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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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끝자락

TRPG/LOG

[마다린&비비안] 마지막 무화과

2021. 1. 24. comment

 

시나리오 원본 링크 : dear-heresy.postype.com/post/2938797

 

마지막 11월 마다린과 비비안으로 다녀왔어요!

플레이타임 10시간 30분

 


“용사님! 눈을 뜨세요. 세상을 구하셔야죠!”

요란스럽게 구는 낯선 목소리가 성가시기 짝이 없습니다. 흔들흔들, 몸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탓에 멀미가 일 지경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꿈이람……. 잠자리에 들었던 PC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뜹니다.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상대는 잔뜩 겁에 질린 KPC입니다. 창문의 커튼을 쥔 채로 KPC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PC, 밖을 봐.” 

바깥에는……

오, 이런. 어젯밤 세계가 멸망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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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무화과

 

 

그림
 
 
 
마지막 무화과
 
▩▩▩
 
W. 수연
 
 
 
마다린 ……님.
 
마다린 용사님! 눈을 뜨세요. 세상을 구하셔야죠!
 
요란스럽게 구는 낯선 목소리가 성가시기 짝이 없습니다.
 
흔들흔들, 몸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탓에 멀미가 일 지경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꿈이람…….
 
설핏 깬 정신을 다시금 재우려 노력해보지만,
 
워낙에 강경한 모닝콜이라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마다린:일어나라니까!
 
비비안:...헉. (벌떡) ...아침인가? 왜 이렇게 소란스럽게 사람을 깨우고 그래.
 
마다린:(흔들던 손을 겨우 떼어내요) 아침은 무슨, 벌써 12시가 넘었거든?
 
잠자리에 들었던 비비안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뜹니다.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상대는 잔뜩 겁에 질린 마다린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문장은 퍽 익숙한 목소리였던 것 같아요.
 
여태 비비안을 깨우던 건, 마다린이었던 걸까요?
 
그런데, 왜 그런 얼굴이야? 무어라 물을 새도 없이,
 
창문의 커튼을 쥔 마다린이 천천히 입을 엽니다.
 
마다린:비비,(묘하게 불안감 섞인 목소리로 너를 부르고 나면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밖을 봐.
 
바깥에는……
 
오, 이런. 어젯밤 세계가 멸망했던가요?
 
마다린의 시야를 따라가면 창밖의 풍경이 보입니다.
 
검게 죽은 나뭇가지가 축 늘어진 시체의 팔처럼 바닥으로 휘어지고,
 
어딘가의 건물 위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피해 도망칩니다.
 
성급한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다 꺾이고,
 
공들여 쌓은 도미노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처럼 우르르 쏟아집니다.
 
한 낮임에도 불구하고 바깥의 하늘은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온당 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검은 구덩이가 텅 비어 있고,
 
구름은 갈가리 찢겼으며, 주위는 시시각각 창백한 청동, 푸르스름한 시체의 색으로 물듭니다.
 
종말.
 
그 외에는 어떤 단어로도 이 광경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럽고 참담한 눈앞의 광경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DICE:행운 판정.
 
비비안: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얄팍한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재앙이 추락합니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바닥에 처박힌 그것은……
 
분명히 사람이었습니다.
 
두 명의 사람이 단단히 끌어안은 채로 높은 곳에서부터 거꾸로,
 
뒤집혀, 떨어졌고…… 퍽.
 
들릴 리 없는 효과음이 들렸다면,
 
비비안이 미쳐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서로를 부둥켜안은 사람들.
 
얼핏 보기엔 종말을 두려워하여 동반 자살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분명 다른 한쪽은 발버둥 치고 있었어요.
 
 
죽음이 칼을 휘두르며 애곡과 비명이 들끓는 세계.
 
지옥이나 다를 바 없는 광경을 목격한 비비안, SAN 1/1D3
 
비비안: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난... 아직 꿈을 꾸고 있는 ... (멍하니 제 볼을 꼬집었다가...) 것 같진 않은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비안 이성 -1 감소.
 
실로 이해하기 어렵군요. 어제까지는 평소와 꼭 같은 하루였잖아요.
 
마다린과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소한 볼일을 보고,
 
혹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 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지극히 평범한 일상.
 
 
하루아침에 바스러진 일상을 발치에 두고 비비안은 집안을 둘러볼까요.
 
집안의 풍경은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마다린 또한 작금의 상황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마다린:(괜히 반대쪽 볼까지 꼬집어봐) ...아파?(좀 태연한 척은 하지만)
 
비비안:... 아프군. 근데 왜 내 볼을 꼬집는 거냐. 네 볼로 해.
 
마다린:엑, 그치만 내 볼을 꼬집었다가 아프면 어떡해?(그렇다고 이런 태연한 반응을 주시다니요)
 
비비안이 기억하는 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평범한 풍경입니다.
 
반듯하게 정리된 책상, 익숙한 책들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 방금까지 누워 있던 침대,
 
여름옷이 잔뜩 걸린 옷장.
 
무엇하나 변한게 없습니다.
 
비비안:그래야 현실인지 체감이 될거 아냐. 내가 아프다고 너까지 아픈게 아니니까, ...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너도 멍하니 있지 말고 뭐라도 생각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묘하게 현실감이 없다고 생각하며 집을 죽 훑었다. 집안은 딱히 변한게 없는데. 돌아가던 시선이 책장에 멈추었다.)
 
마다린:(멍..하니 있다가 듣는 핀잔에 아차, 정신을 차리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는듯) 하지만~.. 나도 자고 일어나니까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단 말이야. 그러고 비비를 깨운거라구.(이런 상황에서 뭘 해야하지? 그야 이런 재난은 처음이나 다름없으니.. 생각하는 척하며 시선을 네쪽으로 굴려요)
 
 DICE:자료조사 판정.
 
비비안: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익숙한 책 사이로 <재난 대비 행동 요령>,
 
그럴싸한 제목이 눈에 띕니다.
 
두께가 얼마 되지 않는 책에는 재난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내용은 알차긴 한데, 지금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당장 무언가 찾아보기도 여의치 않네요.
 
 
책을 가볍게 훑으면 지진, 화재, 해일, 폭발, 테러, 전쟁 등
 
온갖 자연, 사회적 재난에 관한 대응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가벼운 응급처치와 구급상자 등을 챙기는 요령도 적혀 있으니
 
퍽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문서:<재난 대비 행동 요령>
가스와 전깃불을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몸 상 태가 나빠질 수 있으니, 두꺼운 옷이나 휴대용 난로 등을 준비하여 추위에 대비한 후 대피한다. 재난이 발생한 경우 안내 방소(방송시설, 앰프 등)를 경청하고, 지정된 대피 장소로 신속히 대피한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이 우선 피난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폭발물이 폭발하는 경우, 폭발음이 들리면 즉시 바닥에 엎드리 고, 양팔과 팔꿈치를 붙여 가슴을 보호하고, 귀와 머리를 손으로 감싸 두개골 보호한다. (참고 : 국민 안전 재난 포털)
 
평소라면 눈여겨보긴 커녕 손도 대지 않았을 책이지만,
 
정작 현실로 닥치니 이런 얄팍한 책이라도 놓기가 어렵습니다.
 
동아줄이라도 쥐듯이요.
 
비비안:(한 손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책을 덮어 옆에 내려놓는다. 이런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 다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군. 전쟁이라도 난 거라면... 무언가 방송이나 신호 같은거라도 있었을 텐데.
 
마다린:음, (전쟁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천장 한쪽이 파먹혀있어야 하는거아니야? 실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꿈이라면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봤을 테지만, 그런건 아닐테고.. 뉴스같은건 지금 하려나?
 
일상이 뚝뚝 묻어나는 자신의 방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비비안은 현실을 인지하기가 퍽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지나치게 평화로워.
 
외려 꿈인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비비안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것은 창밖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소리입니다.
 
반복 재생이 예약된 것처럼 BGM은 끊이지 않고 비명과 비명이,
 
폭음과 굉음으로 얼룩집니다.
 
평소와 똑같은 방에 선 비비안.
 
네모난 비비안의 방만이 온전한 세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비비안은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비비안:... 그러고보니. (왜 내 방만 이렇게 평화롭지? 밖에서는 저리 끔찍한 비명소리와 굉음이 들리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런 정보는 받아들이기 어렵단 말이야. 눈을 꾸욱 감았다 떴다.)
... 무턱대고 나가보는 것도 위험하겠지. 정보가 필요해. 티비는 나오나? (방을 나가 거실로 가 본다.)
 
이토록 대단위의 재난이라면, 분명 국가에서 조치하려 할 것입니다.
 
재난 알림 문자나, 뉴스같은거요.
 
콧잔등에 형광등 불빛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것을 보면 전기는 작동하나 봅니다.
 
방을 나가 거실로 향해 TV를 켜봅니다.
 
분명 어제 틀고 잔 개그프로그램 채널이었을텐데, 그것과 상관없이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다린:그러고보니?(가만히 네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너를 따라 거실로 향해) 우선.. 여태까지 우리가 눈뜨고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이 건물이 안전하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어. 그것도 대낮에 눈을 뜬 건데 말이야!
 
비비안:...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잖아. 저 난리통에서 우리만 이렇게 여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게. (심각한 낯을 하며 티비 앞 소파에 앉았다. 뉴스의 내용은 뭐지?)
 
마다린:하긴, 저 난리가 되도록 퍼질러 잔 건 조금.. 이상하긴 하지?(나야, 둔감했다고 쳐도 비비는 그런 편이 아니니까... 아니면 어제 너무 부어라 마셨던가?)
 
 조사:익숙한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 앞에 앉은 채 긴급하게 속보를 전합니다.
“영국에 거주 중이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비상사태입니다. 현 시각 12시 41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등장과 함께 곳곳의 붕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 기관과 대다수 언론이 마비되고, 도시의 건물이 일제히 무너 지기 시작했으며……"
 
다급한 와중에도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지문을 읽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점차 말꼬리가 뭉개지기 시작합니다.
 
아나운서는 스스로 퍽 당황한 얼굴입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뚝,
 
“아아악―――!”
 
붉은 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흰 테이블 위에서 펄떡이는 모양새가 도마 위 횟감과 비슷합니다.
 
누가 자르지도, 비틀지도, 당기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채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누군가 큰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
 
여과 없이 스피커로 터져 나옵니다
 
한 박자 늦게, 아나운서가 천천히 자신의 입가를 매만지고,
 
곧 빈 자리를 깨닫는 것과 동시에 둥근 뺨의 곡선 또한 무너집니다.
 
손가락을 덮은 피부도 점차 아래로, 아래로,
 
중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무디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점토를 뜯어내는 것처럼, 오래된 음식이 부패하는 것처럼,
 
그렇게 점점…….
 
 
이윽고 원래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 아나운서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다가옵니다.
 
걸을 때마다 진물과 같은, 피도 무엇도 아닌 진득한 액체가 스튜디오의 바닥을 적십니다.
 
온갖 비명은 액정 너머의 것이 더 생생합니다.
 
“아, 안 대…….”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매우 뭉개진 탓에 발음이 부정확했습니다.
 
뚝, 케이블이 끊긴 것처럼 방송이 종료 되고 대기 화면이 뜬 것은 그 순간입니다.
 
 
TV 화면에는 새순이 돋아나는 봄철의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자막에는 낡은 사과 문구가 적혀 있을 뿐입니다.
 
‘현재 방송 송출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눈알이 구멍 안에서 썩고, 혀가 입안에서 떨어지고,
 
피부가 뼈대 위를 흘러내 리던 그 광경.
 
똑똑히 보았죠?
 
아나운서의 설명 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이었어요.
 
끔찍한 괴물을 목격한 비비안, SAN 0/1D8
 
비비안:... .... (대기화면이 뜨고 한참 지나고 나서도 소파에 앉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다가, 천천히...아주 천천이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상에.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세상에...... 6
 
비비안 이성 -6 감소.
 
 DICE:지능 판정.
 
비비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비비안, 일시적 광기에 돌입합니다.
 
비비안:
광기의 발작 - 실시간
기억상실:
마지막으로 안전했던 장소에서 떠난 후로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증상은 1D10 라운드 동안 계속됩니다.
For 7 rounds.
 
비비안의 광기는, 기억상실.
 
눈을 한 번 깜빡이면, 어느새 소파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가 언제...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
 
당황스러운 마다린과, 채널이 제대로 수신되지 않는 텔레비전 모니터가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지나치게 평화롭습니다. 바깥과 건물 사이가 단절된 것만 같아요.
 
수신되지 않는 채널을 돌려보면 방송은 어디서든 정상 연결되지 않습니다.
 
핸드폰에는 쓰다만 문자가 도착해있네요.
 
비비안:(누가 그랬었지. 사람이 너무 충격적인 경험을 하면 뇌의 방어기제로 그 순간의 기억이 날아간다고...) ...응? 내가 언제 방 밖으로 나왔더라. (마다린 봄;) 내가 어제 소파에서 잤었나?
문자가 왔군. (몇시인지 확인도 할 겸 핸드폰을 꺼내보아요;)
 
마다린:...(당황스러운 눈으로 TV한 번, 비비안 한 번, 다시 TV로 시선이 돌아갈 때쯤 제게 묻는 소리에 더 황당한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뭐? 내가 방금,(그러다 제 입을 가린다. 굳이 이상황에서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나? 함부로 입을 뗄 수 없어 잠자코 있다가) 으응, 아무래도....
... 괜찮은 거 맞지?
 
그림
 
[소방 재난 본부청] 테러 ㅂㅏㄹ생, 원인 화긴 불가. 생존ㅈ……
 
그 외 행정안전부라던가, 시청 따위에서도 문자가 우르르 도착했지만,
 
마찬가지로 끝맺지 못한 내용입니다.
 
마다린을 바라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집 안에 머물러야 하나?
 
정부에서 새로운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비비안:표정이 왜 그래? 나한테 뭐 죄 지은 거 있는것 처럼. 어제도 진탕 퍼마시고 온 거에 대해서라면, ... (평소처럼 옅게 웃어보이곤, 핸드폰 화면을 쳐다본다. 의아한 문자의 내용에 멈칫... 눈을 깜빡이며 상대를 다시 보고, 빠른 걸음으로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살폈다.) ... 이게 대체. 전쟁이라도 난 건가? (처음 본 것 마냥 놀란 태도다.)
 
마다린:죄를 지었다기보단...(차라리 그렇게 오해하도록 두어야할까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어차피 다시 깨닫게 될테고..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네가 벌떡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 막으려 달려간다) 자,잠깐 비비..! 저,전쟁보다는 이상한 괴물이라고..(괴물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마침 창 너머로 저 멀리에 선 건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꼴이 보입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채웁니다.
 
시야로 간신히 닿을 만큼 먼 곳 이지만,
 
분명히 어제도 그제도 멀쩡했던 건물이에요.
 
그랬던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차례대로…….
 
 DICE:관찰 판정.
 
비비안:괴물이라니. 무슨 꿈 같은 소리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모든 것이 무너져, 탁 트인 시야 너머로 높이 솟은 십자가가 보입니다.
 
 
무너지는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직감을 닮은 어떤 확신이 듭니다.
 
이 직감은 잠깐의 상황을 잃어버린 비비안도 느낄 수 있을만큼 어떤 확고한 사실입니다.
 
꿈같은 괴물들이 세상 밖에 판을 치고, 재난이 시작 된 가운데 땅을 파고 음부로 들어갈지언정.
 
하늘로 올라갈지언정, 갈멜산 꼭대기에 숨을지언정,
 
바다 밑에 숨거나 그 누구의 도움을 구할지언정!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SAN 1d3
 
비비안:하...는.......... ...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천천히 창 밖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검게 죽은 나뭇가지가 축 늘어진 시체의 팔처럼 바닥으로 휘어지고,
 
어딘가의 건물 위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피해 도망칩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듯 익숙하고 불길한 상황입니다.
 
 
참담한 현실을 앞에 두고 비비안은 절망했을까요? 두려움에 떨까요?
 
혹은 눈물을 흘리며 구원을 기도했을까요?
 
그도 아니라면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을 찾고자 필사적일까요?
 
비비안이 어떠한 이건 간에, 이 목소리는 분명히 비비안에게 닿았을 것입니다.
 
 DICE:듣기 판정.
 
비비안:젠장....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런걸 깜빡 잊고 그래. 청년 치매냐.)
듣기
기준치: 70/20/8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야 해요…….
 
 
흐느끼는 것도 같고 웃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목소리.
 
난생처음 듣는 낯선 소리가 귓속을 파고듭니다.
 
TV는 꺼진 지 오래, 집안에는 마다린과 비비안 단둘.
 
바깥에서 들린다기엔 지나치게 가깝고,
 
안에서 들린다기엔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마다린:...(청년치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무언갈 잊었다 깨달은 것 같은 비비안을 보며, 이 상황에 할 수 있는 말은 달리 없으니..) 뭐.. 괜찮을 거야! 그야 아직까지 살아있기도하고,(아까했던 소리를 또하고) ...큰 문제 있겠어?
 
비비안:이런 상황에 그런말 하는 너도 참 너다. ...아무렴, 사실이긴 해. 아무것도 안 하고 주저앉아 있는 것 보다야 대책없이 낙관적인 편이 낫긴 하겠군.
그나저나, 방금 목소리... 너도 들었어?
 
마다린:(그런가, 너무 태평했나? 가볍게 말하다 이어지는 마지막 말에 정곡이 찔린듯 아야야.. 소리를 낸다) 대책없이 낙관적이라니... ..나도 나름 계획이 있거든? 우선 아무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해도 말이야.
 
이것은 오직 비비안에게만 닿는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감이 오지 않고,
 
어디로 부르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불친절한 호출.
 
어쩌면 비비안이 미쳐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천천히, 정체 모를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인 순간,
 
띵동. 익숙한 문자 알람음이 들립니다.
 
비비안:...계획이 뭔데. 내가 널 하루 이틀 보냐.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으려 애를 썼다. 침착해야지. 침착해. 방법을 생각해...일단 자신이 미친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문자 알람음 소리에 다시 핸드폰 액정을 터치해 메세지를 확인한다.)
 
마다린:계획이라고 하면... 말이지. ... ... ..(무작정 내뱉은 말에 뭐라 대답해야하나 고민한다. 바깥으로 도망가는 건 우선 무리일테고, 그렇다고 가까운 인물에게 연락해보는 것도.. 멍청한 짓일테고)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발신 번호 : 안전 안내 문자
 
[행정안전부] 긴급 대피 요망. 가까운 성당, 교회로 집합할 것.
 
그림
 
마다린:... ...(가만히 눈을 굴리다 네가 확인하는 문자 메세지를 보고는) ... . ...가까운 교회로 가는 일?
 
비비안:.... (흘긋... 옆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핸드폰을 다시 뒷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래. 방금 문자에 그렇게 쓰여있었지. 통신망이 조금이나마 복구된 모양이네, 잘 됐어... 자, 그러면 어서 출발하자고. 필요한 것만 어서 챙겨.
 
마다린:...(어쩐지 묘한 질타의 한숨을 받은 것 같지만.) 뭐, 거기로 가면 다른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 적어도 이런 문자를 보낼 정도라면.. 그 쪽에는 어느정도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고개를 끄덕이고 제 방으로 걸음을 옮겨요) 비비는 뭘 챙길건데?
 
비비안:생존에 필요한 걸 챙겨야지. (결정했으면 성큼성큼 걸어가 제 방문 옆에 있는 커다란 가방을 주워들었다. 가방을 열어 뒤집자 각종 묵직한 전공 서적과 종이뭉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라면 정리니 뭐니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지금은 급하니까. 빠르게 가방을 비우고 그 안에 집에 있던 응급 키트와 손전등, 통조림 캔 몇 개, 여분의 옷가지 등등을 대충 쑤셔넣는다. 한번 더 내용물을 확인 후 어깨에 걸쳐 메고, 현관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빨리 해.
 
마다린:(생존에 필요한거라고 해도, 워낙 가볍게 집에 들어와서인지 평범하게 넉넉한 가방을 챙겨든다. 무기가 될 법한 거라곤 없고, 정말 필요한 생필품은 비비안이 다 챙겨버렸는걸요) ....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괜찮으면 내 가방에 덜어줄까? 나야 워낙 챙길게 없어서... ...(홀로 빈가방을 머쓱하게 들고있어요)
 
비비안:.... 옷이라도 좀 챙기지 그래. 그럼 먹을거나 더 넣자. (주방에 가서 컵라면이랑 과자봉지 가져와서 가방에 넣어줘요)
좋아. (문 손잡이 꾸욱...잡았다.) 그럼 갈까.
 
마다린:(옷이라도 챙기라면서 가방을 먹을걸로 가득 채워버렸잖아.) 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급하게 비비거 빌려 입어야지, 어쩌겠어~(마지막까지 태평한 소리를 하고는 든든하게 찬 가방을 메고서는) 응, 조심해서 가자.
 
 
거리에 나서면 매캐한 냄새가 제일 먼저 비비안을 반깁니다.
 
불타는, 썩는 것 특유의 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강렬하게 남아 머릿속을 들쑤십니다.
 
거리는 온통 쑥대밭이 된 상태입니다.
 
아스팔트는 금이 가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찌그러진 차체의 파편,
 
무너진 가로등이 길을 막습니다.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시체]는 널브러지고, 괴물은 서성입니다.
 
비비안:... (시체... 학교의 해부학 시간에서밖에 본 적 없었는데. 조금만 일찍 일어났다면 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저런 괴물들이 있어서야 가능성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까움을 가지는 것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최대한 조심스레 지나가며 시체를 바라보았다.)
 
 조사:건물의 입구에 쓰러진 시체 두 구.
높은 곳에서 떨어진 탓에 두개골은 완전히 박살나고,
사지의 뼈 또한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습니다.
꽉 끌어안은 채 죽어있으므로 어우러진 피가 유난히 붉고 짙습니다.
 
척보기에도 죽은지 얼마 되어보이지 않는 시체입니다.
 
어쩌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야, 그게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시선을 흘리고 지나가려는데, 이상한 구석이 눈에 띕니다.
 
지금까지는 두 시체가 나란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끌어안긴 시체는 자신을 둘러싼 팔을 벗어나려는 것처럼,
 
밀어내던 자세 그대로 쓰러져 있습니다.
 
애틋한 사이는 아니었던 걸까요?
 
 DICE:관찰 판정.
 
비비안:(동반자살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끌어안은 쪽의 모양새도 이상합니다.
 
상대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은 그것은……
 
입을 잔뜩 벌리고 있습니다.
 
목덜미는 여러 번 물어뜯긴 것처럼 너덜너덜하기 짝이 없고,
 
벌어진 입가는 피로 젖었군요.
 
 DICE:지능 판정.
 
비비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너덜너덜한 살점, 피에 젖은 입가,
 
무딘 이 사이에 끼어있는 힘줄과 근육, 혹은 피부의 조직.
 
벗어나고자 하는 이와 붙잡고자 하는 이.
 
그 모든 광경을 본 후에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였을 뿐이라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광경임을 알아챈 비비안, SAN 1/1D3
 
비비안:식인? ...설마.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믿을 수 없어... 3
 
비비안, 이성 -3 감소.
 
마다린:(윽, 보기도 불쾌한 시체가 끔찍한 냄새를 내며 후각을 자극하는 탓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너를 툭툭 치며 재촉한다)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아까전에 떨어지고 있던 시체였잖아.
 
하나 같이 눈앞에 두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세계가 왜 이렇게 된 거죠?
 
지난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억을 더듬는데, 차 너머에서 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
 
채 완벽한 발음을 구성하지 못해 문 드러지는 소리.
 
사람의 것이라기엔 무디고 짐승의 것이라기엔 애매한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도로를 배회하는 [괴물]과 눈이 마주칩니다.
 
동시에 긴 이명이 들립니다.
 
 DICE:듣기 판정.
 
비비안:그치만, 저건... (한껏 미간을 구겼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어 떨쳐냈다. 이미 죽은 사람에 매달려 뭐 해. 중요한건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 괴물과 눈이 마주치고 제 옆 사람의 팔을 붙잡았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괴물의 울음소리가 끈질기게 머릿속을 긁습니다.
 
■■하소서……,
 
 
엄밀히 따지자면 눈이 마주쳤다는 표현은 틀립니다.
 
왜냐면 괴물에겐 눈알이 라고 부를 만한 부위가 남지 않았거든요.
 
텅 빈 구멍이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침이 분명한데도 어두운 하늘 탓에 제대로 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괴물들의 팔이나 다리, 혹은 다른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피부가 흘러내린다거나, 팔이 너덜거린다거나,
 
부러진 다리가 질질 끌린다거나.
 
머리통은 종종 뚜껑이 열려 내용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마다린:(네 말에 다시 한번 시선을 두고서는 붙잡는 팔을 이끌듯 앞으로 나아간다. 약간은 서두르듯 빠른 박자로 걸음을 움직이고 목소리를 죽인 채) 그래, 얼마 되지 않았지.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없었을 거야. 저사단이 난 사람을 어떻게 살리겠어?
 
비비안:그래... 네 말이 맞아. 저 녀석, 앞을 보진 못하는 것 같으니... 조용히 가면 들키지 않고 갈 수 있겠지. 자, 가자... (이끌려 함께 걷는다. 한 걸음 뒤에서 신중하게 발을 내딛으며...)
 
괴물, 이라기보단……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표현이 옳겠군요,
 
그러나 눈이 마주쳐도 괴물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비비안을 쫓아오지도, 팔을 휘젓지도 않아요.
 
마치……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요.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 같습니다.
 
거리에는 산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괴물, 혹은 시체뿐.
 
...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려면 반드시 괴물의 사이를 지나야 합니다.
 
하나 같이 무언가를 찾는지, 어딘가로 향하는지 거리를 서성이고 있거든요.
 
청동색의 하늘은 상당히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곳곳에 쓰러진 철골과 부서진 것들의 잔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마다린:...(거리 너머의 십자가를 보며 얼마나 걸릴까, 대략적인 가늠을 한다. 그리 멀지 않고 가장 큰 성당이니 하루면 곧 갈 수 있겠지만..) 아마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기는 무리겠지? 가는 길에 챙길 수 있다면 여분의 생필품도 챙기는게 좋겠다. 갔을 때 우리 말고 다른 사람도 있을테니까..(왠일로 남걱정을 해요)
 
마다린의 말을 듣고 거리를 내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 큰 성당이 보입니다.
 
성당으로 향하는 건물 대다수는 모두가 무너지거나 고꾸라져 제 구실을 못하고 있지만..
 
그 중 멀쩡한 건물을 꼽는다면 병원, 음식점뿐이겠네요.
 
비비안:왠일로 남 걱정을 다. 어차피 하루종일 걸으면 지칠 거야. 중간에 쉴 겸 여기저기 들러서 물건을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물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흠, ...그럼 일단 저 병원부터 들어가 볼까. (손가락으로 병원을 가리켰다. 금방 갈 수 있으려나.)
 
멀지 않으니 조금 걸어가면, 금방 병원에 도착할 수 있겠네요.
 
마다린:....내 걱정 겸 하는거지.(내가 좀 다치고 좀 먹어? 작게 나무라듯 얘기하고는 네 말에 동의하듯 끄덕인다) 아무리 가까워도 가다보면 지칠테니까.
 
드디어 비비안이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DICE:매혹 판정.
 
비비안: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분명하게 눈이 마주쳐도, 선명하게 걸음 소리가 들려도,
 
극명하게 짙은 시체의 피 냄새에도 반응하지 않던 괴물이 고개를 돌립니다.
 
마치 홀린 것처럼, 기고, 기고, 기어서 비비안에게 다가옵니다.
 
괴물들의 분위기가 어쩐지 심상치 않습니다.
 
그것들, 아니, 그들은 꼭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그러나 비비안의 존재를 인식한 것처럼, 기거나 걸어서, 비비안에게 다가옵니다.
 
 DICE:민첩 대항 할 수 있습니다.
 
비비안:...들켰나, 젠장. 뛰어! (마다린 팔 잡고 냅다 뛴다...최대한...빠르게!)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좀비:
좀비 rolling DEX
기준치: 45/22/9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허리 아래가 없는 것들은 팔로 기어서,
 
팔이 없는 것들은 어깨를 흔들며,
 
눈 구멍이 빈 것들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혀가 녹아내린 것들은 음울한 울음소리를 내며.
 
거리를 배회하던 괴물들은 마치 하나의 구심점을 얻은 것처럼 이쪽을 향합니다.
 
소리 없이 머리카락이 녹아내리고,
 
체질이 불에 풀어진 것처럼 피부가 흘러내려,
 
붉고 축축한 너머의 근육 따위를 내보입니다만,
 
통증 따윈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도망쳐야 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걸까요?
 
시선은 못 박힌 것처럼 괴물을 향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그들이,
 
 DICE:이성 판정.
 
비비안:헉..헉...이거 나름 내 최고 속도라고...! 왜 이렇게 빠른거냐...!!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다린:(그다지 빠른 걸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는 사이에 너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 괴물은 퍽 당황스러웠다. 아까까지는 괜찮았잖아? 무슨 이유로? 그런 생각에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한다)
 
사랑스럽지? 드디어 비비안마저 미쳐버린 걸까요?
 
 
문득, 브라운관 너머로 녹아내리던 아나운서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영문을 알 지 못한 채, 고통과 공포에 젖어 들던 그 눈동자를.
 
충격으로 벌어지던 입술과 바닥으로 추락해 펄떡이던 혓바닥을.
 
어쩌면 이 감정은 동정심일지도 모릅니다.
 
거리를 배회하는 괴물은 난데없이 쳐들어온 외계의 것들도 아니고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도 아니에요.
 
비비안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산 사람이었음을.
 
비비안과 마다린처럼 숨 쉬고, 웃고, 떠들며, 또는 사랑하고 이별하는……
 
평범한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왔을 뿐인 사람 말이에요.
 
이런 모습이 되어 가장 괴롭고 비참한 것은 괴물, 이 되어버린 자신이겠죠.
 
 
괴물의 움직임은 느릿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비안이 두 걸음만 물러서면 금세 거리가 벌어질 정도로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슬로우모션처럼,
 
괴물들은 느리고 지지부진할지언정 멈추지 않고 비비안을 향해 기어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잠시 감상에 젖은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괴물은 커다랗게 입을 벌려 비비안의 목덜미을(를) 물어뜯습니다.
 
끔찍한 고통이 뇌리를 꿰뚫고, 단말마의 비명이 빈 거리를 메웁니다. 체력 -1d3
 
비비안:(그냥 내 체력이 구린것 뿐이었던거지... 걷는 것만으로도 금방 지치는 편이었단걸 잊고 있었다... 조금 거리를 벌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들에게 향한다. 동시에 피어오르는 묘한 감정... 동정심이라 부르기엔 애매한.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시야 한가득 그것의 얼굴이 보였다. 아, 하고... 도망칠 틈도 없이 셔츠깃과 함께 목께가 물어뜯기고 만다.) 1
(생소한 고통이다. 살면서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당혹감과 함께. 신음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 젠장, 도망쳐!
 
체력 -1 감소.
 
괴물은 결단코 입에 문 것을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무딘 이로 인간의 살점 을 뜯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괴물의 잇몸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질 지경이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매달립니다.
 
피부가 문드러진 탓에 뼈가 훤히 드러난 손가락이 비비안의 팔을 붙잡습니다.
 
죽은 자 특유의 차가운 감촉이 등골을 서늘하게 문지릅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무딘 이가 피부를 씹습니다.
 
침이라기엔 지나치게 끈적끈적한 감각이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통증이 거셀수록, 살점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치솟습니다.
 
 DICE:괴물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근력대항을 하거나, 근접전을 해야합니다.
 
비비안:에잇, ...떨어져! 떨어지라고....! (그래도 여기서 죽고싶지는 않다고! 동정심과는 별개야. 힘껏 밀쳐본다!)
근력
기준치: 30/15/6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괴물은 느릿하고 무디지만, 끈질기게 비비안의 목덜미를 뭅니다.
 
거의 녹아버린 이와 잇몸으로, 치열해보이기 까지합니다.
 
마다린:(그러다 자신이 사념에 잠겨 있는 사이 네게 달려드는 괴물을 바라보고는 기어이 자신이 움직이기도 전에 물린 너를 보곤 허겁지겁 네쪽으로 달려든다) 비,비비!
(차라리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된다면 그나마 도망치기 수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되려 자신의 목소리는 들리는 체도 하지 않는 괴물에게 여전히 의문을 품으며 네게서 괴물을 떼어내려한다) 어,어떡해...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끈적끈적한 감각이 마다린에 의해 떼어집니다.
 
그럼에도 괴물은 자신의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팔을 허우적거립니다.
 
그리고 그 직전에 괴물과 눈이 마주칩니다.
 
이번 괴물은 운 좋게도 눈동자가 남아 있는 녀석이네요.
 
희게 막이 서리고, 녹아내리던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순간 청명함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DICE:심리학 판정.
 
비비안: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동자에 서린 감정을 읽습니다.
 
산 사람처럼, 괴물의 갈색 눈동자는 간절하게 애원합니다.
 
도와달라고, 구해달라고, 살려달라고.
 
오직 비비안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처럼…….
 
비비안은 그저,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인데 말이에요.
 
그는, 그토록 절박했던 걸까요.
 
비비안:너, ... 도망치랬잖아. (몸이 조금 자유로워지자, 남은 힘을 쥐어짜 사이로 빠져나왔다. 그대로 다시 상대의 팔을 붙잡고 그것들에게서 멀어진다. 와중에 잠깐 눈이 마주쳤으나... 애써 고개를 돌려버렸다. 미안하다. 난 너흴 구할 수 없어. 미안. 속으로만 중얼거리고 다시 달린다.)
 
마다린:그렇다고 어떻게 혼자 두고 가! 밀쳐내지도 못하고 있었으면서...(쫑알쫑알, 네 말에 말대꾸를 하고는 붙잡힌 몸을 일으킨다. 네 상태를 한번 살폈다가, 병원으로 가기로 했으니까. 거기서 작은 치료라도 할 수 있겠지 싶어 너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속도를 빨리한다.) 그리고, 비비가 나보다 들고 있는 것도 많잖아.(괜히 민망해서 한 마디해요)
 
도망치거나 괴물을 간신히 떼어내고 나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치열해서라기보단, 공포에 질렸기 때문일 겁니다.
 
괴물은 너무 문드러졌고, 보잘것없어서 마다린과 비비안은 많은 품을 들일 필요가 없거든요.
 
치열함이란 오히려 괴물의 역할입니다.
 
괴물은 떼어내도, 떼어내도, 도망쳐도, 도망쳐도 마다린과 비비안을 뒤쫓습니다.
 
그 행동은 외려 필사적이기까지 해서,
 
알에서 갓 태어난 새 새끼를 보는 것 같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는데,
 
어째서? 무엇을 눈치 챈 거지?
 
종잡을 수 없는 공포가 다리 아래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아니, 공포라고 부르는 게 옳긴 할까요?
 
이 맹목적인 행위에서 도망치는 이유가,
 
정말 공포 였던가요? 이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왜 그들은 이토록 필사적인가요.
 
괴물이 비비안을 쫓는 것은, 그저 비비안이 살아있기 때문인가요?
 
비비안을 먹어치우고, 마다린을 먹어치우려는 이유란 무엇인가요?
 
배가 고팠기 때문에? 혹은 미쳐버렸기 때문에?
 
그도 아니라면……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어지러운 머릿속을 매캐한 흙냄새가 헤집고 지나갑니다.
 
불확실하고,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투성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비안이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비비안은 동화 속 용사님이 아니니까요.
 
 
괴물은 비비안의 존재를 인지한 이상, 떨쳐내더라도 끝까지 쫓아옵니다.
 
사냥 방법을 알 수 없으니 어떻게 피해야 할지 영,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이대로 거리를 배회하다가는 비비안과 마다린이 먼저 닳아 자빠질 거예요.
 
 
병원의 외벽은 새하얀 페인트칠로 완벽한 마무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말이에요.
 
오늘 본 병원은 무너지고 쓰러진 건물의 여파로 검게 그을리고,
 
창문이 깨지고, 난간이 휘어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주위의 건물 에 비하면 온건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병원의 문은 좌우로 열리는 자동문입니다만,
 
난리 통에 단단히 고장 난 탓에 딱 한 사람이 드나들 정도의 틈을 벌린 채로 멈춰섰습니다.
 
비비안:하아....(병원 앞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는, 건물외부를 죽 둘러보았다.) ...창문이 좀 깨지긴 했지만 조금만 막아 두면 아까 그 녀석들은 못 들어올 것 같은데. 뭔갈 부술 힘은 없어 보였으니 말이야. ...일단 들어가자.
(목께를 가볍게 쓸어 본다. 생각한 것보다 대단한 상처는 아닌 것 같아, 느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깐 고마웠어.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지. 그래도 다음엔 무턱대고 그러지 마. 너까지 물리면 어떡하냐.
 
마다린:(더운 여름인지라,턱끝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쳐닦는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내부의 에어컨은 기대할 수도 없겠지. 한숨을 쉬고는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아마 꽤 달렸으니 여기까지 괴물이 쫒아오기에 시간도 걸릴테고.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고 고르기를 기다리다가 네 움직임에 상처를 살핀다) 그래도.. 비비라도 나 구해줄 거아니야? 고마우면 나한테 더 잘하면 되지~(물론 알아서 잘 살아남을 타입입니다. 장난스레 옆구리를 콕 찌르고는) 내가 물릴 사람처럼 보여?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시체 썩는 냄새와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뒤섞여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불쾌한 냄새가 스밉니다.
 
1층 로비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다 녹아내린 시체가 대기 [의자]나 [접수대], 혹은 [휴게실]의 자판기 앞에 늘려 있을 뿐입니다.
 
녹아내린 시체는 거리를 배회하는 괴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니, 오히려…… 괴물보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뼈가 마디마디 드러나고, 근육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부는 이미 한 점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병원을 둘러보면,
 
 DICE:듣기 판정.
 
비비안:하긴, ... 너 내 생각보다 세더라. (내가 너무 약한걸수도 있고........) 어제까지만 해도 네 힘은 걱정거리였는데말야. 지금은 그게 안심되는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로비 가운데에 서,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여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천에 이토록 시체가 늘렸건만 산 사람은 하나도 없는 걸까요?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깜빡, 깜빡. 불길하게 점멸하는 형광등 탓에 더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마다린:... ....(어제까진 말이죠) ... ..나 그래도... 비비한테 해코지 한 적은 없지 않아?(그야 친구를)... ...
지금은 내가 제일 믿음직하지?
 
비비안:...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날 때릴까 걱정하던거라고 생각한 거야? (...) 아무튼, 그래. 믿음직하네.
 
마다린:그럼 대체 내 힘이 뭐가 문제야?(장난스레 투덜거려요) 아무튼, 나는 비비 치료할만한 붕대같은걸 찾아볼테니까.(들고온거 꺼내려면 한참을 뒤져야하잖아, 덥기도 하고.. 중얼거리며 병원 주변을 둘러본다)
 
비비안:괜히 여기저기 싸우고 다닐까봐 그런다, 왜... (그러던가, 가볍게 대꾸하며 근처에 있는 의자로 다가가 이리저리 살펴본다. 시체를 보곤 살짝 인상을 썼다.) 이건 갑자기 움직이거나 하지 않겠지....
 
마다린:여기저기 싸우고 다녀도 비비가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전적으로 너무 믿고 있습니다.) .... ...역시 부엌에서 뭐라도 줏어올 걸 그랬나 봐.(괜히 네 말에 긴장된듯 몸의 움직임을 줄여요)
 
 조사:상아색이었던 의자는 이미 더러워진 지 오래입니다. 무엇으로 더러워졌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맙시다. 입을 벌린 시체의 허리는 의자 끄트머리에 간신히 걸려 있습니다.
 
 DICE:관찰, 또는 지능 판정.
 
비비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체가 입은 것은 인근 고등학교의 교복입니다.
 
길목에서 몇 번 본 적 있거든요. 명찰의 이름은 낯설기 짝이 없습니다.
 
다행히, 모르는 사람이에요.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으니, 적어도 병에 걸린 환자는 아니었겠죠.
 
물론 진료를 받기 위해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녹아내릴 정도로 중병은 아니었을 거예요.
 
고작해야 감기나 위염일까.
 
다 녹아내린 시체는 사지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렵습니다.
 
말을 걸 수 없으니 이 상황의 영문을 물어볼 수도 없겠죠.
 
애도하거나, 혹은 징그러워하던 비비안이 그를 지나치려 하는 순간,
 
 DICE:행운 판정.
 
비비안:(생각해보면, 이전의 아나운서도 갑자기 녹아내렸었지. 어떠한 사고에 의한게 아니라면, 바이러스라거나, 생화학 무기 같은... 그런걸지도. 우린 이렇게 밖을 나돌아다녀도 괜찮은 걸까...상념에 잠긴다...)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가지 말라는 것처럼, 바닥으로 미끄러진 시체의 팔이 찢어집니다.
 
비비안:아; 깜짝이야;
 
아;;; 살아있는 줄 알았네;;;;;;;;
 
미끄러진 팔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작은 수첩이 눈에 밟힙니다.
 
비비안:...음? 이 학생(이었던 것)의 물건인가. (수첩을 주워들어 내용을 살펴본다.)
 
 조사:다이어리처럼 보이는 주황색 수첩. 시체의 명찰과 같은 이름이 앞표지에 적혀 있습니다. 가벼운 일기와 메모 따위가 남아 있습니다.
 
 문서:5월 19일
동생의 볼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몇 군데 병원을 들렀는데, 다들 볼거리라기에 으레 그런 줄 알았더니……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동생은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엄마도 아빠도 영문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동네의 큰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별일 아니어야 할 텐데…….
6월 4일
볼거리가 아니라 물혹이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두 살짜리가.
부모님은 입원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6월 12일
 
 문서: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동생의 수술이 잘 되게 해주세요. 그것만 바랐다.
6월 12일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동생 때문에 마음 졸이다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인 것도 까맣게 잊어버렸지 뭐야. 그래도 수술이 무사히 끝났으니까, 그게 제일 큰 선물이지.
동생의 병문안을 다녀온 다음엔, 성당에 기도를 드리러 가야지.
 
단정한 글씨로 적은 일기는 선하고, 상냥하기 짝이 없습니다.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며칠이었던가요?
 
비비안이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오늘이 6/13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체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를 괴롭게 합니다만,
 
일기를 읽고 나면 더욱 괴로워질지도 모릅니다.
 
오늘이 생일인 시체를 보고, 비비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시체가, 죽음이 무언가 다르게 와닿나요?
 
비비안:... (괜한 걸 읽어버렸나. 수첩을 덮고 한숨을 쉬었다. 죽음이란 무릇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라지만... 적어도 이런 식은 아니야.)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은 기뻐할지도 모르지. 그랬으면 좋겠다만. 편히 쉬어라.
(작게 중얼거리곤 수첩을 가방에 챙겼다. 이번엔 접수대로 다가가 본다.)
 
작은 중얼거림이 병원 내부 전체를 울립니다.
 
들리는 소움이 없으니, 비비안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울리고 흩어집니다.
 
 
접수대에 늘어진 시체는 두 구가 있습니다.
 
안쪽의 비비안 앞에서 엎드러진 [간호사], 그리고 접수대 아래에 쓰러진 [의사].
 
시체는 모두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이목구비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비비안:(입고있는 옷을 봐선...이게 간호사인가.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조사:[컴퓨터]앞에 앉은 채로 손에 [진단서]를 들고 있는 시체는 연녹색의 간호사복이 아니라면 신원을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패했습니다.
단정했을 머리카락은 희게 세고, 움푹 팬 뺨 아래로 드러난 흰 뼈 사이엔 뱉지 못한 비명이 고였습니다. 산 채로 피부가 녹아내리는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요. 눈꺼풀이 엉겨 붙은 탓에 눈동자를 볼 순 없지만,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습 니다.
 
비비안:... 잠깐 실례... (손에 들린 진단서를 조심스레 빼내어 읽어본다.)
 
 조사:오래도록 작동하지 않은 탓에 익숙한 화면 보호기만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마우스를 툭 건드리면 화면이 열립니다. 병원의 근무 일지라던가, 약 처방 따위 의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만 백신의 ㅂ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비비안:컴퓨터는 평범하군. 하긴, 이런 일... 누가 예상했겠어. (진단서엔 별게 없나?)
 
 조사:얇은 종이 몇 장을 쥔 채로 죽어버린 탓에, 손가락뼈는 단단히 그 모양대로 굳어 있습니다. 썩어가고 있으니 떼어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종이가 얼룩덜룩 번졌단 걸까요.
 
 DICE:모국어 판정.
 
비비안:
언어(모국어)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갑자기 0개국어하는사람됨)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려?
 
비비안:(아냐 원래 의사들 글씨는 아무도 못알아본다)
 
그렇죠. 그건 비비안이 가장 잘 아는 사실이죠.
 
진단서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딱히 이 사태에 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녹아내렸다면……
 
어떠한 징조라던가, 증세가 있었을 법도 한데요.
 
하루아침에 이 모든 재앙이 들이닥치는 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요?
 
재앙의 진상이 병마가 아니라면……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비비안:(초 ㅡ 심각한표정으로 진단서들여다보는중)
 
마다린:..(한참 병원 1층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다 붕대하나를 찾아들고 네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그 근처의 시체들을 보며 흡, 숨을 참아내고) .. 뭐하고 있었어?
 
그러고보니? 우리 비비안. 의학 전공이니까
 
다시 한번 판정해봐도 될듯? 킹리적 갓심으로다가
 
비비안:아? 어어. 왔군. 뭣좀 찾았나? (여전히 초 ㅡ 심각하게 노려보는중 종이 뚫어질기세로) 뭔가 이 사태에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언어(모국어)
기준치: 80/40/16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마다린:딱히 뭘 찾았다기보단.... ..그래도 상처를 압박할 수 있는..(의사앞에서 배짱좋게 얘기하다 포기하고 붕대를 들이밀어요) 그런것 치곤 너무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는데? 아는 사람 진단서라도 있는거야?
 
다양한 환자의 진단과 처방 따위가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 용어가 많고, 번진 글씨로 가득해서 제대로 읽기가 어렵습니다.
 
비비안:...역시 못알아보겠네. 의사들..글씨를 왜 이따구로 쓰는 거야!? (자기도 의사지망생이면서)(갑자기 화냄;;;)
 
마다린:그.. 아무래도 바빠서?(잘모르니까 비비안에게 물어볼까요) 왜그렇게 글씨를 쓰는거야?(??)
 
비비안:나도 몰라!!!! (썽내며 진단서를 책상에 내팽개쳐요;;)
휴... 됐어. 컴퓨터에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으니까. (의사 시체도 한번 슬쩍 봄)
 
마다린:(에게게, 열받았대요) 그렇게 소리치면 밖에서 사람있는 줄 알고 괴물들이 다 쫒아올걸?(그야 듣는 이는 없지만... 딱히 괴물들도 들을 수 있는건 아니어 보였지만...)
의사들은 그렇게 원래 화가 많아?(깐족거리면서 화를 돋구는 편)
 
 조사:엎드러진 시체는 흰 가운을 입고 있습니다.
물론 피와 녹아내린 무언가의 흔적으로 인해 끔찍한 몰골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입에 자신의 팔을 물고 있다는 걸까요.
입가를 살피면 다 빠진 잇새로 너덜너덜한 살가죽이 걸려 있습니다.
꼭 스스로 잡아먹는 꼴처럼요.
무딘 이로 질겅질겅 씹었을 테지만 피부 또한 무르기 짝이 없었으므로
 
 조사:다 녹은 케이크처럼 진득진득하게 늘어났습니다.
 
 DICE:관찰 판정.
 
비비안:... .... (급 진정) ... 화낸 거 아니거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마다린:화난 것 같은데......
 
비비안:(화나면 눈도 가물가물해지는 편)
 
마다린:(스으으읍 하아아아아... 숨쉬어 비비. 농담해요)
 
진정하고 재판정하기vs넘어가기
 
비비안:......................... (한번 진정해볼게요)
(후...후.....하........)(숨쉼)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그래도 조금 진정했다 야
 
비비안:(안되겟다이거)
 
의사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진 것 같다면, 착각일까요?
 
 DICE:행운 판정해볼까요 (ㅠㅠ
 
비비안: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달그락, 흰 가운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검은 지갑]이네요.
 
비비안:...아. (심호흡하다가 지갑 발견하고 주움)
 
 조사:평범한 가죽 지갑. 안에는 7만원 가량의 현금과 카드, 신분증이 들어있 습니다.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끼워져 있습니다.
 
마다린:아, 돈이라도 챙길까?(이사람은 쓸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말이야.)
 
비비안:죽은 사람 돈 훔칠 생각이 드냐? ...이 상황에 우리라고 돈 쓸 때가 있으려고. (남의 지갑 뒤지는 내가 할 소리도 아니지만... 가족 사진을 발견하고 빼내어 살펴본다.)
 
마다린:.........(먼저 뒤졌으면서)
.................................(먼저 뒤졋으면서 먼저뒤졋으면서 먼저)
혹시나 해서 그런거지.(이래서 너무 바른사람은)
 
 조사:아주 어린 아기를 안은 부부의 사진.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웃는 부모와 달리 아기의 시선은 엇비슷하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단란한 풍경이에요. 아마 의사의 가족이고, 아이일 테죠. 입맛이 씁니다.
 
 DICE:지능 판정.
 
비비안:...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의사의 가족도, 이토록 어린 아기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물끄러미 내려다 봅니다. 어쩐지 아기에게서 시선을 떼기 어렵습니다.
 
젖살이 포동포동하게 부푼 뺨은 매끄러운 분홍색입니다.
 
사진 속 아기와 시선이 마주쳤다고, 그런 착각에 빠졌을 때,
 
 DICE:듣기 판정.
 
비비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니……
 
고개를 휘젓거나 눈을 깜빡이면 목소리는 금세 흩어집니다.
 
비비안:...... 방금 누가 말했지?
 
마다린:.....(한껏따가운 시선을 보내다가 네 말에 다시 멀뚱거리는 눈으로 돌아와선) 여기 지금 아무도 없는데?(주변을 두리번거린다) .... ....이런 상황에서 무서운 이야기 하기야?
 
비비안:아니, 방금 분명 누가 말했는데. (사진과 상대를 번갈아보다가... 다시 지갑에 끼워넣어 시체 위에 올려놓았다.) 네 목소리는 아니었어. 아까부터 자꾸 들려, 머릿속에 대고 말하는 것 처럼. ...뭐, 단순한 환청일 수도 있겠지. 너, 귀신 같은걸 무서워했던가? (농담조로 한 마디 던지며 접수대를 떠난다.) 휴게실은 둘러봤어?
 
마다린:(어깨를 으쓱인다. 그렇겠지. 나는 아무 말도 안했으니까 말이야) 아까부터라고하면..(문득 비슷한 물음을 던진 적이 있던 이전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비비가 그런 장난을 칠 성격은 아니구.. 이런 상황에서 썩 좋은 상태라고는 말 못하겠네.
...귀신을 왜 무서워해?(사실 무섭습니다. 네 물음에 고개를 도리질 치고는) 이런 상황이라면 귀신말고 출몰할만한게 있잖아?
 
자판기와 원탁 테이블 몇 개가 놓여있는 단출한 휴게실.
 
걸음을 디디면 발아래 고인 웅덩이가 끈적하게 걸음을 붙잡습니다.
 
웅덩이는 검고, 희고, 붉고, 아무튼 이런저런 색이 뒤섞여 혼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견 모독적인 색이기도 합니다.
 
그것의 정체를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희고 둥근 무언가가 발끝에 걸립니다.
 
뭉그러진 눈동자입니다.
 
둘레가 흐릿해진 동공이 비비안을 향합니다.
 
웅덩이 사이로 솟아있는 작은 것들은 대부분 사람의 어딘가입니다.
 
코, 귀, 혹은 손가락. 드러난 탓에 채 녹지 못한 것인 듯합니 다.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그 괴물... 아니, (사람이었단걸 안 이상 이렇게 부르는건 실례겠지.) 그건 말을 못하잖아. (발에 걸린 것에서 애써 시선을 돌리며 피해 걸었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자판기 앞에 떨어진 휴대폰이 보입니다.
 
마다린:아차..(그랬던가. 어깨를 으쓱이고) 별 거 아닐거야. 이런 상황에 멀쩡한 정신을 붙잡고 있는게 더 힘들테니까 말이야.(가볍게 토닥..거려보나? 조금 어색하게 손을 움직여)
 
비비안:...어줍잖게 위로하기는. (말은 이렇게 해도 픽, 하고 작게 웃었다. 자판기 앞으로 다가가 휴대폰을 주워들어 살펴본다.)
 
 조사:휴대폰의 카메라가 켜져 있습니다. [영상]을 찍고 있던 것 같습니다.
 
최근 파일을 열자, 익숙한 병원 로비가 보입니다.
사람이 바삐 돌아다니는 로비. 하나같이 멀쩡한 모습으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순번을 기다리거나, 약을 처방받기 위해 드나듭니다.
그리고 북적이는 가운데……
“아아악―――!”
 
 조사:영상의 초점은 병원 한가운데 선 어떤 이를 겨냥합니다.
그는 정처 없이 몸을 앞뒤로 흔듭니다.
따라서 휘청거리는 팔이 퍽 불안해 보입니다.
휴대폰의 주인이었을 앳된 목소리가 교활하게 키득거립니다.
“취했나 봐.”
야,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조사:“떡이 돼서 모른다니까. 아, 진짜 진상. 고개 좀 들어보지……”
 
얄팍한 정의감인지, 혹은 이야깃거리를 놓치지 않는 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초점은 집요하게 그를 쫓아가고, 고개를 들어보라는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 고개를 치켜듭니다.
 
 조사:“헉, 씨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연달아 터집니다.
영상 속의 그는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피부 가죽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뉴스 속 아나운서처럼, 이마가 무너지고 코가 뭉개지고, 피눈물이 흐릅니다.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주위에 선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지만……
 
 조사:“으, 으아아! 싫어!”
곧 꽃망울이 터지듯 비슷한 증상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영상에 담긴 모든 이들이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그와 가까운 이도, 먼 이도, 닿은 이도, 닿지 않은 이도.
 
최초의 발원지인 그는 옆 사람의 목덜미를 깨물고, 다른 이들도 덩달아 서로의 살점을 삼키려 기를 씁니다.
 
아우성이 들리고, 유리문을 향해 뛰어가던 이도 다리가 문드러져 쓰러지고,
 
휴대폰이 떨어졌는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몇 차례나 뒤집히더니 천장을 비춥니다.
 
지금 비비안이 머리 위에 지고 있는 바로 그 천장입니다.
 
“사, 살려줘! 죽기 싫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영상이 끝납니다.
 
누구랄 것 없이 죽음을 질겁하고 삶을 구걸했으므로 목소리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
 
적막이 찾아옵니다.
 
죽음이 휩쓸고 간 병원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하던 지옥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너덜너덜한 시체를 보자니, 그것들이 단순히 녹아내려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것 같군요.
 
별로 알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비비안:... 별로 보기 좋은건 아니었군. (쓴웃음을 삼키며 핸드폰을 원래 있던 곳에 내려놓았다.)
 
마다린:(병원 전체를 울리며 비명을 지르는 영상을 보다 인상을 찌푸리면) ..뭐... 사건의 전말이라도 알 수 있었으니 된 거 아닐까? 여기엔 그런걸 물어볼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야.
 
병원에서 벌어진 참사는 이미 끝난 일로,
 
비비안이 무엇을 살피고, 들추더라도 바꾸거나 돌이킬 수 없습니다.
 
딱히 더 알아낼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비비안:...그래, 여기서 그 이상 더 알아낼 건 없겠어. 얻을 것도... 괜히 더 있다간 정신에만 좋지 않을 것 같다. 슬슬 나갈까. (가방을 고쳐 메고, 다시 입구 쪽으로 향한다.)
 
마다린:(의외로 덤덤한 네 눈치를 살피듯 눈만 가만히 굴려요. 역시 병원이라 그런가.. 괜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던가. 저혼자서 별 생각을 다하다가 이내 지우고 너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응. 비비 없는 동안 구급품은 잔뜩 챙겼으니까.
 
병원을 나서, 길목에 서면 여전히 괴물이 서성이고 있습니다.
 
마다린:... ..교회까지 가는 길이 머니까 식당도 들르는게 좋겠지?(거기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식량을 챙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비비안:음, 멀쩡한 장소가 있다면야. 거기도 시체만 잔뜩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쯤되면 교회에 도착해도 생존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심되는데. 여기까지 오는 길도 그리 가깝지 않았어, 그럼에도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잠시 침묵하다가,) 아냐, 괜한 걱정이지. 부지런히 움직이자고. 또 발목 잡히지 않게.
 
마다린:....(뭐, 아주 못할 걱정은 아니지만.. 작게 중얼거린다) 유독 이 거리만 사람이 많았을 지도 모르겠어. 병원이라던가.. 음식점은 사람이 몰리기 좋은 곳이니까.(그래서 더 피해가 컸다면 그럴 수도 있고. 덧붙이고는)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정말 한 둘이라도 없겠어?
 
괴물을 피해 도망치건, 혹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리건
 
식당은 매혹적인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영어로 쓰인 메뉴판이 걸려 있습니다.
 
창밖의 풍경도, 문안의 광경도 끔찍하지만,
 
식당이 본디 얼마나 좋은 곳인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흰 테이블보 위며 아래에는 시체가 쌓여 있습니다.
 
정작 음식이 담긴 그릇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채……
 
쓰레기처럼 뒤섞였군요.
 
음식을 먹던 중에 이 꼴이 난 걸까요?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체를 둘러보다 보면, 싫어도 알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 쌓인 것일수록 멀쩡하고, 아래에 깔린 것일수록 보다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내려갈 때마다 시체는 남은 것이 거의 없고 흰 뼈와 뭉개진 잔해만 도드라집니다.
 
꼭 먹고 남은 찌꺼기처럼. 살지도 죽지도 못한 괴물이었을 적,
 
잡아먹고 먹힌 거겠죠.
 
 
산 사람이 없으니, 주문을 받거나 요리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음식 냄새 대신 음식물 쓰레기에 가까운 악취가 가득합니다.
 
: 이, 이봐…….
 
가장 구석진 곳에 누군가 앉아있습니다.
 
테이블에 매달리다시피 엎드린 그는 멀쩡한 꼴은 아닐지언정
 
분명히 ‘아직’ 살아있습니다.
 
마다린과 비비안을 발견했는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팔이 앞으로, 앞으로 뻗어 나옵니다.
 
비비안:....?! 생존자인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괜찮아?
 
40대에 들어섰을까요.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얼굴은 주름이 졌지만, 꽤 양호한 상태입니다.
 
입술이 문드러져 내용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제외하면
 
이목구비가 모두 제자리에 붙어 있으니까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면 손가락도 그렇습니다
 
흰 셔츠는 딱히 다른 색으로 물들지도 않았고,
 
테이블을 긁느라 손가락 끝에 피가 고이긴 했지만
 
뼈가 꺾이거나 피부가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테이블을 긁으면서 두 사람을 부릅니다.
 
: 살려,살려줘.... 제발, 나 좀....(가까이 다가오는 비비안을 보며 눈을 홉뜬 채 굴려)
 
필사적으로 테이블 위를 움켜쥐지만,
 
테이블보만 조금 구겨질 뿐 테이블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애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상반신은 기울어져서,
 
의자 아래로 떨어졌으니까요.
 
쿵!
 
무거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사람의 머리가 문드러지고,
 
뚜껑이 열리듯 내용물이 쏟아집니다.
 
잔뜩 곱은 뇌와 멀건 뇌수가 역겹습니다.
 
흘러나온 것들은 바닥을 적시고…… 비비안의 발끝에 닿습니다.
 
의자 아래로 떨어지고서야 깨닫습니다. 시체는 반 토막밖에 남지 않았다고.
 
비비안:...아. (살아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안도하던 차에, 천천히 쓰러지는 몸과 함께 시선이 돌아갔다. 이윽고 툭, 하고... 발치에 무언가 닿을 때까지 굴러가던 시선이 그 아래에서 멈추었다. 눈을 크게 뜨고 비틀거리다, 이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 이런, 젠장. 제기랄...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반응을 살피려는 듯. 눈이라도 가려줄 걸 그랬나.)
 
마다린:(너무 손쉽게 다가가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어지던 말을 채 건네지 못하고 쓰러지는 몸을 본다. 여기까지 그리 먼길을 온 건 아니지만, 그나마 너와 자신 외에 처음 본 생존자나 다름없어서.. 내심 기뻐하던 찰나에 벌어진 일을 당황스러운 낯으로 바라본다. 이미 망가진 몸을 이끌고 쫒아오는 괴물들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문득 역한 기운을 숨기듯 입을 가린다. 이만큼 적나라한 상황에 면역이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거라. 겨우 꺼낸 말을 음정이 흔들리고 불안정한 시선이 너와 마주친다.) ... .. ..죽,죽은거야?
 
그의 하반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허리 아래로 다 녹아내렸는지 뼈도 보이지 않습니다.
 
끊어진 허리 아래로 천천히 녹아가던 살점이 테이블의 다리와 의자를 더럽히고 있었군요.
 
왜 그토록 그가 절실하게 매달리고 있던 건지 알 것 같습니다.
 
뭉개진 살점이, 드러난 단면이 붉고 질척하기 짝이 없습니다.
 
썩어들어가는 색이 거뭇합니다. 어딘가엔 구멍이 있고, 어딘가엔 부스럼이 있고……
 
비비안:... 죽었지. 확실하게. (충격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는 반응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마른 세수를 하더니, 벽을 짚고 다시 일어선다. 더러워진 바짓단을 살피고, 다시금 한숨.) 제정신으로 보기엔 꽤 충격적인 광경이지. 미안하군. 못볼 꼴을 보였다. 아무래도 나보단 네가 이런 거에 면역이 없을 텐데 말이야. ...
(어깨에 손을 얹고 가볍게 몇번 두드렸다. 아까와는 반대네.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한다. 정신을 차리면, 식당을 죽 둘러본다. 여기서 뭔가 얻을만한게 있으려나... 이런 곳에 있던 음식을 가져가봐야 건강에도 정신에도 좋을 것 같진 않은데.)
 
마다린:(인상을 찌푸린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새라 눈을 굴려 주위를 둘러보아도 죄다 시체, 시체, 그리고 괴물. 어디로 돌려야할지 몰라 다시 시선이 네게 향한다. 이곳에 있는 것중 멀쩡한 것이라곤 너랑 나 뿐이라) ...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건 역시.. 별로야..(그게 아무리 직업이라고 해도 말이야.)
온전한 몸에 새삼스러운 감사를 느끼며 다시끔 눈썹이 모아든다. 가볍게 제 어깨를 두드리는 동작에 문득 안심하다가도 피어오르는 불안감이) ...우리도 저런 식으로 변해버리진 않겠지? 물론 저렇게 되고 싶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테이블 위의 접시에는 타르트가 담겨 있습니다.
 
아직 손을 대지 않았는지 스푼과 포크, 접시 모두 깨끗합니다.
 
타르트 위를 장식하는 것은 무화과로, 설탕을 발라 반지르르하게 빛나고 있지만……
 
그 꼴이 어찌 그리 역겹던지요.
 
사람의 파헤친 살점 같아 도저히 삼킬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다던데 그저 구역질이 치밉니다.
 
시체를 한 조각 잘라 올려둔 것 같습니다.
 
 
손님이 없는 식당은 조용합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이것이 유일해 보입니다.
 
무화과의 다디단 향기가 감미롭게 시체 사이를 떠다닙니다. 침이 고이는, 좋은 향기입니다.
 
 DICE:듣기 판정.
 
비비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목소리 또한 부드럽고 유순하게 속삭입니다.
 
달콤하기 짝이 없어서, 어서 나를 먹으라고,
 
무화과가 스스로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다시 내려다보니 그것이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합니다.
 
배가 고프잖아요. 제대로 된 음식이라곤 보이지 않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더 험난한 일을 겪어야 할지 모르잖아요.
 
짬이 났을 때 먹어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공복인 채로 하염없이 뛰고, 걷고,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입니다.
 
단 것은 열량이 높으니 분명히 도움이 될 거고요.
 
비비안:...글쎄. 지금으로선 알수 있는게 없어. 그러지 않기만을 바래야지. ... (시선을 굴리다 문득, 무화과에 이르러 멈춘다. 향기는 달콤하지만... 도저히 먹을 기분은 들지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프거니와. 굳이 이걸 먹을 필요는 없지. 고개를 겨우 돌렸다.) 이제 됐어, ...나가자.
 
무화과 타르트 외의 음식은 대부분 땅에 떨어지거나
 
시체에 깔렸기 때문에 입에 대기 꺼림칙합니다.
 
원한다면 주방에 들어가 볼 수 있으나,
 
식재료는 어째서인지 모두 썩어 빠져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무화과 타르트뿐인 것 같군요.
 
그러나 도저히 먹을 기분이 들지 않으니, 이 무화과는 다음 차례의 사람에게 넘기도록 합시다.
 
0124 20:00 ~ 0125 01:07
 
식당을 나서, 길목에 서면 괴물의 수가 퍽 많이 줄었습니다.
 
 
익숙한 골목을 걷는데, 주위의 풍경이 이상합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피었던 이름 모를 풀꽃도, 도로 근처에 아름드리 드리웠던 나무도,
 
주택가의 담벼락을 타고 자라던 장미와 담쟁이덩굴도…… 모조리 시들었습니다.
 
 DICE:행운 판정.
 
미쵸: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비비안: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걸음 바로 앞에 무언가 처박힙니다.
 
심장이 터진 비둘기입니다. 연달아 툭, 투두둑.
 
참새라던가, 까치, 혹은 까마귀같이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이 빗줄기처럼 바닥에 떨어집니다.
 
 
“으앙, 아아앙.”
 
죽음이 둘러싼 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주위의 건물은 모두 무너져 산 사람이 그 아래에 깔려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괴물들의 귀에는 닿지 않는 것처럼 반응하지 않는군요.
 
비비안:... 어디서 애 우는 소리 안 들려?
 
마다린:... ....(불길한 울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 ..아무래도.. 이 상황에 살아있기는 한가 봐.
 
하지만 이것은 환청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마다린 또한 함께 울음소리를 듣고, 인식하고, 반응하니까요
 
“으아앙.”
 
숨넘어갈 듯 요란한 울음소리가
 
꼭 마다린과 비비안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비비안:...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이번엔 네게도 들리는 목소리로군. (이외의 대답을 들은 것 마냥 대꾸한다. 아이 울음소리 같은건 환청인 쪽이 나았을지도.)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구해야지. 어느쪽에서 들리는 지 알겠어?
 
마다린:꼭 나한테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구나.(그런 기색을 꾸준히 보이기는 했지만) 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과연 이 사단에 보호자가 살아있을지도 염려스럽고.. 작게 중얼거린다) 괜찮겠어?
 
비비안:있었지. 그건 좀 더 내게 무언갈 종용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괜찮겠냐니, 어떤 점에서?
 
마다린:(네게 구할게 있다면 뭘 종용하는건데? 네 대답에도 똑같이 묻고는) 그냥.. 이전에도 우릴 끈질기게 쫒아오는 괴물들이 있었으니까. 괜히 구하러 갔다가 화를 입으면 곤란하지.(물론 걔네가 좀 유별났지만. 전공자 앞에서 너무 무례한 말이니? 겨우 말을 덧붙인다)
 
비비안:아니, 무례하지 않았어. 맞는 말이니까. 우리 목숨도 부지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까지 구하겠다는 건 무모한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을 배우는 사람이고,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해보고 싶다.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내 의견으로 너까지 끌어들이는 건 너무 이기적이지. 난 네 선택을 존중해. 내 고집으로 친구가 다치는 것도 싫고. 그러니 네가 싫다면 나 혼자 갈게.
 
마다린:....(고민하는듯 잠깐의 시간동안 말이 없다. 아기 울음소리는 여전히 찝찝하고, 그렇다고 찾아가자니 무슨 위험이 닥쳐올지도 모르고.. 또 혼자 두고 가자니 이전의 상황같은 일이 벌어질까 묘하게 못믿는 시선으로 너를 바라본다) 혼자 가면.. 둘이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거 알고 하는 소리야?(샐쭉 노려봐)
혼자 두고 갔다간 아기가 아니라 비비가 걱정돼서 발 뻗고 못 잘걸!(그러고는 못이기는 척, 차라리 확실히 알고 가는게 좋겠지 싶어 너를 재촉하듯 등을 두들긴다) 저리로 가자. 저쪽에서 들리는 것 같으니까.
 
소리를 따라 마다린을 따라 홀연히 걷다 보면 지하철역에 도착합니다.
 
아래로 뻗은 계단을 두고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린 입구가 스산합니다.
 
울음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 오고 있습니다.
 
깜깜한 탓에 계단 아래는 보이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게 낫습니다.
 
지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 계단을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하고…….
 
비비안:... 너도 참 사람이 좋다니까.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조금 웃었다.) 그럼 조심해서 가 보지. 내가 앞장설 테니. (가방을 뒤적여 손전등을 꺼내 들고는, 망설임 없이 계단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다린:혹시 모르니까 한 소리지, 안온다는 것도 아니었고..(비비안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람보르기니 탄 사람에게 자전거 부럽다고 듣는 기분인걸요. 머쓱해서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해야 돼.
 
비비안은 손전등을 켠 채 앞장서서 계단을 천천히 내려갑니다.
 
몇 칸을 밟아도 마다린이 우려한 것처럼 괴물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위험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습니다.
 
대신, 지하에 가까워질수록 시시각각 불길함을 느낍니다.
 
돌아가고 싶다고, 본능이 경고합니다.
 
그리고 지하의 바닥에 다다르면 불길함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발을 디딜 곳도 없을 만큼 역사를 꽉 채운 시체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으니까요.
 
종말을 피해 바닥으로 파고든 그들은 결국 지상의 괴물과 똑같은 꼴입니다.
 
 DICE:듣기 판정.
 
비비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중에서 하나도 도망하지 못하며 그중에서 하나도 피하지 못하리라.
 
저희가 파고 음부로 들어갈지라도 내 손이 거기서 취하여 낼 것이요…….
 
아기 울음소리와 뒤섞인 낯선 목소리가 신경을 가느다랗게 긁습니다.
 
시체를 피해 걸음을 옮기려 해도 워낙 빼곡하게 쌓여 있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수를 눈으로만 헤아려도, 어림짐작해보아도
 
족히 마을 하나의 분량일 것이라고 쉽게 예감할 수 있습니다.
 
꼭, 이 도시의 모두가……
 
죽거나 괴물이 되어버렸단 것처럼.
 
비비안:... (눈 질끈......)
이제 시체 보고 놀라기도 지치는군... 아이나 찾아서 빨리 여길 떠야겠어...
 
마다린:그야 그렇지만.. 익숙해졌다고 괜찮은 기분은 아니라구(작게 투덜거린다. 시체의 기분나쁜 냄새에 코를 틀어막기까지하며) 이런 와중에 아기가 살아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하나가 된 듯 뒤섞인 그것들 사이에서 아기를 찾아내는 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울음소리가 이정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기는 아주 앳된 티가 나고, 스스로 목을 가누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보호자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만 그럼 무엇하겠어요.
 
보호자는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지 오래인걸요.
 
눈물처럼 뜨거운 살점이 어린 아기의 뺨이며 이마에 묻어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앙앙거리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상을 와락 쓴 탓에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고, 사정없이 구겨졌습니다.
 
아기 조차 이토록 치열해야만 하는 세계라니,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비비안:이런... (시체를 떼어내고 아이를 안아들었다. 살점이 묻은 얼굴을 소매로 닦아내고, 이곳저곳 살펴보았다. 다친 데는 없겠지?)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유 모를 위화감이 서성입니다.
 
자세히 보니 진짜 아기가 아니에요.
 
 
곧 공기를 찢던 요란한 울음소리가 잦아듭니다.
 
왜 이제야 왔냐는 듯이 칭얼거리던 인형은,
 
살아있는 것처럼 어깨와 가슴을 새근새근 들썩이다가……
 
주르륵.
 
비비안의 팔 안에서 녹아내립니다.
 
한여름의 눈사람처럼 뼈대도 남기지 않고 녹아내린 아기 인형은 그저 뜨겁고 축축합니다.
 
가득히 텁텁한 플라스틱과 고무 냄새 따위가 뱄습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을 털어내는데, 요란한 안내 방송이 시작됩니다.
 
“다음에 도착할 열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탑승객을 태울 수 없사오니 기다리는 분들은 그저 종말을 바라보며 마지막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천장에 걸린 커다란 화면에는 열차가 없다고 쓰인 글씨가 요란하게 깜빡입니다.
 
하긴, 사람이 이토록 무너지고 죽어가는데
 
열차가 정상 가동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다음 정거장에도, 이번 정거장에도,
 
이전 정거장에도 열차는 멈춰 서지 못할 것입니다.
 
망자를 태우는 열차가 아닌 이상에야 탈 수 있는 이도 없겠지만요.
 
 
죽음은…… 천지에 도래했습니다. 완벽한 종말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조사:핸드아웃 [세계]를 공개합니다.
 
비비안:(팔을 축 늘어뜨리면, 녹아 엉겨붙었던 것들이 아래로 뚝, 뚝 하고 떨어져내렸다. 더이상 털어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 감정은 이게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허무함인지, 다행감인지. 그런 와중에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지금껏 잡고 있던 일말의 희망마저 놓아버리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아직 옆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입가엔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로,) ...허탕이었네. 나갈까?
 
마다린:...(아기의 모습이 조금 낯익다고 느끼던 찰나, 끝에서부터 단번에 녹아버리는 인형의 모습을 보고선 눈을 크게 뜨고선 동요한다.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다못해 다 늙어가던 사람처럼 내장을 쏟아내지도 않는 아기에게서 텁텁한 플라스틱 냄새를 맡고서야 알아챈다. 사람이 아니었구나. 위험하지도 않았고, 정말 아기도 아니었으니.) ..그래도, 확인하러 온 건 잘한 일이야. 그냥 지나쳤으면 정말 아기였을거라고.. 생각했을테니까. 차라리 이런 상황에 놓인 아기가 정말 있다면 훨씬 괴로울지도 모르잖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어색한 웃음을 보고있자니 이렇게 만든 세상이 무심해 적지 않은 원망이 들었으나, 어쨋거나 이 상황을 살아남아야할 이유가 있으니까. 구태여 제게 감정을 숨기는 것을 들춰내는 일은 멀리한다) 얼른 나가자. 여기 있으면 시체냄새가 몸에 베어버릴 것 같아.
 
마지막 건물에서 나와 도로에 발을 디디면, 하늘은 한층 어두워졌습니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까요?
 
여전히 텅 빈 구멍으로 남은 태양 탓에 시간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해는 기울지 않고, 달은 차지 않으니
 
꼭 시간이 멈춘 듯 기나긴 정적이 드리우는군요.
 
목 두 개쯤 너머에 성당이 보입니다.
 
썩은 시체처럼 푸르스름한 하늘에는 곰팡이가 핀 것처럼 희고 붉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별 아래, 이제는……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괴물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요, 산 것은 오직 마다린과 비비안뿐.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만 남았습니다.
 
갈라진 아스팔트 도로의 균열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깊어서,
 
말 그대로 음부가 뒤따르는 꼴입니다.
 
나무는 시들고, 새는 떨어지고, 물고기는 떠오르며,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녹아내리는 인간의 지성과 육신이 참담합니다.
 
바람이 지나며 죽음이 채 거두지 못한 얄팍한 껍질을 흔들 때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DICE:듣기 판정
 
비비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큰 지진이 나며 해가 총담 같이 검어지고, 달이 피같이 되며
 
하늘의 별들 이 무화과나무가 대풍에 흔들려 선 과실이 떨어지는 것 같이……
 
 
낯설던 목소리는 끊임없이 비비안을 부르고, 말을 겁니다.
 
이제는 귀에 익은 소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집요하게 비비안의 어깨에 매달려 있어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시달리자니, 시시각각 미쳐가고 있다고 실감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채 흩어지기 전에,
 
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저 멀리에서부터 하늘이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핏기없던 시체의 색은 어느새 사라지고,
 
붉은 불꽃과 연기에 휩싸여 화려하게 치장했습니다.
 
노을이라기엔 불길하고, 석양이라기엔 끔찍한 색깔에 시선을 사로잡히면,
 
그와 동시에 한 번 더 쿵! 커다란 소리가 떨어집니다.
 
굉음과 함께 긴 꼬리를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별입니다.
 
촘촘히 박혀 있던 별들은 검은 구멍을 남기고 아래로, 아래로 추락합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은 다시 볼 수 없을 장관입니다만,
 
느긋하게 감상하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저 멀리에서 그려지는 별의 궤도 따위가 아니라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별들이 떨어진 곳곳마다 불이 붙고, 화마가 치솟습니다.
 
저 멀리에서부터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던 건물이 차례차례 부서집니다.
 
지각 아래에서 용이 깨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땅이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떨어지는 별 중에는……
 
 DICE:관찰 판정.
 
비비안:... 정말 세계의 멸망에 어울리는 장관이야. 그렇지 않나? (실없는 농담이다. 혹여라도 놓칠까 제 옆 사람의 손목을 잡았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비안과 마다린의 방향으로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띕니다.
 
마다린:그런 농담 하고 있을때야? 저게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질지도 모르는데..!(이런 상황에서 별똥별을 향한 감상을 나누다간 뼈도 못남기고 죽을게 뻔했다.)
 
어느 별 하나가 유난히도 붉더라니,
 
하늘을 가로질러 비비안과 마다린의 머리 위로 가까워집니다.
 
이대로라면 그 별에 짓눌려 쥐포 구이가 되거나,
 
혹은 폭파의 여파에 휩쓸려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서둘러 도망쳐야 해요! 뛰어요, 비비안!
 
 DICE:민첩이나 회피 판정.
 
비비안:... 이러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잖아. 자, 뛰자. (그대로 상대를 이끌고 앞으로 힘껏 내달린다.)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마다린:글쎄.. 나도 그 농담을 받아주고 싶지만...(비비는 농담을 너무 못해. 보통 그런건 사실직시라고 한다구. 작게 중얼거리며 다리를 움직여 재빨리 성당으로 가는 길로 내달린다.) 내 손 놓으면 안 돼!
 
달려야 하는데,
 
덤덤하게 말하는 것 치고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손이 덜덜 떨려서
 
속도를 내기가 영 어렵습니다.
 
마다린과 손을 잡고 간신히 골목의 모퉁이를 넘어서려는데……
 
땅을 쪼개고, 별을 쪼개는 소리는 뼈를 긁는 것처럼 날카롭기 짝이 없습니다.
 
비비안이 끔찍한 소리를 참고 눈을 뜨면,
 
마다린과 한쪽 눈이 마주칩니다.
 
어라, 왜 한쪽……
 
마다린의 눈동자는 하나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별의 파편에 한쪽을 내어주고 말았거든요.
 
붉은 별 아래로 피가 흘러넘칩니다. 끔찍한 광경에 비비안, SAN 0/1D2
 
비비안:... (헉,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는 굉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 또한 그랬을지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마다린은 고통에 신음합니다.
 
눈만이 아니라 팔등이라던가 목덜미, 혹은 뺨같이 드러난 부위에 긴 생채기들이 보입니다.
 
날카로운, 부서진 것들이 스치고 지나가며 만든 상처입니다.
 
그에 반해…… 비비안은 온전합니다.
 
괴물에게 물린 곳은 있으나 상처가 아릴만큼 쓰라린 것은 없습니다.
 
되려 생각보다 평온할 정도로..
 
그러고 보니……
 
 DICE:지능 판정.
 
비비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왜 우리만 멀쩡한 거죠?
 
마다린의 상처를 보고 있자니 문득 위화감이 치솟습니다.
 
상처, 벌어진 피부, 떨어지는 살점.
 
하지만 마다린은 상처 입었을지언정 괴물이 되지는 않았잖아요.
 
물론 비비안도 마찬가지예요.
 
대체 왜…… 우리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신에 가까운 의심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한들 당장 이유를 알 수도,
 
원인을 찾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밤하늘의 별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무수히 많고
 
계속해서 아침을 부르는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비비안:... 이봐, 괜찮아? 아직 달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으니까... (라고 말해도, 어디로? 이런저런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으나, 지금 그런걸 고민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버텨주길 바라며 계속 달리는 수 밖에...)
 
마다린:하윽, 아-,(무더운 여름날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그저 아픔을 꾹 누르듯 주먹을 말아쥔다. 생전에 이런 고통을 겪을일은 어느누구라도 흔한 일이 아니라, 몸 구석구석에 난 생채기의 쓰라림은 성에 채이지도 않았다) 다,달릴 수 있어. 곧 있으면 성당이야. 혹시 그 건물은 안전할지도 모르니까, 그,근처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우선 너 먼저 달려!
 
비비안:지금 나더러 널 두고 가라는 말은 아니겠지. 안 그럴 거라는 걸 알면서 그러는군. 힘들면 어깨를 빌려줄 테니, 자. 여기 기대. 난 아직 멀쩡하니까 괜찮거든. (잡은 손목을 놓고는, 이번엔 아래로 팔을 끼워넣어 부축하는 모양새로 상대의 몸을 들어올렸다. 속도는 조금 느려졌을지 몰라도, 어쩔 수 없다. 계속 앞으로 걷는다.)
 
마다린:(고통에 섣불리 발을 내딛을 수 없어 먼저 너를 내보냈으나 속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그대로 돌아서 저를 부축하는 몸을 본다. 바로 얼굴 한 편을 내어주었으니 다른쪽이라고 온전한 것은 아니라, 흐릿한 시야로 겨우 촛점을 맞추면) 미안.. 방해되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는데..(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여러모로 함께 있는 편이 나았다. 네게 쉽게 기댈 수 없어 제 몸이 되는 한 스스로 걸어가려 앞으로 걸어나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닙니다.
 
하늘이 부서지건, 별이 떨어지건 비비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무참히 벌어지는 자연의 학살, 재난과 재해 앞에
 
한낱 인간이란 어찌 그리 무력한지요.
 
시선을 빼앗겨, 도로에 붙박여 선 채로 가만히 모든 광경을 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길목의 끄트머리에 성당의 꼭대기가 보입니다.
 
 
마다린을 부축하며 성당으로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번에는 누군가의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애원과 예언도 들리지 않습니다만……
 
대신 비비안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강렬하게 깨지는 나팔 소리를 듣습니다
 
이건 세계가 종말을 맞으며 흘리는 BGM일까요?
 
확실한 것은, 사람의 이성을 갉아먹고 좀먹는 소리입니다.
 
 DICE:이성 판정.
 
비비안: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을 꽉 감았다 뜨거나, 고개를 잘게 흔들면
 
소리도 별처럼 부서져 고운 가루가 되어 귓속에서 흘러내립니다.
 
불길한 소리는 계속해서 비비안을 구하고, 원하고, 찬양하지만, 그래도……
 
 
오히려 엉망진창으로 뭉치고 뒤섞여서, 숫제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가 됩니다.
 
날카롭게 앙앙 울어대는 목소리가 지하철역에서 들었던 것과 똑 닮아서,
 
더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울음소리가 지겨워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지만……
 
손가락 끝에 닿는 체온이 비비안을 현실로 잡아당깁니다.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 존재하지 않는 삿된 소리는 사라지고,
 
텅 빈 거리 위에는 여전히 마다린과 비비안, 두 사람만이 살아있습니다.
 
별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온갖 요란한 소리 대신 너무나 익숙한 마다린의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마다린:...(더운 숨을 내뱉는 사이로 힘겹게 말을 꺼내면) ...그래도 거의 다 왔어.
 
위로처럼 들릴 정도로 상냥하게.
 
마다린은 시야가 온전하지 않아 비틀거리면서도,
 
똑바로 걸어갑니다.
 
성당의 입구에 설 때까지도 별은 끊임없이 떨어졌습니다만,
 
두 사람이 다치는 일은 다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면서도 다행인 일이었습니다.
 
 
끝끝내 도착한 성당은 꽤 커다란 규모입니다.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탁하게 변색한 흰색의 벽돌,
 
견고하게 쌓인 높은 탑과 구원자의 죽음을 전시한 십자가.
 
벽돌과 기둥마다 섬세하게 새겨진 이름 모를 나무 덩굴이 가야 할 길 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거대한 건물 앞에 서자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본능 같은 위화감입니다.
 
세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이곳은 어째서 이토록 무사한가요?
 
신이 실재하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신은 왜…… 세계를 저버린 걸까요?
 
신의 존재를 의심할 적에,
 
 DICE:듣기 판정.
 
비비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다시금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두드립니다.
 
출처를 찾을 필요도 없는, 지겨운 그것을 떨쳐내고 나면
 
몇 걸음 앞서 성당의 입구에 선 마다린이 심각한 얼굴로 비비안을 돌아봅니다.
 
마다린:...비비? (별안간 돌아서서 한쪽이 없는 눈으로 너를 바라보면) ..아까, 그 문자 다시 확인해보면 안 돼?
 
비비안:...응? (갑자기? 의아한 낯으로 마주본다. 농담은 아닌것 같아서, 순순히 문자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그림
 
[행정안전부] 긴급 대피 요망. 가까운 성당, 교회로 집합할 것.
 
마다린:...여기... 사람이 하나도 없어.
 
인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바람이 뒷덜미를 스칩니다.
 
문자는 여전히 메시지 함에 얌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아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내용입니다.
 
찬찬히 읽어도 내용의 변화를 눈치챌 수 없습니다.
 
비비안과 마다린은 분명히 맞게 찾아온 것 같은데요.
 
문자에는 특정 성당, 교회의 이름이 쓰여 있지 않습니다.
 
분명히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은 이곳입니다.
 
하물며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니
 
이곳을 두고 구태여 더 작은 성당, 교회에 집합시킬 리가 없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비비안이 문자를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문제죠?
 
 
이 문자가 이상하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게, 성당이나 교회 둘 다 통상적인 재난 대피소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세계(행정안전부)는 분명히 비비안을 이곳으로 불렀습니다.
 
비비안은 성당의 입구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돌아가거나, 들어가거나.
 
비비안:...그렇군, ... (잠시 뒤를 돌아본다. 보이는건 멸망해가는 세계, 부서진 폐허... 다시 앞을 보면 부상자와 그나마 안전한 장소. 설령 문자의 진위를 의심하더라도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 네 상처를 치료할 곳이 필요해. 일단 들어가지. (별 망설임 없이 대꾸하고는 그대로 상대를 이끌어 성당 안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마다린:...(같은 생각이라는듯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상황에서 믿을만한건 이 성당밖에 없으니까...(차라리 무너지지 않는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 쪽이 낫겠어. 괴물조차 없다고 해도 말이야. 이끄는 팔에 저항없이 따라서선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훤히 열려있던 입구를 지나면 안뜰이 펼쳐집니다.
 
새순이었을 잔디는 흐릿하게 색이 빠졌고, 밟으면 버석거리는 소리와 함께 흩어집니다.
 
걸음걸음을 옮길 때마다 석고로 세운 조각상의 시선이 KP와 비비안을 내려다 봅니다.
 
기도를 올리는 성인, 십자가를 든 성인, 열쇠를 쥔 성인과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의 조각상.
 
근엄하고 경건하기 그지없는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왜 이리 스산하고 불길한지요.
 
걷고 걸어 입구 바로 앞에 서면……
 
닫힌 문 좌우로 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커다란 나무는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것들과 달리 새파란 이파리를 내고 있습니다.
 
끄트머리가 둥근 이파리들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입니다만,
 
꽃도 열매도 걸려 있지 않아 무슨 나무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여름 특유의 더운 바람이 불고, 가지가 몸을 떱니다.
 
 DICE:자연이나 교육 판정.
 
비비안: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지만,
 
이파리의 모양새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무화과나무가 분명합니다
 
수확 철이 멀었으니 당연히 열매가 열리지 않았겠죠.
 
 
꽃도, 열매도 내지 않았건만 나무 근처에 서 있으면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향기의 근원을 통 알 수 없습니다.
 
마다린:...(너보다 조금 앞서 더 깊은 성당 안쪽으로 들어서려 내부의 문을 열려고 했으나, 지친 몸 탓인지 잠겨있는 건지. 도통 열리지 않는 문을 두고 씨름한다) 사람은.. 없어보이는데. 잠긴걸까?
 
비비안:... 뭐하는거야, 부상자가. 쉴만한 곳을 찾을 때까지 내 옆에 가만히 있어. (괜히 핀잔이나 준다. 문이 잠겼나? 문에 손을 대고 힘주어 밀어 보았다.)
 
마다린:(힝. 드문 환자 취급이 영 민망해요) 이렇게 다쳐도 내가 비비보단 힘 쓸걸.(괜히 궁시렁거리고는 얌전히 옆에 서요)
 
비비안이 손을 대면 마다린의 모든 노력이 거짓말인 것처럼 소리 없이 문이 열립니다.
 
너머에는 예배당이 펼쳐집니다.
 
마다린:.....당기는 문이 아니었나봐.(힘만 쓰는 바보됨.)
 
비비안:(너...당겼던거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마다린:(힝!!) ...그,그럴 수도 있지.(머쓱하니까 후다닥 예배당 안으로 먼저 들어가요)
 
예배당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내려앉았습니다.
 
별이 추락하는 소리도, 속삭이던 낯선 목소리도, 아기의 울음소리와 말발굽 소리,
 
요란한 나팔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바깥의 근심·걱정은 모두 거짓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장까지 솟은 기둥 뒤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색의 빛을 떨굽니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감탄할 눈이 없군요.
 
좌우로 늘어선 긴 [의자]에는 예배드릴 사람이 없고,
 
앞에 솟은 [단상]에도 설교 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비비안과 마다린을 위한 예배 시간일까요.
 
비비안:(교회에 와본 적도, 신에게 기도해본 적도 없으니 꽤 생소한 기분이 든다. 제일 가까이에 있는 의자를 살피며 손짓한다.) 아직 살만한가 본데. 이리 와서 앉아 봐.
 
 조사:나무를 깎아 만든 기다란 의자는 대여섯 명이 거뜬히 앉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습니다. 단상에 도착하기 위해선 그사이를 걸어가야 합니다.
칸칸이 지나도 사람의 흔적이라던가, 지척에 널려있던 시체라던가, 무너지던 괴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다린:아직 살만하다니.. 아파죽을 것 같거든?(그러니까 얌전히 손짓하는대로 따라가선 앉아요) 이거 봐. 이만큼 다쳐서 안죽은 거에 감사하게 생각해달라구.
 
비비안:그런것 치곤 기운차 보여서. 아무렴... 다행이지. (픽 웃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챙겨온, 혹은 마다린이 챙겼던 붕대와 응급처치 도구들을 꺼내 옆에 늘어놓았다.) 아파도 움직이지마. 소리정돈 질러도 돼.
(태연하게 말하더니, 한 손에 거즈를 들고 다른 손으론 상대의 얼굴을 잡아 살짝 들어올렸다. 파편이 튀었던 한쪽 눈을 신중하게 살핀 후, 거즈로 상처부위를 조심스레 닦아내기 시작했다. 일단 지혈부터,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붕대를 머리에 감아 고정한다.)
 
마다린:나야 늘 기운차지. 축처져있으면 있던 기운도 날아갈 걸. 아파서 꼬집어도 봐줄거야?(여전히 장난스러운 말로 하고는 손으로 얼굴을 들어올리는 대로, 닦아 내는대로 얌전하게 있다 싶으면)
아야야, 아야!(장난 반 진심 반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내요) 혹시 이거 앙금이 담겨있는 손길은 아니지?
 
비비안:... 그러던가. (도중에 간단히 대꾸했을 뿐이다. 겨우 하나의 작업을 끝내면 작게 한숨을 쉬고, 그제야 농담조로 대꾸한다.) 앙금이 담겨있으면 어쩔 건데? 지금껏 네 사고 수습한게 얼만데 말이야.
(이번엔 솜과 소독약을 잔뜩 꺼내곤, 몸 여기저기의 상처들을 살펴본다.) 이렇게 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으니 긁힐 만도 하지. (라고 납득함)(소독약 묻은 솜을 상처에 인정사정없이 문질러요)
 
마다린:(너무 늦게 대답한거아니야? 아플거 다 아팠단 말이야. 종알종알 중얼거리곤 간간히 내는 신음과 주먹을 쥐는 일만 했을 뿐이다) 그치만, 이런 상황에서 앙금을 품다니, 이전에도 충분히 복수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을텐데.(멀쩡한 눈 한쪽을 가늘게 뜨며 바라본다)
.... ...그치만 지금 여름인데? 이렇게 입지 않았으면, 아!! 아악!!!! 비비, 아파! !(인정사정없는 손길이 찰싹찰싹 앉아있는 무릎을 쳐요) 앙금이 지나쳤어!(살짝 눈물고여버려요)
 
비비안:(아, 아야.아야. 아프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좋아, 아직 살만한가 보군. (태연하게 한번 더 말함)(이번엔 가방에서 알약 통과 생수를 꺼내 내민다.) 이건 진통제. 먹고 좀 쉬어 둬. 안쪽 조사는 내가 할게.
 
마다린:(흐하항. 약간 복수에 복수했어요. 만족하고 손을 거둬요) 그래, 아직 살만하니까 치료하다가 친구를 죽이는 일은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새침하게 말하고는 진통제를 생수없이 들이켜요) 응, 여기는 괴물이 없는 것 같으니까~(다녀오라는듯 손을 가볍게 휘저어)
 
비비안:(왜 그렇게 뿌듯한 표정이냐 이녀석...)(그래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함)(고개를 끄덕여보이고 단상을 보러 가요)
 
마다린:(역시. 아프다는 핑계로 볼을 꼬집어볼 걸 그랬다고 생각중.)
 
 조사:포도나무와 엉겅퀴의 문양을 새겨 넣은 단상에는 전원이 꺼진 마이크와 두꺼운 책이 한 권 놓여있습니다.
검은 가죽 표지에는 당연하지만, [성경]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비비안:(성경인가... 처음 읽어보는데. 빠르게 팔랑팔랑 넘겨 본다.)
 
 조사:공동 번역 성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수록되어있습니다.
 
 DICE:자료조사 판정.
 
비비안: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서, 익숙한 구절을 발견합니다.
 
 DICE:1d7 판정.
 
비비안:음? (뭘까) 7
 
7. 마가복음 13:17 그 날에는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니
 
 DICE:자료조사와 1d7판정을 통해 여러번 구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비비안:(뒤적뒤적뒤적)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1
 
1. 아모스 9:1 그중에서 하나도 도망하지 못하며 그중에서 하나도 피하지 못하리라.
 
저희가 파고 음부로 들어갈지라도 내 손이 거기서 취하여 낼 것이요
 
페이지를 펼치면 역시나 낯익은 구절이 눈에 밟힙니다.
 
비비안:(지금껏 내게 말을 걸던게 이거였나. 성경이 원래 이랬던가, 언제 읽어본적이 있어야 말이지...)
자료조사
기준치: 80/40/16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지막으로 한번만더) 5
 
5. 마태복음 24:32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익숙한 구절의 글줄을 읽다보면 비비안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태 속삭이던 목소리와 퍽 비슷한 뉘앙스라는 것을요.
 
그러니까,
 
 DICE:지능 판정.
 
비비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모든 이야기가 성경에서 기인했다면,
 
비비안이 여태 들었던 이상한 영어와 숫자의 조합은……
 
성경 구절을 가리키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낱낱이 적힌 이야기들은 일맥상통하게 세계의 마지막을 가리킵니다.
 
징조, 과정, 결과……. 모든 것이 빼곡하게 적혀 있어요.
 
비비안이 길목을 지나며 보아온 광경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진정 예언이 존재한단 말인가요?
 
우리의 미래가, 세계의 종말이, 모든 것의 마지막이 이미 정해져 있었단 걸까요?
 
 
비비안이 신을 믿었다면 예언의 성취에 감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두려워 떨겠죠.
 
이미 정해진 끝이 찾아왔다면…… 돌이킬 방법 따위 없다는 뜻이니까요.
 
한낱 인간인 두 사람이 발버둥 쳐봐야 종말은 입을 벌리고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을 뿐입니다.
 
참담한 깨달음에 비비안, SAN 0/1
 
비비안:정해진 멸망...인가. (작게 곱씹는다. 참담한 일이군. 신 따위 없다고 지금껏 믿어왔건만.)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지나칩니다.
 
사방에서 놓인 바람이 전쟁처럼, 죽음처럼 유리창을 흔듭니다.
 
붉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유리가 비명을 지르는 양 어지럽게 빛을 떨굽니다.
 
바닥에 그림자 대신 빛의 흔적이 아롱집니다.
 
창틀이 흔들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더라도 무화과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야, 나뭇가지 끝에는 열매가 매달리지 않았으니까요.
 
그저 꼭대기의 불그스름한 유리가 유난히 불길하게 흔들립니다.
 
꼭 무화과의 색입니다.
 
쾅!
 
그러나 유리가 깨지는 소리 대신 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빈 예배당을 울립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좌편에 난 [좁은 문]이 보입니다.
 
비비안:저런곳에 문이.... (어디로 통하는 걸까? 가까이 다가가 열어 본다.)
 
 조사:암적색 커튼 너머에 비스듬히 가려졌던 좁은 문에는 [고해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고해성사할 일 따위 있지도 않지만, 어째선지 열린 문은 비비안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비비안:고해할 것도 없는데 말야... (들어줄 사람도 없잖아. 그래도 왠지모를 호기심이 동했다. 한 걸음 안으로 내딛어 보았다.)
 
마다린:(딩가딩가, 발만 굴리며 비비안이 움직이는 동태를 살피다 어디론가 들어가는 너를 보고선 겨우 일어나) 뭐하는 곳인데? 나 두고 가지 말라니까!(쫄래쫄래 따라가요)
 
고해성사 : 지은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에게 고백하여 용서받는 일.
 
고해소라면 본디 용도에 맞게 칸막이를 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지은 죄를 낱낱이 고백할 수 있도록, 죄를 미워하되 지은 이까지 미워하지 않도록…….
 
그러나 어째서일까요?
 
이곳의 고해소에는 칸막이도, 의자도, 지은 죄를 고해할 신부도 없습니다.
 
대신 눈앞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습니다.
 
비비안:뭐야, 너. 쉬고있으랬더니, 몇분이나 지났다고... (한숨 푹... 쉬고 안쪽의 나무를 바라본다.)
 
마다린:(혼자 있으면 지루하단 말이야. 내가 엉덩이 붙이고 가만히 있는거 봤어? 한시도 쉬지 않고 조잘조잘...)
 
 조사:새파란 이파리를 낸 두 그루의 나무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가지의 방향만 반대로 섰을 뿐입니다.
 
끄트머리가 둥근 이파리들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로, 꽃도 열매도 걸려 있지 않습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나무의 가지와 몸통, 그리고 나아가 뿌리입니다.
 
눈처럼 새 하얀 나무의 가지와 몸통은 색과 달리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끄트머리에 걸린 이파리가 파릇파릇하니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뿌리는…… 놀랍게도, 허공에 떠 있습니다.
 
흙 한 점 없는 실내에서 어떻게 나무가 자라난 거죠?
 
심지어 뿌리는 바닥에 닿지도 않고, 느릿하게 꿈틀거리며 허공을 배회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 한 비비안, SAN 0/1
 
비비안: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비비안:(세상이 멸망해가는 마당에 물리법칙정도 좀 밥말아먹을수도 있고 그런거지)
 
마다린:(이하동문입니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나무입니다. 두 그루의 나무 모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는 식물임에도……
 
 DICE:자연 또는 교욱 판정.
 
비비안:
교육
기준치: 80/40/16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것은 무화과나무가 분명합니다.
 
 
무어라 불러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무화과나무는 가지를 드리웁니다.
 
향긋한 단내가 밀려옵니다. 바람은 새어들지 않는데 향기는 이토록 짙습니다.
 
홀린 듯이 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나무 중 한 그루의 가지에만 숨겨두듯, [무화과]가 달려 있습니다.
 
비비안:(열매? 무화과 달린 나무 가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조사: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탐스러운 무화과. 가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열매가 한껏 무르익어 달콤한 향기를 내뿜자, 절로 침을 고입니다.
 
무화과는 왜 한 쪽에만 매달린 걸까요?
 
과일의 그림자 아래로 나무껍질 표면에 새겨진 글씨가 보입니다.
 
나무의 표면에는 난생 처음보는 글씨로,
 
 DICE:모국어 판정.
 
비비안:
언어(모국어)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각각 생■ 나■, ■악을 알■ 하는 ■무라고 쓰여 있습니다.
 
왼편에 선 나무에는 ■악을 알■ 하는 ■무라고 쓰여 있는데,
 
글씨 위로 둥 그스름한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따라 시선을 올리면 가지 끝에 매달린 무화과가 보입니다.
 
우편에 선 나무, 생■ 나■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비안은 쪼끔 불행해졌습니다. 성당인데두 말이에요.
 
비비안 행운 -6 감소.
 
비비안:(0개국어하는 사람 되는게 훨신 더 불행한거같다)
 
여러모로 그런편이죠.
 
 
나무의 글씨를 다시 살펴본다면, 각각 생명 나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위로, 무화과가 열려있는거겠죠.
 
 DICE:듣기 판정.
 
비비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야 해요…….
 
무화과를 바라보면 누군가 다시금 속삭입니다.
 
비비안에게만 들리는, 뱀 같이 교활하고 상냥한 목소리입니다.
 
눈을 깜빡이면 그 열매의 표면이 얼마나 매끄럽던지요.
 
배어 나오는 향기는 어찌나 다디달던지요.
 
당장이라도 한 입 베어 물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선악과로부터 죽음이 시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그것은 그저 눈을 밝게 하고, 선악을 구별케 하는 과실입니다.
 
비비안:... (저걸 먹으라는 건가? 무과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니, 잘 모르겠군. 마지막 희망에 매달리는 사람의 기분이 이런 것인지. 나무로 다가가 열매에 손을 뻗어 본다. 딸 수 있을까?)
 
무화과는 손가락 끝에 조금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가지 끝에서 떨어집니다.
 
어쩌면 이 순간을 내내 기다려왔을지도 몰라요.
 
잘 익은 과실의 표면은 붉은 기가 도는 보라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비비안:(열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한입 베어물었다.)
 
열매는 부드럽다 못해 물러 터졌습니다.
 
옷자락에 문질러 닦고 한 입 베어 물면……
 
꿀처럼 달고 술처럼 독한 과즙이 터집니다.
 
흐물흐물하게, 혀 위에서 녹는 식감이 꼭 봄에 내린 서리 같습니다.
 
잇자국을 남기고 뭉개진 단면은 혈관처럼 우둘투둘하게 일어나 여태까지 보아온 시체를 연상시킵니다.
 
분명히 혀끝에는 달기만 한데, 어째서 이토록 불길할까요?
 
이유 모를 감각에 의심을 품기 전에,
 
쨍그랑!
 
문 너머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심지어 한 번이 아닙니다.
 
날카로운 것이 깨지고, 부서지고,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가 연달아 고요하던 성당을 할큅니다.
 
마치 예배당의 모든 창이 깨지기라도 한 것처럼……
 
잘고 끊이지 않는 파열음입니다.
 
비비안:.... 무슨 일이지? 넌 여기 있어. (뒤를 돌더니, 밖으로 나가 소리의 원인을 찾아본다.)
 
마다린:.....?(가만히 무화과 먹는 비비안을 보며 내심 입맛을 다시다가) 나,나보고 가만히 있으라니!(비비안은 너무해)
 
다시 예배당으로 나가면,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곳곳의 풍경이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도 없습니다.
 
들었던 소리가 모두 거짓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장까지 솟은 기둥 뒤로 화려한 [일곱가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색색의 빛을 떨굽니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지만…… 무언가 이상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원래 이런 모양이었던가?
 
색에 물든 유리 조각은 부서지고, 재조립되어 새로운 그림을 완성합니다.
 
창 틀에 걸린 것은 불규칙한 무늬의 배열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비비안:뭐야, ... (뭔가 변했나? 스테인드 글라스를 올려다보았다.)
 
첫 번재 스테인드 글라스에는 화려한 빛무리에 둘러싸인 가운데, 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의 탄생을 축하하듯, 태초부터 존재하던 빛은 나팔을 불고 어둠은 요람을 펼칩니다.
 
태어난 신은 오직 홀로된 자이며, 시작과 끝이고,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완전하고 완벽하며 그 권능이 전지전능하니 타종이 필요치 않습니다.
 
비비안:(두번째도 본다.)
 
두 번째 스테인드글라스는 신의 머리 위로 궁창의 물이 갈라져 구름을 찢고,
 
바닥의 물은 흘러넘쳐 바다를 이룹니다.
 
물이 말라 드러난 곳은 땅이 되니, 신이 밟은 곳은 마을이, 밟지 않은 곳은 산이 되었습니다.
 
빛과 어둠은 낮과 밤이라 불립니다.
 
비비안:(꽤 잘 만들었는걸... 다음은 세번째.)
 
풀과 씨 맺는 채소, 열매 맺는 과목이 자라니 보기 좋았습니다.
 
하늘에는 날개 달린 새들이 둥지를 틀고,
 
바다에는 온갖 모양의 물고기와 짐승들이 생육하고 번성합니다.
 
비비안:(네번째는?)
 
신은 자기 형상, 곧 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끝에 기어코 남자와 여자가 첫숨을 터트리니, 그가 매우 기뻐하며 축복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
 
 
여태까지 창조한 것 중에 신은 사람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땅에서 사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였으나……
 
비비안:(그러나? 다섯 번째.)
 
신의 형상을 닮았으나 그들은 신이 아니었습니다.
 
유한하고, 불안정하며, 망각하고, 죽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반복했습니다.
 
몇 번의 삶과 죽음이 반복되자 사람은 신을 감쪽같이 잊었습니다.
 
하루는 천년이오, 천년은 하루라. 신이 사람을 만들기까지 보낸 날보다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신은 허망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보호할 새로운 신을 찾았습니다.
 
하늘을 펴고, 바다를 우린 신을 잊고,
 
셀 수없이 많은 신의 이름이 태어나고 사라졌습니다.
 
그곳에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신을 잊은 이들에게도 축복은 여전했습니다.
 
사람들은 생육하고 번성했으며 땅에 충만했습니다.
 
보기에 좋았으나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비비안:(신도 참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나보군.. 그 다음은?)
 
신은 슬픔에 젖어 자신이 만든 것들에게서 눈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정성껏,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열매를 만들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고, 생명을 주는 것.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 ■■을 닮은 것.
 
 
무화과에 숨을 불어 넣어, 자신의 권능을 숨긴 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무한한 삶은 너무나 지겹고 외로웠어요.
 
그는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 해부터 여름이면 무화과나무가 가지를 뻗고 열매를 틔웠고,
 
신의 행적은 바람을 타고 종이에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비비안:(이제 마지막... 일곱번째 글라스를 본다.)
 
사람은 신이 사랑한 피조물.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신의 피조물 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이 자신의 역할을 잊고 그것들을 보살피지 않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악한 것들은 본디 더 악해졌고,
 
얼음이 녹으며 바다가 넘치고 땅이 갈라지니 동식물이 죽어 나갔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사람은 마지막의 직전까지 살아남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신이 돌보지 않는 세계에 드디어 끝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체질이 녹고, 뼈가 스러지고, 살점이 문드러졌습니다.
 
썩은 피가 흘러넘치니 어디에도 신이 사랑한, 신을 닮은,
 
신의 형상을 본딴 모양은 남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신을 찾고, 구원을 부르짖었습니다.
 
 
비비안이 이편에서 저편까지 그 모든 것을 훑으면,
 
가장 찬란한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소서!”
 
마지막 유리 조각에 시선을 던졌을 때, 비비안은 깨달았습니다.
 
 DICE:지능 판정.
 
비비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이것은 나의 이야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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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진실은 가혹한 것이었을까요.
 
얼마나 비비안에게 와닿았을까요.
 
쏟아지는 이야기를 감당하기 위하여 가만히 서 있자면,
 
마다린이 어깨를 흔듭니다.
 
마다린:나보고 가만히 기다리라더니... 왜 그래?
 
뺨에 닿는 시선은 말갛기만 합니다.
 
마다린:..(네 시선이 향하는 곳을 한번 바라봤다가) 스테인드글라스에 뭐라도 있어?
 
마치…… 마다린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지혜를 가르치는 나무라고 하던가요.
 
무화과는 비비안만이 삼킬 수 있는 과실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비비안의 것이니, 오직 비비안에게만 허락된 거예요.
 
 
하나씩 조각이 들어맞습니다.
 
왜 당신만 녹아내리지 않았는지, 당신만 다치지 않았는지,
 
이토록 낯선 목소리는 어째서 자꾸 정신을 뒤흔드는지,
 
괴물이 왜 비비안을 향해 울부짖는지, 애걸하고 매달리듯 발아래 엎드려,
 
멈추지 않고 기어오는지. 징그럽기 짝이 없는 그 광경이 왜 그리 사랑스러웠는지.
 
모두 비비안이 빚고 만들고, 꾸며, 축복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건 비비안뿐이에요.
 
비비안:(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곳과 제 앞 사람을 천천히 번갈아본다. 그와 동시에 피어나는 의문. 눈을 가늘게 뜬다. 입을 열어 한 마디만을 뱉어냈다.) ...그러고보니 너, 왜 멀쩡한 거지? 멀쩡할 리가 없는데...
 
마다린:.....(제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없이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고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그야.. 그건 나도 궁금하지.. 비비도 나랑 같이 멀쩡한 건 마찬가지잖아?
왜 그랬어? 아까 여기서 무슨 소리가 들리던데... 아무 일도 없었나 봐?
 
비비안:... (잠시간 말 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다.
(혼란스러운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 상대를 등지고 섰다. 주먹을 쥐었다 펴 본다. 신이라니, ... 무신론자로 살아왔던 나에겐 너무 갑작스럽다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힘이... 나한테 있나? 진짜?)
 
마다린:(여전히 네 대답은 제게 해답이 되지 않았으나, 아예 저를 등진 채 서는 네 모습이 더 아리송했는지, 네 등 뒤편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살펴) 왜, 왜...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같이 있기로 해놓고 이런식으로 혼자 꽁 숨겨두다니!
(네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야기를 재촉해) 나눈 아주 짐덩이지?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생명과라고 부르는 그것,
 
신의 권능을 숨겨둔 과실을 찾기만 하면 돼요.
 
오래 고민할 필요도, 그것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기억해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야, 이토록 달콤한 향기가 다시금 뇌리를 파고드는걸요.
 
주인을 기다린 열매가,
 
여름을 기다린 열매가 완전히 만개했는지 예배당 전체에 무성한 향기로 가득 찹니다.
 
비비안:(재촉에도 아랑곳않고 한참이나 멍하니 있다가, 별안간 뒤를 돌았다. 그대로 상대를 지나쳐 방금 나왔던, 그 방으로 성큼성큼 다시 걸어들어갔다.)
 
고해소에 다시 들어간다면, 아까와 똑같은 나무 두 그루를 마주합니다.
 
새파란 이파리를 낸 두 그루의 나무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거울에 비춘 것처럼 가지의 방향만 반대로 섰을 뿐입니다.
 
여전히 우편의 나무에,
 
 DICE:관찰 판정.
 
비비안: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무화과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무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무화과. 또 다른 열매, 혹은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생명과와 선악과는 항상 같이 있잖아요?
 
비비안은 분명 그렇게 두었잖아요?
 
그런데 왜……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죠?
 
질문을 던지면, 마치 대답하듯 생명 나무의 이파리에 글귀가 드러납니다.
 
 
창세기 3:22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 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아, 그래요. 감히 영생을 부여하는 그 열매를, 함부로 따먹지 못하도록,
 
마태복음 24:32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무화과를 닮은 것에 숨겨두었잖아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비로소 여름,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종말에 드러나게끔.
 
마가복음 11:13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주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랍비여, 보소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랐나이다.
 
그러니 이 가지 끝에 열매가 맺힐 일은 없어요. 왜냐하면,
 
마태복음 13:35
 
내가 입을 열어 비유로 말하고 창세부터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리라.
 
그것은 오직 비유에 불과하고……
 
요한복음 6:53
 
내가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마다린의 살을 먹고 마다린의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영생을 얻으리니. 그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실체는 마다린니까.
 
 조사:핸드아웃 [마다린]을 공개합니다.
핸드아웃 [무화과]를 공개합니다.
 
무화과에 숨을 불어 넣어, 자신의 권능을 숨긴 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무한한 삶은 너무나 지겹고 외로웠어요.
 
그는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었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비비안은 분명히 원하던 바를 이루었습니다.
 
오직 비비안을 위해 마련된 생명과.
 
마다린은 살아 숨 쉬며 비비안을 아끼고, 비비안과 함께 했으니까.
 
마다린이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비비안을 바라봅니다.
 
 
그와 동시에,
 
뚝.
 
비비안의 살점 또한 문드러지기 시작합니다.
 
신의 권능을 도려낸 비비안의 육신 또 한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것
 
이대로라면 여태까지 보았던 괴물과 시체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려 흔적도 남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종말을 물리칠 구원자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겠죠.
 
 
마다린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풍깁니다. 무화과의 향기입니다.
 
비비안:... 이런 젠장. (탁! 소리가 나게 이마를 세게 쳤다. 머리까지 쥐어뜯을 뻔 했으나...겨우 그만두었다. 다시 방 밖으로 나갔다. 아직 그 앞에 기다리고 있을 사람을 향해서.)
(발견하면, 상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연다.) ...아깐 미안했다. 급히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었어.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놀라지 말고 들어주길 바란다. 농담이 아니니까.
 
마다린:.....(저를 두고 예배당을 왔다가 다시 두고 고해소를 들락날락하는 너를 보며 여전히 영문 모를 얼굴로 바라본다. 빡, 나는 소리에 그쪽으로 달려갈까도 생각했지만.. 그 전에 먼저 제 쪽으로 오는 너를 보며 얌전히 기다린다) 왜,왜 이렇게 서두르는거야? 천천히 말해도 괜찮은데.(이제야 말해줄 마음이 생겼다는데 뭔들) 뭐든지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어.(아주아주 약간은 농담이지만..)
 
비비안:...정말이지. 그럼, ... (진지하게 진담으로 받아들였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세계를 재건하는데 네 희생이 필요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목숨이라고 볼 수 있겠군.
 
마다린:... ... ..뭐든 이해하겠다는거 취소할게. 조금 더 긴 설명은 없어?
 
비비안:.... 그러니까... 이번에도 놀라지 마.
난 사실...신이다. 지구를 창조한. (두둥)
 
마다린:.............................
혹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농담이었다면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런게 아니란 말이야?(역시 이해하지 못하고)
 
비비안:... 말했잖아, 농담이 아니라고. 난 진지해. 이 상황에서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이나? (진지하다, 정말로. 살면서 마다린은 비비안의 이런 진지한 표정은 본적이 없다.)
아무튼, 이어서 설명하자면... 난 신이 맞지만, 쉽게 설명해서... 인간으로의 환생 같은 거다. 아직 신의 능력은 없는 상태야. 실제로도 지금껏 신이라는 자각조차 없이 살았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지독한 무신론자였으니까. 그래서 힘을 되찾으려면 조건이 필요해. ...그게 너다, 마다린 웨이스티. 넌 내가 세계에 숨겨둔 인간이었어. 널 먹는 것으로 내 힘은 완성되게 되어 있는 거라고.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으면 오른손을, 설명이 더 필요하면 왼손을 들어라.
할 말 더 남았으니 간결하게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만 표현해.
 
마다린:....(그래. 살면서 마다린은 비비안의 이런 진지한 표정은 본적이 없다. 이런 진지한 표정으로 개그를 치는 모습은 죽을 때까지도 못볼 진귀명귀한 상황일 것이다. 그러니까 진지하게 듣자면...) ... ... ..지금 나 재촉하는거야?
(아무튼, 그래요 이해한다고 칩시다. 가볍게 오른손을 든다) 나 지금 완전 바보가 된 기분이야.
 
비비안: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거든. 아무리 내가 신, 너는 그 힘의 결정체라 해도 결국 껍데기는 인간이야. 곧 우리도 다른 인간들처럼 썩어 문드러질 테지, ... 아무것도 모른 채 죽는건 너도 싫을 거 아냐.
(후...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희생을 강요하는건 싫어. 강제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연명해야 하는 세계라면, 차라리 여기서 나와 함께 썩어 없어지는게 나아. 동시에 네게 세계를 구원할 의지가 있다면 그걸 막는 것도 싫다. 그러니, ... 네 의견을 존중해 줄 거야. 네 선택지는 두 가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하나씩 펴 보였다.) 첫째, 세계와, 나와 함께 여기서 죽는다. 두번째, 네 희생으로 이 세계를 구원한다. 어느쪽을 골라도 순순히 따르지. 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건 명심해. (말을 마친 후엔 입을 꾹 다물고 앞에 섰다. 그리곤 바라볼 뿐이다. 언제나처럼의 곧은 시선으로.)
 
마다린:...뭐라고?(네 말과 함께 시선을 내리면 이전보다 물렁해져 형태를 달리하는 것들을 바라본다. 작게 경악하듯 벌린 입을 손으로 가려. 아직 자신은 변해버리지 않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운명을 피할 수는 없겠지)
... 그렇다고 나한테 너무 쏟아붓는거 아니야? 아무리 우리 둘 밖에 없다고 하지만..(입을 가렸던 손으로 가만히 제 뺨을 쓸면) ... 하지만 비비는 어떻게든 구원하고 싶은 쪽이 아니야? 나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비비 성격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 나한테 그 방법을 말해준걸테고.(지하철의 아기라던가, 문드러져가던 중년을 떠올린다.)
..내가 만약에 여기서 그냥 죽어버리겠다는 선택을 해도, 비비는 하나도 아쉽지 않을 수 있어? 만약 비비의 말대로.. 비비가 신이고 그 권능이 나에게 있다면, 나를 잡아먹고 여태까지 누리던 것보다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잖아.(물론, 나도 쉽게 희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건 비비에게 전혀 아쉬울 게 없는 조건인걸..(되려 제게 선택권을 넘기는 것이 영 당황스러워 쉽사리 결정을 못하는듯)
 
비비안:... 어쩔 수 없어. 가혹하게 들려도. 사실이니까, ... (애써 유지하던 덤덤한 낯에 조금, 다른 감정이 섞였다.) ... 아쉽지 않을리가 없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과거의 신이라던 내 자신에게 조금 환멸을 느끼고 있다. 이런 식의 방법을 만들어내다니, 하긴, 그때는 인간의 관점에서 사고를 못 했을 테니 그랬겠지... 웃기지도 않아.
말했다시피... 난 네가 희생이 싫다고 말해도 상관없어. 오히려 ... 그 대답이 기쁠지도 몰라. 아무리 네 의지라고 해도, 친구를 먹어서 되돌린 세상을... 내가 신으로써 사랑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거든.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어? 자신이 만든 세계와 함께 매장당하는 신이라니, ...그것도 생각하니 꽤 낭만적인 결말 아닌가 싶군. (픽 웃었다.)
 
마다린:(네 말에 어처구니 없어 웃음이 새어나오다가 문득 한숨을 쉰다. 이렇게 까지 됐으니, 네 말을 농담이라고 듣기에도 우스운 상황이 되었다. 온전히 제 선택에 따라 인류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상황에서. 보통이라면 희생을 자처했겠으나.) ...맞아. 비비안 답지 않게 바보같은 생각이었어.(사람을 먹어 권능을 되돌린다니. 너무 단순하고, 어리석은 사고였다구. 어차피 네게 기억나지도 않을 과거를 탓하고서는)
나한테 책임을 떠넘기다니. 신답지 않은 선택이야.(작게 투덜거리는 끝에) ..그래도 비비라면 어떻게든 사랑할 수 있을거야. 결국 네가 되살린 세계잖아. 비비아니면 사랑해줄 수 있는 존재는 없을거고.(물론.. 내가 지금 희생하지 않겠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고. 다 죽어버렸으니 말이야. 위로와는 다른 진심이 어지간히 가벼운 어조다)
아직까지 현실로 와닿는건 아니지만..(그런 감정을 드러내듯 문드러진 네 손끝을 툭툭 건드린다. 네가 죽는다면 내 죽음도 머지 않았겠네. 내가 권능이라면 내가 힘을 쓸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희생도 하지 않고. 괜히 손을 잼잼거려) ... 정말 괜찮은거지?
 
비비안:왜, 이런 신은 싫은가? 그럼 그냥... 이대로, ... 네 친구로서 남을래. 그러면 괜찮지. (푸하, 참았던 숨을 터트렸다. 웃음소리 처럼 들리기도 했다. 아무튼, 아까보다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제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앉으라는 듯.)
응, 이리 와. 조금 쉴까,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그리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미련이 아주 남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역시 누군가를 희생하는 방법은 잘못되어있다. 다음 신은 좀 제대로 된 사고가 박혀 있길 바래야겠군. 또 생긴다면 말이지.)
...지금까지 고마웠다, 마다린. 수고했어. 네가 내 친구여서 다행이었다.
 
마다린:(톡톡 두드리는 자리로 가서 나란히 옆에 앉아 등받이에 기댄다. 오히려 후련해보이기도 하는 낯이지만 내심 마음에 걸리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꼭 세계를 위할 수 있는 신의 자리가 있다면 네가 제일 잘 어울리지 않은가. 그런 사람을 두고 멸망을 기다리자고 하니 마음 한 켠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택을 번복하기엔 제게 희생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 느린 숨을 쉬는걸로 제 기분을 대체하고)
그렇지. 꽤 고생했어, 비비. 일어나자마자 망해가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친게 지금까지인데.. 결국 이런 결말이잖아.(문득 내뱉는 말은 비관적이었으나 그 이상의 미련은 없다. 마지막 말에 가볍게 웃으면 장난스레 대답한다) 나는 비비가 친구라서 싫었던 적 한 번도 없는데.. 비비는 있었나 봐?
 
 
 
▩▩▩
 
 
비비안에게 세계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매정하고, 잔인하고, 못된 신이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당신에게 마다린이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그런 존재를 희생하여 이륙해낸 세계를 사랑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당신을 잊은 무수히 많은 피조물보다
 
당신을 위한 그 하나가 더 마음을 끌어 당겼으므로.
 
당신은 차마 마다린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는 복구되지 않습니다.
 
구원할 이가 없으니 마땅히 멸망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도 무사하지 못했으니까.
 
삼키기를 거절한 당신은 신의 권능을 잃고,
 
손끝부터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엣날에, 사람들이 문둥병이라고 부르던 그것과 비슷한 증세였습니다.
 
당신의 안에 잔재하던 모든 신의 권능이 소모되고 나면,
 
질척질척하고 더러워지겠죠.
 
 
외롭진 않았을 거예요
 
시시각각 마지막에 달하는 내내,
 
마다린이 비비안의 곁을 지키고 있었을 테니.
 
예배당의 낮은 등받이는 기대기엔 불편했지만,
 
그래도 천장의 아름다운 성화는 마지막으로 담기에 모자람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당신이 완전히 녹으면,
 
당신의 과실, 오직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마다린은
 
혼자 남아 천천히, 천천히,
 
아주 느리고 외롭게 썩어갔을 것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도저히 마다린을 먹어치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마다린은 너무 달고 아름다워, 무엇보다 소중했으니까요.
 
 
END 02. 나의 단 것, 나의 아름다운 실과를 내가 어찌 버리고
 
마다린, 비비안 로스트
 
보상 : 완벽한 죽음
 
 
▩▩▩
 
 
 
그림
 
0125 20:00 ~ 0126 01:25

 

내 끝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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