직임으로 바빠지다가,
이 시간쯤 되면 다들 자신의 방으로 자러 가거나,
퇴근을 하거나 해서 식당이나 저택 어디를 가릴 것 없이 고요해집니다.
저벅저벅― 적막이 내려앉은 저택을 당신의 발소리가 메웁니다.
당신은 로즈의 방에 볼일이 있으니까요.
이 상자도, 얘기도. 전부 전해주기로 했으니까.
가볍게 로즈의 방문을 두들기면,
라비앙 로즈:들어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이 들립니다.
…서재에서의 고요함은 잊힐 정도로, 나긋하지만 분명합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면 당연하게도 피에트로의 방보다는 훨씬 넉넉한 크기에,
로즈 혼자서 눕는다기엔 벅찬 크기의 침대나 탁상, 피아노나 작은 서랍장,
해가 떠 있는 동안 로즈의 말을 전해 주었던 새가 있는 새장…
세련되고 비싸보이는 가구들이 로즈의 방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침대 옆의 창문은 꽤나 커서인지, 그를 가려놓은 커튼도 꽤나 큰 편입니다.
로즈는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당신을 봅니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꽤 편한 옷차림이네요.
라비앙 로즈:기다리고 있었어, 옆에 앉을래? (침대 옆 폭신한 방석이 깔린 등받이 의자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아가씨는.. 잘 준비를 하고 계셨군요. (침대 옆 등받이 의자에 조심스레 앉았다.)
라비앙 로즈:(가만히 바라보다가) 아, 상자도 들고왔지?
피에트로 구스타브:물론이죠. 여기. 부탁하신 물건입니다. (상자를 로즈에게 내밀었다.)
라비앙 로즈:(네가 건내주는 상자를 받아들고 시선을 옮겼다가 여전히 쥐고 있는채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괜히 자리에 고쳐 앉고는) 그래서, 번화가에 가니까 어땠어?
피에트로 구스타브:사람이 많았답니다. 상인들도 많았고, 연극을 홍보하는 소년이나 커피를 마시는 여성분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북적하고 다들 즐거워 보이고... 내일은 평안기원제를 한다고 해요. 준비한 이벤트가 많은 모양이라.. 가능하면 내일 아가씨와 평안기원제를 가면 어떨까.. 생각은 했었답니다.
라비앙 로즈:평안기원제?(가만히 숨을 내쉬고 단어를 읊어보다가) 그런축제가 있어?(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나 한번도 거기 가본적 없어.(가봤다면 피에트로도 함께 했을테고 그런 적이 없으니 당연한 말이었다.) 뭐하는 축젠데?
피에트로 구스타브: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로즈 스트리트의 큰 행사라고 해요. 요즘 같은 더위를 별탈 없이 지내길 기원 하는.. 그런 행사라고 생각 되네요. 그 축제를 따라 끝까지 걷게 된다면 앞으로도 더운 날을 무사히 보낼거라는... 그런 이야기가 있나봐요. 노점상도 많고, 연극도 하는 모양이라 아가씨와 가면 좋을 것 같지만 역시.. 힘들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라비앙 로즈:그래? (가만히 생각하는듯 허공을 바라봤다. 생각하는듯 입을 다물고 있으면 졸린듯 눈을 느릿하게 뜨고는) 가면 재밌겠다. 무사히 보낼 수 있다고하면 나 오라고 부르는건데-.. 연극이라면?(네게 설명을 구하듯 고개를 기울였다)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질문에 이어 답하며) 피타레 연극단이라고 하는 시간도 장소도 알려지지 않은 연극단이라고 해요. 하지만 분명히 그런데도 사람이 많을정도로 인기가 많고 그들의 연기는 실제와 같아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을 하는 것 같고 복수심에 물든 사람은 복수를 할 것 같다고 알려진 연극단이라고 해요.. 결말은... 그렇게 좋진 않은 모양이지만 그정도로 추천 하는 것을보면 분명 이유가 있겠죠. 아가씨는 흥미가 있나요? 물론.. 저희가 시간과 장소를 찾지못하면 볼 수 없겠지만..
라비앙 로즈:궁금하지- 장소도 시간도 안 알려준다고 하니까.(기울인 고개를 바로하고 끄덕였다.) 네 얘기듣고 더 궁금해졌어.(결말이 안좋은건 아쉽지만.. 그래도 축제니까. 중얼거리며 타협점을 찾고는 작게 하품했다.) 나갔다 온거 재밌었겠네. 너도 간만에 외출한거잖아?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모두 아가씨 덕이에요.. 다녀오면서 아가씨와 이 거리를 걸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럼, 내일 저와 함께 평안기원제에 가실래요? 제가 잘 안내 해드릴테니까. 오늘의 아쉬운 티파티를 내일의 축제로 달래봐요.
라비앙 로즈:(제 덕이라는 말에 연하게 웃음이 번지다가도 입가를 고쳐보지만 나갈 생각에 꽤 즐거웠다. 기대라도 되는 양 네 손을 잡고) 그럴까? 내일 내 몸상태가 좋으면.. 번화가로 가자.
번화가에 나가면 즐거울 것 같아.
피곤해보이던 로즈는 기대가 되는듯 조금 들뜬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목소리도 그렇고, 당신의 작은 주인님의 약한 몸은 한계를 맞이했나봐요.
평소에 열지도 않는 티파티를 연다느니,
일부러 당신을 신경써서 마차가 있는 곳까지 바래다 준다느니.
피에트로에겐 무리가 없을 일들이지만 로즈는 조금 다르겠죠.
오늘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해볼까요.
언젠가 잠이 깰 때와 같이 눈을 깜빡입니다, 만…
라비앙 로즈:(가만히 누워서 고개를 돌렸다.) 피에트로, 내가 잠들기 전까지 옆에 있어야 돼.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더니) 그러면 나도 네 건강이 옮아서 내일 번화가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피에트로 구스타브:(가만 너를 보곤) ...좋아요. 아가씨가 잠들때까지 곁에 있어 드릴게요. 좋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농담같은 소리를 덧붙이고 로즈는 만족한듯 미약하게 웃습니다.
졸려서 어리광을 피우는 걸까요.
평소엔 그러지도 않던 사람이….
로즈가 눈을 감고 일정한 숨소리가 이어지면,
새근새근. 미약한 웃음은 미약한 숨소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잠들 때까지 있어달라고 했었죠.
슬슬 나가도 되련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 소리와 이따금 창문을 울리는 조금 강한 바람 소리만이 이 방을 채우고,
커튼이 채 가리지 못한 달빛이 연푸르게 로즈 주위에서 일렁입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피에트로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곧 서재에서와 같이 로즈가 영원히 눈을 감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겠죠.
여전히 로즈의 숨소리는 꺼지지 않는데도, 왜 그런 이상한 예감이 밀려오는지…
어쩌면 피에트로가 피곤해서일 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꽤 많은 것을 했으니까요. 로즈만큼 약한 몸은 아니더라도, 꽤 지칠 법도 하죠.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피에트로는 로즈를 뒤로 하고 나옵니다.
그리고 피에트로가 잠자리에 들자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
.
#6 저택에 아침이 밝아오면
《2st Day, ㏂7:24》
바깥부터 들리는 꽤 분주한 발걸음, 소음, 바깥에서부터 들리는 미약한 새소리…
아, 아침입니다. 그것도 꽤 이른 아침이요.
어제… 로즈의 방을 들렸다가,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엎어졌었죠.
머리맡에 폭신한 감촉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피에트로가 몸을 일으키면…
DICE:피에트로 건강 판정.
피에트로 구스타브:
건강
기준치:
85/42/17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
이걸?
하지만 피에트로니까요. 오늘도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몸상태입니다.
적당히 피로가 풀리고, 적당히 오늘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네요.
(이정도면 로즈가 정말 건강을 옮아간걸지도)
어쨌든, 오늘 하루도 기지개라도 피면서 시작해보자고요!
로즈는 일어났을까요?
바깥이 분주한 걸 보면 곧 아침식사를 할 때가 되었을 거예요.
한 번쯤 방문을 두드려봐도 좋을 것 같아요.
피에트로 구스타브:(로즈의 방문을 살짝 두드리며) 아가씨?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똑똑.
끼이익―
로즈의 방문을 두드리면 들어오라는 말 대신 안 쪽의 누군가가 방문을 열어줍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로즈네요.
로즈? 하지만 어쩐지 떨떠름합니다.
그도 그럴 게, 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로즈는 이렇게 나서서 문을 열어주기보다는 어제처럼 들어오라고 말을 건네는 편이었던 걸요.
몸이 약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라비앙 로즈:(문을 활짝 열고 어딘지 신난 기색이 표정에 어렸다) 좋은 아침이야 피에트로.
게다가 오늘따라 어딘가… 묘하게 들떠보이지 않나요?
곧 그 의문이 사실이라는 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라비앙 로즈:나 이상하게 오늘 몸상태가 진짜 좋은 것 같아(피에트로 건강수치봄 안봄)
아직 커튼이 쳐진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옅은 아침 햇살을 등진 로즈는
가뿐히 팔을 들어올려본다거나 기지개를 핀다거나, 가볍게 간단한 스트레칭을 합니다.
라비앙 로즈:(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여전히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잠깐 이리 들어올래?
피에트로 구스타브:(제 건강을 조금이라도 덜어간걸까 차라리 그게 낫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로즈에게 다가갔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시네요. 다행이에요. 축제에도 갈 수 있겠어요.
무슨 일일까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로즈는 당신을 이끌고, 창문으로 향합니다.
촤아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걷힌 커튼.
달칵, 잠금쇠로 고정되어 있던 창문이 열리는 소리.
열리는 창문 틈새로 아침 특유의 선선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가볍게 머리칼이 흩어지면, 로즈는 창 너머의 바깥을 보는 듯 합니다.
바깥은 어제와 다름없이 푸르고, 맑은 풍경이긴 합니다만…
감히 로즈의 의중을 짐작할 수 없습니다. 무슨 생각일까요?
라비앙 로즈:(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오늘 날도 되게 좋아, 너는 어때? 몸은 괜찮아?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꼭 정답까지 가는 길을 헤매지 않고 찾아가도록 놓인 쿠키를 하나하나 줍는 기분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시선은 바깥에 둔 채로 툭 던진 듯한 말에 짚이는 구석은…
DICE:피에트로 지능 판정.
피에트로 구스타브: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내일, 내 몸상태가 좋으면……"
"…번화가로 나가자."
…아. 그러고 보니 어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로즈의 몸상태가 좋으면 번화가에 나가자고요.
라비앙 로즈:그래서 말인데, 피에트로. 아침을 먹고 나면 네 말대로 같이 번화가에 나가자.
피에트로 구스타브:좋아요. 안전하게 모셔드릴테니까.. 오늘은 편하게 번화가 구경을 하도록 해요.
어쩌면 예상했듯이, 혹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어젯밤의 로즈와 지금의 로즈가 겹칩니다.
…그래요, 평안기원제라느니, 연극단이라느니,
온갖 볼 거리는 오늘 다 몰리고, 로즈는 몸상태가 좋고, 날은 맑고.
무엇이 부족해서 나가지 못하겠어요?
이렇게 모든 조건이 잘 맞는 걸 보면 오늘은 특별한 날일 지도요.
라비앙 로즈:좋아! 그럼, 음..(짧게 고민하는 소리를 내었다.) 아침을 먹고 마차타는 곳에서 만나자. 어때?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알겠어요. 아침을 먹고 난 후에 마차타는 곳에서 만나도록 해요.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앙 로즈:(네 대답이 마음에 든 듯 다시 창문너머를 바라봤다. 조용히 눈을 감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다가) 오늘 진짜 좋은 예감이 든다니까? 왠지 연극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피에트로 구스타브:정말요? 아가씨가 그런 감이 든다면 정말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가씨의 감을 믿으니까요. (로즈가 들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 오늘 즐겁게 놀아보도록 해요.
라비앙 로즈:(즐거운 낯이 비치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나섰다.) 그치? 얼른 나가서 놀고 싶어. 거의 처음 외출하는거나 다름없잖아ㅡ. 얼른 준비해야겠지? (먼저 방을 나서다 고개를 돌려 피에트로를 바라봤다) 혹시라도 늦으면 안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인사를 건넨 로즈가 먼저 방을 나섭니다.
피에트로만 남은 방에는 적막이 들어차네요.
작은 주인님도 준비하러 갔으니, 피에트로도 나설준비를 해볼까요?
피에트로 구스타브:(아가씨보다 먼저 나가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서둘리 준비를 합니다.)
.
.
준비를 마치고 둘이 보자고 한 곳에서 만나면,
로즈는 평소 집에서 보던 편한 옷차림의 모습이 아닙니다.
라비앙 로즈:..피에트로!(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는 너를 보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바깥에 나오는 건 오랜만이라고 꽤나 온 몸에 힘을 줘서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혀놓은 모양새가 감탄이 나올 만 합니다.
…그렇게 약간의 상념에 젖어있으면 그 새 눈 앞에는 어제도 탔던 로즈의 마차가 있습니다.
라비앙 로즈:(조금 조급하게 와서는 숨을 몇번 몰아쉬었지만 그것마저 즐거워보였다) 얼른 가자. 잡아줘야지-? (네게 손을 내밀고 마차로 들어가길 기다렸다.)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럼요. 그럼 타시죠 아가씨. (로즈의 손을 잡아 마차로 이끌어 주었다.)
라비앙 로즈:(잡힌 손을 꽉 쥐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안착한 의자를 몇번 두드리더니) 오늘 제대로 구경시켜주기로 한거 잊으면 안돼?
마차의 문을 닫으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제와 같습니다.
서서히 창 너머로 저택이 멀어집니다.
그렇게 저택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여전히 맑습니다.
비가 온다거나, 하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을 만큼 맑아요.
로즈는 바깥의 풍경을 가만 바라봅니다.
덜컹― 마차의 바퀴에 무엇인가 걸려 짧게 나는 단말마와 함께…
DICE:피에트로 관찰 판정.
피에트로 구스타브: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투명한 창가에 비친 로즈의 모습에서,
혹은 얼핏 미미하게 흔들린 로즈의 옆모습에서 가라앉은 눈빛을 발견합니다. ……왜?
.
.
#7 번화가와 작은 주인님
《2st Day, ㏂11:48》
덜컹ㅡ
얼마나 지났을까요?
슬슬 번화가에 도착할 즈음이 아닐까,
싶으면 과연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섭니다. 내려도 괜찮겠어요.
……피에트로와 로즈가 마차에서 내리면, 어제와 같은 분수대가 보이는 곳입니다.
조금만 둘러봐도 번화가의 공기는 어제보다 들떠보이고,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혼잡한 느낌이 물씬합니다.
일찍이 장사를 시작한 좌판도 보이는군요.
들뜬 로즈가 앞서나가네요. 로즈를 놓치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기껏 나온 거리에서 로즈를 놓치면 곤란하겠죠?
라비앙 로즈:(네가 안내해주기를 못 기다리고 한참 앞서나가다가 뒤를 돌아봤다.) ㅡ 놓치면 안되는거 알지?
피에트로 구스타브:아가씨 너무 급하게 가시다 길 잃어 버려요. 천천히 가도록해요. (로즈를 한눈도 빠지지않고 따라 다녔다.)
로즈를 따라 발을 맞춰가면 여러 가게들이 축제를 기념해 알록달록 장식되어있습니다.
악세서리점, [꽃집], 카페…. 그리고 [골동품 가게]가 보이네요. 아, 어제 닫혀있던 그 가게들 중 하나예요.
좌판에 [먹을걸 늘어놓고 파는 행상인]들도 보입니다.
라비앙 로즈:(결국 네 속도를 맞추기위해 걸음을 멈춰서서는) 늦어. (눈을 가늘게 떴다.)
(To GM)rolling 1d100<25
(
63
)
=
0 Successes
라비앙 로즈:
(To GM)rolling 1d4
(
3
)
=
3
피에트로 구스타브: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은 많으니까요. 음.. 어디부터 가보고 싶으신가요? 꽃집도 좋아 보이는데..
라비앙 로즈:(네가 다가오는걸 기다리기 위해 서있으면 미간을 찌푸리고는 귀를 몇번 가볍게 치고는 다시 너를 바라봤다) .. 뭐? 어디라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못 들었어!
피에트로 구스타브:.... (로즈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곤) 꽃집부터 가볼까요? 아가씨를 닮은 예쁜 꽃들이 많을 것 같아요.
라비앙 로즈:(아마 아가씨를 닮은 예쁜 꽃만 열심히 들은 것 같아요. 인상을 펴고 주변을 둘러보다 네가 말한 가게를 발견하곤 네 손을 끌다싶이하여 앞서나갔다)
왕왕ㅡ!
문 앞에서 사람 손길을 잔뜩 타 귀여움받고 있던 강아지가 반겨줍니다.
축제날이라 그런걸까요, 화관이나 꽃 브로치, 풀팔찌 등 가볍게 하고 다닐 수 있는 장신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축제를 삼아 고백이라도 하려는지, 꽃다발을 들고 나가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라비앙 로즈:..(어지간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주목하듯 빤히 바라봤다) .... ..
너도 저거 할래? (화관을 쓰고 가게를 나가는 사람을 가리켰다.)
피에트로 구스타브:저보단 아가씨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가볍게 웃었다.)
라비앙 로즈:하지만 나는 이미 뭘 쓰고 있잖아? (제머리에 씌인걸 정리하듯 만지더니) 나만 쓰고 있으니까 너도 해야지.
(더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하얀 풀꽃이 잘 어우러져 엮인 화관을 집어들었다) 이게 괜찮겠네.(손을 까딱이며 오라는듯 불렀다)
피에트로 구스타브:(얌전히 로즈에게 다가갔다)
라비앙 로즈:(다가온 네게 손을 들어 눌리지 않게 머리에 얹었다) 이거지.(만족스러운 사용인이 되었어요)
피에트로 구스타브:..... 잘 어울리나요? (아가씨께서 해주신 것이니 별다른말은 하지 않았다.)
라비앙 로즈:물론이지. (이거해주려고 여길 왔나봐~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기분좋게 흥얼거리며 가게를 둘러봤다.) 내 정원에도 다른 꽃을 심는게 좋을까?
피에트로 구스타브:저는 충분히 지금의 장미정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가씨가 다른 꽃을 심고 싶다면 말릴 이유는 없겠죠. 눈에 밟히는 꽃이라도 있으신가요?
라비앙 로즈:(역시 그런가? 네 말에 가만히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절레 젓고는) 그냥 보는데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서, 여러 꽃이 있으면 이쁘잖아? (곧 화려하게 정리된 꽃들에서 시선을 거두고)
네가 그것도 괜찮다니까 그대로 둘래.(점원이 있는 곳으로 가 네가 쓰고 있는 화관을 사러갔다)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런 것 같아요. 어제 말한대로 정말 사람이 많네요 얼른 줄 서지 않으면 표가 전부 나갈 것 같아요. 연극.. 보실거죠?
라비앙 로즈:.. 물론이지! 얼른 보러가자!(너를 붙잡고 후다닥 대열에 맞춰 서있는 줄 뒤로 섰다.)
줄에 사람이 많건, 적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눈을 반짝이는 듯, 어쩌면 들뜬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걸지,
피에트로가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한껏 팔짱을 끼고는 당당히 줄로 다가가는 꼴이란….
정말이지, 이럴 때는 바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게 태가 납니다.
둘이 줄로 다가가 서면, 단원의 주도 하에 신속하게 줄어드는 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립니다.
볕이 따가울 정도는 아니라 강한 햇빛에 쓰러지진 않겠지만, 당신의 로즈는 조금 힘드려나요?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둘은 입장권을 구매합니다.
입장권 값의 걱정은 없어요. 그야, 당신의 로즈의 재력은 상당하잖아요?
어쩌면 예상했듯이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만,
나름 무난한 자리를 얻습니다. 피레타 연극단의 인기가 대단한 걸 생각하면 이정도면 선방이에요.
라비앙 로즈:(표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도 표가 다 나간건 아니라서 다행이야, 그치?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나름대로 운이 좋은걸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이 연극은 조금 궁금하니까요. (조금 기대한 얼굴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라비앙 로즈:내 말이 맞잖아, 어쩐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니까? (사람들이 들어차고, 웅성거림이 커지면서 기대감도 함께 커지듯 발을 작게 굴렸다)
짝짝짝짝짝―
입장권에 새겨진 자리에 앉고 얼마간이 지나면,
주변의 박수소리와 함께 반쯤은 환했던 조명이 꺼집니다. 시작하려나봐요.
───
한 시골마을에서 일 잘하고 활달한 소녀인 레일리가 이 연극의 주인공으로, 마을사람들의 평판이 아주 좋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레일리에게 삯을 주고 이것저것 부탁하는 장면에서 레일리는 과장된 모양새로 고민하다 선택하는 식의 연출이 이어지며 하루를 보내죠.
그러던 어느 날, 레일리는 마을의 촌장님에게 손수 이 마을 외진 곳의 저택에 오는 도련님의 전속고용인의 역할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도련님은 척봐도 유약해보이는 인상, 예민해보이는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를 지닌 사람으로, 첫 인상은 꽤 별로였습니다.
에스칼 D. 라폰드네라니, 이름도 거창하고 재수없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에스칼도 차차 그런 레일리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그런 식의 진부하고 뻔한 로맨스 전개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행복도 잠시, 본래도 약해보였던 에스칼이 픽 쓰러지며, 레일리가 다급히 에스칼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암전됩니다. 타이밍이 꽤 절묘하군요.
에스칼: 레일리, 나는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야.
네 일도 오늘 밤으로 끝이겠지. 그러니까,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레일리.
어느덧 조명이 들어오고 바뀐 세트장은 밤하늘의 배경에 하얀 별이 섬세하게 총총 박혀 있어 꽤 정교하고,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모형또한 그 모양새가 세련된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로즈저택의 장미정원만은 아니어도, 이런 모형으로 장미정원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신기하네요.
레일리와 에스칼은 그런 장미정원에 언젠가 레일리가 설치해 둔 2인용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에스칼은 여태 털어놓지 않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고,
레일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며 웃습니다.
약간의 훌쩍임은 레일리의 것이겠죠.
한 손으로는 붉게 물들어가는 눈가를 닦고 한 손으로는 에스칼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 깍지낍니다.
또 다시 정적.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 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레일리의 방백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레일리에게 잠시 집중되고,
이어 에스칼이 입을 열면 스포트라이트는 에스칼에게 향합니다.
에스칼: 마지막 부탁이 있어. 내가 죽으면…… 네가 가꿨던 이 장미정원에 묻어줄래?
그 질문이 극장 내부를 잔잔히 울리고도 레일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도맡을 때에도, 도련님을 처음 맡겠다고 했을 때에도,
과장된 모양새로 연출되었던 '선택'의 순간은 지금에서는 그 선택,
본연의 모습으로 연출됩니다. 잔잔하고도 조용하게.
레일리: ……좋아요.
그 말뿐이었습니다.
그 뒤 에스칼과 레일리는 맞잡은 손을 견고히 하고 서로를 눈에 담으려는 듯 마주봅니다.
맞잡지 않은 손으로 레일리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에스칼: 잘 자. 좋은 꿈 꿔.
그리고 무대는 천천히 암전됩니다.
암전되고 조명이 다시 돌아오는 그 사이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쩌면 끝이 뻔한 이야기는 오히려 뻔해서 사람의 눈물을 자극하곤 하죠.
……다시 조명이 켜지고, 환해진 무대에는 익숙한 장미 모형에 익숙하지 않고 어설픈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 가만히 서있는 레일리.
누가 말하지 않아도 에스칼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는 명백합니다.
한 때 레일리가 사랑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행복하겠죠. 레일리는 부탁을 들어줬고, 그는 추억의 잔재속에 소원대로 묻혔는 걸요.
이 저택도, 이 장미정원도. 레일리가 발걸음하지 않는다면 이젠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곳이 될 겁니다.
이 저택은,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기억해줄 당신만 있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짝짝짝짝짝―
연극이 시작할 때와 비슷하지만, 더 큰 박수소리가 극장 내부를 메웁니다.
연극에서 봤던 익숙한 레일리와 에스칼, 그 외 조연들이 무대에 나란히 서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과연, 피레타 연극단의 명성은 괜히 자자한 것이 아니었군요.
괜찮은 연출에, 괜찮은 배우, 괜찮은 소품으로 이루어진 잘 짜인 연극입니다.
꽤 긴 시간 박수가 멈추지 않아 자연스레 퇴장도 늦어집니다.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로즈도 연극이 꽤 만족스러웠던 건지 어째……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가는 지금도 어떤 생각에 골몰해있는 눈치네요.
피에트로 구스타브:(분명히 멋진 연극이었지만 저 역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자리에 일어서기가 쉽지 않았고 말도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 아가씨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것만 같아서 분명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멋진 연극이었네요. 그렇죠?
라비앙 로즈:...(가만히 자리에 앉아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묘한 생각이 피어올라 네 물음에도 한동안 답을 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앉아있었다) ... ..아, 응. (볼가를 쓸어내리다 무대에서 시선을 돌려 너를 바라보고) 네 말대로 연기가 훌륭하네. ..정원은 우리집보다 못 꾸몄더라.
피에트로 구스타브:후후, 그거야 무대장치 일테니까요. 아가씨의 정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장소예요. (손을 내밀어) 자, 그럼 저희도 이제 나갈까요? 아직 재미있는게 더 남아 있을거예요.
라비앙 로즈:(네 말에 조금 만족스러운지 웃음을 짓다가) 무대장치에 비할 바가 아니지.(조금 기세등등해졌고) ..(소리없이 숨을 내쉰 다음 내민 손을 잡고 느릿하게 일어났다) 그렇지? 아직, 축제도 남았으니까. 얼른 나가자.
.
.
#8 다가올 여름이 평온하길
《2st Day, ㏘6:34》
로즈와 피에트로가 바깥으로 나오면……
어쩐지, 조금 전보다도 더 들뜬 분위기 같지 않나요?
평소 같으면 다들 저녁 준비에 한창일 때라 꽤나 한산해질 시간의 거리가 한낮과 같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펑―!
그렇지만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얼마간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폭죽소리가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니까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수놓는 붉은 색의 폭죽이 있습니다.
로즈 스트리트, 라는 이름답게 장미모양이에요.
펑, 펑― 폭죽 소리가 몇 번 더 들리더니 같은 색의 붉은 장미가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별들과 함께 하늘을 장식합니다.
저택의 붉은 장미와 비교하면 향도 없고, 모양도 금세 흐트러지는 것이지만
한 순간 눈에 담기에는 부족함없는 광경이군요.
…폭죽은 짧습니다. 어디까지나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니까요.
원칙대로라면 로즈 스트리트의 시작에서 출발해야하지만,
평안기원제는 순수한 즐거움과 다가올 여름의 안녕이 목적이니까요.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들뜬 발걸음으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갑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을 맞잡고, 손녀의 부축을 받아 발걸음을 옮기는 할머니가,
연인으로 보이는 둘은 깍지낀 손을 놓을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각자가 아끼는 사람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 소리는 거리 전체를 메워서, 소음마저도 혼잡합니다.
라비앙 로즈:뭐해? 그리 멀뚱하게 서서.
그 광경이 꽤나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따스했나요. 잠시 정신을 어딘가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건네온 한 마디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당연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 있었겠죠.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눈을 반짝이는 듯, 어쩌면 들뜬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전개, 뭔가 익숙한데요.
잠―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는 듯 피에트로가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 손을 잡아 당당히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가는 꼴이란….
정말이지, 이럴 때는 바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게 티가 난다니까요.
그 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걸지……
DICE:피에트로는 지능 판정.
피에트로 구스타브: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 보니, 오늘 꽤 오랜 시간 돌아다녔습니다.
정오가 채 되기 전에 번화가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구경하다가, 또 연극을 보고,
또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걷고 있잖아요?
아, 자각하는 동시에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입니다.
라비앙 로즈:(연극을 보고 가라앉은 기색은 금방 사라지고 축제에 금방 신이 난 듯 네 손을 붙잡고 행렬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끝까지 걸으면 내내 평안할거라고 했지? 이왕이면 끝까지 갈까?
피에트로 구스타브:아가씨, 그러다 길 잃어버려요. 천천히 가도록 해요. (로즈의 손에 잡힌 채 따라 걸으며) 네, 분명 그런 말이 있었죠. 끝까지 가면 좋을 것 같지만.. 아가씨는 피곤하지 않으신가요? 오늘 하루종일 움직였잖아요.
라비앙 로즈:(괜찮아! 어차피 사람들 따라 걷는건데. 의기양양하게 말하고는) ㅡ조금 피곤하긴 한데, 오늘 아니면 언제 이렇게 돌아다녀보겠어.(고개를 휙돌려 바라봤다) 지금 안즐겨두면 또 집에만 콕 박혀있어야 할지도 모를걸?(손가락으로 콕 너를 짚었다)
피에트로 구스타브:아가씨가 힘들지 않다면 문제 없겠지만요. 그러네요 이런 축제 좀처럼 아가씨와 함께하기 쉽지 않을테니 즐길 수 있을때 즐겨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 꼭 끝까지 걸어보도록 해요. (손가락으로 짚히자 옅게 웃었다.)
라비앙 로즈:그렇지? 이렇게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도 처음이란 말이야.(다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기분좋게 바라보다가 여태 좌판에 음식을 늘어놓고 장사하는 행상인에게 시선이 끌리고) 아까 꼬치 또 사도 되지?(연극보고 출출해질 참입니다)
피에트로 구스타브:그 꼬치구이 마음에 드신 모양이네요. 얼마든지요. 오늘은 아가씨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편이 좋을테니까요.
라비앙 로즈:(어차피 안된다고 해도 사러 갔을 작은 주인님입니다. 금방 네게서 멀어져 후다닥 행상에게 다가갔다)
..(몇 분 되지도 않아 금방 두개를 사 들고 와서는 하나를 네게 내밀었다) 우리집에서 저거나 만들라고 시켜두고 싶을 정도야.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럼 제가 주방장에게 얘기 하도록 할게요. 아가씨가 맛있는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도록. (꼬치를 받아들곤) 잘 먹을게요?
(꼬치구이는 피에트로의 입맛에 평범하게 잘 맞았다.) 주인님이 아가씨가 꼬치구이를 드시는걸 허락하지 않을까요? 저는 괜찮을거라 생각 하는데.. 분명 괜찮을거예요. 주인님 몰래 드시는 것도 분명 맛있을 테니까요. 지금처럼요. (한입 베어 물곤) ...역시 나쁘지 않은 맛이예요.
라비앙 로즈:네 입맛에도 맞으니 다행이네. (허기진 상태에서 금방 음식을 먹어 해치우고, 느릿하게 행렬을 따라 걸었다.) 음.. 건강한 음식은 아니니까? 여태 신경써주시기도 했고.
.. ..(몰래!) ... 비밀로해줄거야?(잘먹는 피에트로가 좋은 로즈.)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럼요. 너무 자주 드신다면 고려 해보겠지만 종종 드시는 것 정도는 비밀로 해줄 수 있답니다. 저는 아가씨의 전속 사용인이니까 아가씨의 비밀은 언제까지고 안고 갈 수 있어요. (로즈를 따라 느릿하게 행렬을 걸으며) 이곳은... 어두워지면 더 예쁜 곳일 것 같네요.
라비앙 로즈:(아무렴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기를 하다가) ..듣기 좋네, 내 비밀은 너만 가지고 있는 거야. 뭐래도 너는 내 전속사용인이니까. (행렬을 걷다 따라가면 분수대 앞에 멈춰섰다. 네 걸음 보다 한발작 앞에 멈춰서더니) ..오늘 연극 재밌었지?
큰 주인님의 움직임말고는 쥐 죽은 듯 조용한 집무실에 서 있던 피에트로가 듣기엔 충분했습니다.
티파티? 하지만 말씨가 향한 곳은 꼭 피에트로가 아니라……
가주: ……후.
그렇게 한참을 정신사납게 굴던 큰 주인님은 어느 순간에야 진정이 된 것일지
탁상을 양 팔로 짚고 간신히 서있는 모양새입니다.
지쳐보이는 게, 그럴만도 했죠. 기억이 뚝 끊길 정도로 정신없었는걸요.
이런 밤에 저택의 전속 의사를 깨우고, 로즈를 옮기고, 온 고용인이 난리가 나서는…….
가주: 내가 경솔했네. 자네도 충분히 당황할 수 있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래, 그 번화가도 로즈가 원하는 거였겠지. 자네가 로즈를 생각하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다시 한 번 미안하네
수고했네, 들어가도 좋아.
그렇게 큰 주인님의 말씀이 있고서야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피에트로, 돌아가도록 해요.
번화가도 하루종일 돌아다녔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사실은 꽤 지쳤을 거예요.
피에트로 구스타브:(자신도 생각이 필요 했던지 말을 더 붙이지 않고 주인님께 목례를 하며 돌아 갑니다.)
고급스러운 무늬가 세공된 목재 문을 조심스레 닫으면 문이 닫는 소리가,
2층의 방으로 내려가면 발걸음 소리가 저택에 울립니다.
저벅저벅―
한 바탕 소란스러웠던 저택도, 이젠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로즈가 익숙하지 않은 바깥 공기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몸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했던가요.
뜨거운 이마도, 차가운 손도, 불규칙적인 숨도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래요 분명 그렇겠죠. 어느새 도착한 당신의 방 문고리를 잡고 들어갈 때가 되면,
로즈의 방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굳게 닫힌 문. 저 안에 로즈가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내버려두도록 해요.
DICE:피에트로는 지능 판정.
피에트로 구스타브: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서재에서도, 번화가에서도, 온 몸을 타고 기어오르던 기묘한 감각은 잊혀지지 않지만.
별 거 아닐 거예요. 그래야만 합니다.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달칵, 문고리를 잡아 열며 미세한 소음이 나고, 뒤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미미했습니다.
그리고 피에트로가 잠자리에 들자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
.
#10 장미정원과 티파티
《Last Day, ㏂2:12》
콕! 콕콕콕콕!
……그렇게, 잠드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피에트로가 눈을 뜨면, 늦게 내린 저택의 밤이 해가 떠오르며 사라지기 한참 전입니다.
콕콕콕콕!
그리고… 정신이 점차 선명해질수록 함께 선명해져가는 딱딱하고 작은 부리로 손등을 쪼는 감각.
이건 로즈의 새가 아니던가요?
게다가, 새의 발목에는 쪽지가 매어져 있습니다.
새는 미처 잠그지 못한 창문 틈새로 들어왔나봐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시간에?
피에트로 구스타브:(천천히 눈을 뜨고 로즈의 새에게 시선을 향했다.) 너는.. 아가씨의 새.. 왜 이런 시간에?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계속 부리로 손을 쪼아댑니다.
어쩌면 발목에 매인 쪽지를 풀어달라 하는 걸 수도 있겠어요.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래, 알겠으니 기다리렴. (쪼인 제 손을 살짝 문지르곤 발목에 매인 쪽지를 풀어줍니다.) 이게, 뭐니? (쪽지를 확인 해봅니다.)
【 피에트로, 오늘 새벽에 티파티를 해보려고 해.
장미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라비앙 로즈 】
【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로즈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다만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피에트로는 당황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로즈는 조금 전에 쓰러져 방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요?
로즈의 의중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새벽에 티파티라니요.
다들 단잠에 절어있을 시간에…
하지만 그런 떨떠름한 감각 속에서도,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 게 전속 고용인의 운명입니다.
【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
게다가 그 문구…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저택뒷편의 장미정원을 가보도록 해요.
지금은 밤이 깊었고, 로즈의 변덕은 알 수 없지만.
피에트로 구스타브:(어쨌든 아가씨가 보낸 쪽지일 터이니 가보는 수 밖에. 누구의 눈에 띄이지도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장미정원으로 이동 합니다.)
자박자박―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 시간이 조급함을 더합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그 쪽에 있는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의문과 조급함이 섞여 걸음이 빨라지고, 평소보다 빠르게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정원사의 손을 타 잘 정돈된 뒷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새벽바람이 차갑습니다. 이맘때 초목 특유의 푸르름도 새벽의 어둠에는 묻히고 맙니다.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훤히 비칩니다.
어둠이 내려앉고 장미조차 그 아래에서 숨을 죽이는 사이에서 이질적이고 따스한 불빛이,
장미정원 안 쪽에서 미약하게 일렁입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라비앙 로즈:...피에트로
장미정원에 들어서면, 익숙하고 담담한 목소리 끝이 갈라지며 당신을 부릅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추울 텐데도 당신을 환영하듯 활짝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만개한 장미와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은 그 말을 증명합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조급하게 걸음했던 차에 차오르는 숨을 그제서야 가다듬습니다.
……도무지 오늘만큼은 로즈의 의중을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언젠가 쓰기를 만류했던 찻잔 하나, 그리고 일렁이던 불빛의 정체였던 랜턴 하나가 테이블에 놓여있습니다.
라비앙 로즈:왔네, ..앉아. 내 맞은편에 의자를 뒀어.
……애타게 당신을 부르던 것치고는 당신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차분한 모양새가 묘합니다.
태연히 그저께에 들어봤던 것 같은 말을 합니다.
피에트로 구스타브:(앉기도 전에 다시 습관처럼 찻주전자를 들고) 차를 따라 드릴까요?
라비앙 로즈:..(시선이 온전히 네게로 향하다가 고개를 내려 찻 주전자에 향했다. 느릿하게 도리질을 치고는 주전자를 제쪽으로 끌었다) 아니, 지금은 별로 생각 없어서.
(제가 가져간 주전자를 가만히 매만지다가) .. 고용인이 전부 자고 있어서 뭘 더 내올 수는 없겠더라고.(이해해줄거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아니면 제게 부탁하셔도 괜찮으니까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이런 시간에... 티파티인가요?
라비앙 로즈:..그럴 필요는 없어, 티파티가 중요한게 아니니까. (망설이는 듯 여전히 시선을 주전자에 향하고 바라보질 못했다) 음.. 취향은 아니지만, 못할 건 없잖아? (천천히 시선을 굴리고)
.
.
#11 _____과 작은 주인님
《Last Day, ㏂2:43》
라비앙 로즈:..(또 한참 침묵을하다가 되려 본인이 답답해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찻 주전자를 들고 네쪽으로 다가갔다) .. 차 좋아하지? (전날 오후와는 다르게 어색하게 웃는 입을 그렸다)
갑자기, 차라니. 아무리 티파티라며 당신을 불렀던 로즈지만,
조금 전엔 쓰러지고,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여는 이게 어딜봐서 티파티인가요.
게다가, 찻잔은 오직 하나뿐인 걸요. 이걸로는 둘이서 티파티 구색도 갖추지 못할 텐데….
라비앙 로즈:(묘하게 흔들리는 손으로 단 한개 놓여진 찻잔에 천천히, 차를 따랐다) ㅡ어제처럼 사과홍차를 해주고 싶었는데. (찻잔이 채워지는걸 바라보면서) 나 혼자서는 사과잼을 못찾겠더라. 그래도 차가 꽤 맛이 좋으니까.
……꼭 찻잔이 다 채워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그럼에도 찻잔은 차오르고, 언젠가에는 당신에게 내밀 만큼의 실론티가 찻잔을 메우겠죠.
차갑게 내려앉은 밤공기 사이로 이질적인 따뜻함이 공기 중에 피어오릅니다.
라비앙 로즈:……다시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 피에트로.
찻잔이 메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로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 물음을 끝까지 들으면, 이 모든 것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라비앙 로즈:만약에 '에스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네가 '레일리'였다면 어떻게 했을 거 같냐고 물었었지.
그 방법이 '레일리'를 죽이는 일이어도.
너는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했지.(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만약 우리가 지금 연극을 한다면, 피에트로.
네가 '레일리'고 내가 '에스칼'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래?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들린 듯한 기분입니다.
…곧이어 내내 찻잔을 메우던 소리가 끊겼습니다.
찻주전자는 크림색의 테이블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이윽고 당신의 곁에선 작은 소음마저 흩어져 정적이 됐죠.
장미정원의 유리창 사이로 흘러온 달빛이 당신을 비췄고,
라비앙 로즈:……피에트로, 네 차에 독을 탔어.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는 먹먹하면서도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SAN 1/1D4
피에트로 구스타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에트로 이성 -1 감소
라비앙 로즈:나는 오늘 해가 뜨기 전에 죽어.(꽤 확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느릿한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가더니) ..내가 네 건강이 옮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네가 이 차를 마시면,(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면서) 나 대신 죽을 거야.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렇기에 아가씨가 번화가에서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였던 것일까. 마치 내 체력을 나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아가씨는 드물게 환한 표정을 지었었지.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비록 낯간지러운듯 어색해도 곧 초여름의 장미정원을 보는 것 처럼 편안해져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기분이 들었었지.) 내가 이 차를 마시면, 아가씨는 축제때와 같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나요?
라비앙 로즈:.. ..(네 질문에 시선은 돌린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먹먹한 목소리로 네 물음에 작게 동조하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드물게 떨리는 숨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눈을 뜨면 내뱉고 싶지 않았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 원래 넌 내 수명을 대신할 역할로 들여온거니까. ..그러고 싶지 않아서 여태 티파티를 미룬거지만.
..(또 정적을 이루다 힘겹게 상체를 들어올려 테이블에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네가 이전에 부탁받았던.) ..이건 내 마지막 성의야. 어렸을 때부터 옆에 함께 해준 보답이고. (안쪽 볼을 깨물듯 작게 패였다가 입을 열었다) 해가 뜨면 챙길 걸 챙겨서 떠나라고 시간을 주는 거야.
(다시 의자에 상체를 기대고, 착잡할 수 밖에 없지만 조금 후련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너는 이제 자유야, 피에트로.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말에 별 대꾸하지 않고 가만 포장된 상자를 보고 있다가) ...이 상자, 지금 열어봐도 될까요?
라비앙 로즈:그래도 상관 없지. 네게 주는 거니까 네 마음대로 해.
상자를 열어볼까요?
피에트로 구스타브:(상자를 열어봅니다.)
……그런 로즈와 당신이 있는 이 장미정원에서,
당신은 잘 정돈된 리본을 풀고, 상자의 포장을 뜯고, 달칵, 상자를 엽니다.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 빛나는 것은…
섬세하게 장미모양으로 가공된 루비 브로치입니다.
아,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장미정원의 유리창 새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이 로즈를 잡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하얀 별은 그 브로치와도 같이 밤하늘에 섬세하게 박혀있었습니다.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는 그 순간에만큼은 밤을 잊고 깨어나 장미향을 훅 내뱉습니다.
코끝이 아찔해지고 감각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새벽.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는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레일리의 방백이 문득 머리를 울립니다.
'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연극이라면 좋을 새벽이 깊어 갑니다.
피에트로 구스타브:(장미 브로치를 제 가슴팍의 옷깃에 달고는) 잘 어울리나요? 아가씨와 닮은 아름다운 브로치예요. 오늘 밤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거 같아요. (옅게 웃다가 다시 로즈의 눈을 마주하고) ...그래요, 저는 아가씨의 수명을 대신할 역할로 들어온 것이었군요. 그게 내 운명 이었어요. 그렇다면. 그게 맞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내 길이자, 시간이 아닐까요? ... ...해가뜨면 나는 자유로워 지는걸까요. 과연 이게 내 자유일까요. 오랫동안 아가씨를 모시면서 단한번도 속박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은 한적 없었는데 말이에요. (찻잔을 들고) 그렇다면, 제가 이 차를 마시도록 허락 해주세요. '레일리'도 분명히 저와 같이 생각 했을테니까요. ...그렇죠 아가씨? (이미 오래전부터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고 확신에 선 눈으로 깜빡이지 않고 너를 계속 응시했다.)
라비앙 로즈:..(네 옷깃에 달린 브로치를 바라보다 마주친 눈을 응시했다) ..당연히 어울리지, 누가 고른건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다 힘이 달려 금방 꺼져버렸다) ..내 옆에 있으면서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어? 분명 편하지만은 않았을걸. (그럴리가 없는데. 옅게 낯을 일그러뜨렸다. 티파티를 열어 네게 제 운명을 짊어지게 하기 까지 긴 세월이 걸린 것 치고 단조로운 네 대답에 맥이 빠지기도 했다) ..이 티파티는 네게 기회를 주는거야. 그 운명에서 벗어나고 누군가의 옆이 아니라 네 오롯이의 삶을 살 수 있는.(확신에 선 눈동자를 바라보면 흔들리는 시야에 시선을 네게 들린 찻잔으로 돌렸다) 네 운명이 거지같아서 되돌려주려는 거잖아. (괜한 오기심에 네게 허락을 해주지 않듯 입을 꾹 다물었다)
피에트로 구스타브:(네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가씨의 곁에 있으면서 저는 제가 하는일이 즐거웠는걸요. 이 장미정원의 저택에서 지내는 것만큼 행복한 적은 없었을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마지막까지 아가씨의 임무를 다 하고 싶은 것 뿐이에요. 저는 아가씨의 전속 고용인으로서 이곳에 온 거니까요. 제겐 충분히 아가씨를 닮은 브로치도 있는걸요. 저는 지금 충분히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기회라고 한다면 충분히 기회겠죠. (찻잔에 담긴 오렌지빛 차를 보곤 웃으며) 그러니까 아가씨도, 그때 그 웃음 잃지 말아주세요.
라비앙 로즈:....(훅 들이킨 숨을 멈추고 제 머리를 쓸어내리는 너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나도, 네가 좋아서 미룬거야. 같이 있는게 좋아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 .. 내가 허락했다고 원망하면 안돼. 네가 선택한거다? 나는 너한테 기회를 줬어. 걷어찬건 너야. ( 또박또박 말하면서 마주할 자신이 없어 제 손을 꽉 쥐었다. 하얗게 번지는 걸 바라보면서) 네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마. 내 전속이면서 내 끝을 돌보지 않기로 한 것도 너야, 피에트로.
피에트로 구스타브:그럼요. 아가씨가 주는 이 따스한 차가 제 마지막 기회예요. 아가씨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티파티겠죠. (미련없이 차를 마시고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하지만 해야만 했잖아요? 비록 아가씨의 마지막을 보지 못하게 되는 불성실한 사용인이 되겠지만. 그때 쯤이면 나는 아가씨의 추억속에 남은 그저 한 사람의 사용인일 뿐일테니까. (찻잔을 내려놓고 너를 보며) 이건 한 여름밤의 꿈일 뿐이에요. 로지 아가씨.
☕
☕
☕☕☕
쨍그랑!
아, 온 몸을 타고 차오르는 이질적인 감각에 찻잔을 놓쳐버렸습니다.
조용하던 새벽의 장미정원이 찻잔이 깨지는 소리로 메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기우는 것도, 착각일까요.
라비앙 로즈:..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네게 다가갔다) 피에트로!
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이 균형을 잃는 생소한 감각.
주문이 제대로 든 모양입니다. 피에트로, 주문의 대가로 이성 1D20 손실.
피에트로 구스타브:
rolling 1d20
(
2
)
=
2
DICE:추가로 1d3 굴려주세요.
피에트로 구스타브:
rolling 1d3
(
3
)
=
3
모든 감각을 마비시킬 듯이 강력하게 밀려오는 것이 있습니다.
…눈 앞의 당신에게 지금만큼은 조금 기대고 싶다고.
어차피 여태 로즈의 옆에서 로즈의 어리광을 들어주고 살았으니,
이번 한 번 정도는 괜찮은 게 아닐까요.
이것저것 요구하고도 싶고, 그냥 말없이 기대고 싶기도 합니다.
이 증상은 2 라운드 동안 지속됩니다.
새로이 밀려오는 이상한 감각에 조금이나마 적응할 쯤이 되어서야 로즈의 안색이 눈에 띄는 군요.
적당한 열기가 얼굴을 감싸고 활기를 띄는 모습.
당신의 건강은 제대로 바뀌었나 봅니다.
……로즈는 이런 몸으로 몇 십년이고 살아왔던 걸까, 이제서야 온 몸으로 체감합니다.
라비앙 로즈:(네게 다가와 부축하듯 끌어안고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몸이 활기를 찾고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 혈색이 돌아온 것을 실감했다) ...레일리라도 에스칼을 살릴 수 있으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고 했지.
… .. (이어지는 정적에 낯을 일그러뜨리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후회 안해?
피에트로 구스타브:...확실히 이런 몸으로 어떻게 그동안 살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가여운 우리 아가씨.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아가씨의 혈색은 축제때 본 그 얼굴인걸요. 그러니 후회 하지 않아요. 아가씨의 활기 찬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으니 후회하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유약해진 얼굴로 로즈를 보며 가까스레 웃었다.) ..다행이다. 우리 로지 아가씨가 건강해져서.
라비앙 로즈:...축제 다신 안갈 거고, 괘씸해서 계속 기억하고 있을거야, 피에트로.(온실에 미미하게 부는 찬공기에도 아무렇지 않은 제 몸이 낯선 듯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꿈은 무슨..(갈 때 없는 화를 대상없이 내뱉다 웃는 네 얼굴을 보며 의미없음을 깨닫고 다시 조용해졌다)
...미안해.(느릿하게 네 얼굴을 쓸며 너를 담아내겠다 가만히 응시했다. 곧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네 눈을 감겨주었다) 잘 자, 좋은 꿈 꿔.
이어지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로즈의 이제는 따뜻한 손이 당신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버틸 수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드럽게 눈가를 덮은 손 사이로, 아득해져가는 의식 사이에서 당신은 직감합니다.
저 멀리서부터 해가 뜨기 시작했구나, 하고.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분명 익숙한 오렌지빛의 햇살이 당신을 뒤덮고, 로즈를 뒤덮고,
장미정원을 메우는 장미들도 그 따스한 햇살을 타고 장미향이 훅 끼쳐왔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윽고 완전한 암전.
날은 밝았고 당신은 로즈를 대신해 죽었습니다.
한 때 아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아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당신 사이에서……
행복할까요, 울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평안기원제도 막을 수 없던 로즈의 끝을 당신이 막았습니다.
로즈는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당신을 잊지 못하겠죠.
아, 이날을 어떻게 잊을까요.
언젠가 로즈를 만나면 오늘의 티파티의 감상평 정돈 말해주도록 할까요.
오늘의 티파티는……
END B. 잊지 못할 티파티
로즈 생환, 피에트로 로스트
로즈는 해가 뜨는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로즈가 당신을 기억한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 지도 모르죠.
☕☕☕
☕
☕
눈물 홀짞,,,,,
,,,
아..ㅋ 솔직히 ㅋ 어 ㅠ ㅋ ㅠ 울거라고 생각은 안했는데? ㅠ 아 ㅠ 이럴수가,,, 피에트로 지문보고 훌쩍.... 내 지문치다가 갑자기 너무 속상해서 훌쩎,,,, 엔딩이 모아니면 도잖아요.. 로즈가 죽거나 피에트로가 죽거나.. 피에트로가.. 미쳐버린 운명러버라.. 어느 운명을 따를지.. 그걸 몰라서.. 차를 마실까 안마실까.. (사실 마실거같았는데 그냥 부정하고싶었던거같음진심) 솔직히..그래요.. 마실것같았어요... 안마시면 ..뭐 어떡할거야.. 전속고용인이.. 탐사자라면 당연히 마시지 않겠냐구요.. 하지만..그냥.. 안마실거라고 믿고싶었어요.. 흑흑 하지만.. 내 탐사자가 말을 너무 예쁘게 하지 않냐고.. 아가씨를 모시면서 단 한번도 속박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대요.. 나는.. 너무.. 슬퍼... 너무... 이쯤에서 꺼내보는 엔딩분기 요약...
워낙.. 성질머리 더러워서.. 시날 처음시작할때도 짖궃게 구는 아가씨..같은 말을 했지만..(?) 어.. 어 어
정말 그런 아가씨를 두고 힘들엇던적이 없겟냐고(아가씨 쥐어짜보리며)
그리고 연극 부분에 에스칼과 레일리의 이야기가 꽤 길어서.. 요약으로 설명을 했었는데, 이걸 대사까지 다 쳐서 길게 풀었으면 더 감동이 왔을까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너무 루즈해질까 줄이기를 택했지만.. 라이터님이 적당히 줄여서 쓰는게 좋을거다 라고 했지만요... 이 시나리오는... 길게 풀려 있어서 더 이쁘기 때문에..그거랑 건강판정을 까먹는 바람에 못한 것 말고는 아쉬운게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당연할지 모르지만 연극이 엔딩을 메타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종종 언급되면서 예측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포인트지 않았을까..?..
11챕터의 원제는 독이 든 찻잔과 작은 주인님이었는데, 매 챕터마다 챕터이름과 시간을 알리다보니 제목이 시나리오를 스포하길래(?) 독이 든 찻잔은 공란으로 두었답니다. 네 차에 독을 탔어.. 라이터님이 한번 써보고 싶었던 멘트라고 하시던데 약간.. 저도 쓰고 짜릿하더라구요(?) 그리고 차를 마시고 체력이 훅 깎였지만 이성만큼은 10분의 1밖에 안깎인 탐사자가 너무 .. 대견해요... 세션 전반적으로 이성 판정이 좋아서 울 애 어디 내놔도 두렵지 않은 이모가 되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